제호 변경 후 8월부터 기업 기사 급증
대다수가 기업 관련 부정 기사
포털 '등록된 카테고리外' 기사 송고...제휴 규정 위반 소지 없나?
창간한 지 13년 된 문학·문화 전문 인터넷신문이 최근 돌연 기업 관련 부정 기사를 잇달아 게재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포털에 전문지/기타 카테고리로 입점 있는 ABC뉴스(www.abcn.kr, 발행인 이재욱)는 지난 8월부터 경제와 비즈 섹션을 통해 300여 건이 넘는 기업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중 상당수가 부정 기사고 일부 기업에 대해서는 시리즈 기사를 연속 게재하고 있다.
ABC뉴스는 ‘문학뉴스’라는 이름으로 네이버 검색 제휴돼 △문화 △예술 △문학 △출판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다루던 인터넷 매체였다. 올 하반기 초에 ABC뉴스로 제호가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때를 전후로 기업 기사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ABC뉴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인사말에는 "ABC뉴스는 문화와 관련된 합리적인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라고 돼 있다. 이어 "ABC뉴스는 문학을 기반으로 한 문화와 다양한 정보와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합리적 논평과 의제 설정을 통해 문학과 출판시장의 활성화를 기여하고자 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는 ABC뉴스가 문학·문화 분야 카테고리에 속한 매체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최근 ABC뉴스는 문학·문화와 무관한 △CEO △비즈 △경제 등 카테고리 외(外) 기사를 네이버 등 포털에 전송하고 있었다. 특히 경제 섹션과 CEO 섹션은 최초 기사 게재 시점으로 볼 때 지난 8월~9월 새롭게 런칭된 것으로 보인다.
등록된 카데고리외 전송
ABC뉴스의 이 같은 보도 행태는 포털 뉴스 제휴 및 제재 심사 규정 제15조(부정행위 등)의 ①항 (자)에 나와 있는 '등록된 카테고리 외 기사 전송'에 해당될 수 있다. △CEO △경제 △비즈 등 섹션의 콘텐츠는 문학이나 문화와는 전혀 상관없는 카테고리이다. 업계에서는 문화 매체로 등록된 ABC뉴스가 기업·경제 카테고리의 기사를 전송하고 있는 것은 포털 제휴 규정 위반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BC뉴스는 지난 8월부터 경제 섹션에 기사를 올리기 시작해 이달 24일까지 총 150건이 넘는 기사를 송고했다. 이중 대다수가 기업 관련 부정 이슈를 다룬 내용이다. 이와 함께 비즈 섹션도 지난 8월 이후 기업 기사를 잇달아 게재하고 있다. 비즈 섹션의 경우 지난 8월 이전에는 문학 관련 콘텐츠가 대다수였고 소수 기업 기사도 문화 관련 내용이었다. CEO 섹션도 지난 9월부터 기사가 올라오고 있다.
바이라인 의구심 증폭
ABC뉴스는 기자 2명이 △경제 △비즈△CEO 등 섹션의 기사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과거 문학과 문화 기사 중심이었던 매체에서 수개월 전 두 기자가 돌연 등장해 주로 기업 부정 이슈 관련 기사를 집중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반론보도닷컴이 ABC뉴스에 기사가 올라온 기업들을 취재해 본 결과 거의 모든 기업 홍보팀은 두 기자의 연락처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일부 기업은 자사 기사와 관련 해당 기자 대신 국장급과 연락이 닿는다고 말했다.
통상 언론이 취재할 때는 팩트 체크 등을 위해 먼저 기업에 연락한다. 기자 단톡방이나 기자·홍보방에서는 기업 홍보 담당자의 연락처를 묻는 경우가 많다. 특정 기업 홍보 담당자 연락처에 대한 문의가 늘어날 때는 통상 해당 기업에 대한 이슈가 발생한 시점과 대다수 일치한다. 특종이나 단독 기사의 경우 언론은 더욱 세심하게 기업에 팩트 체크를 한다.
기업 홍보팀 역시 자사 관련 기사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거나 해명할 내용이 있으면 기사를 쓴 기자와 먼저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30대 그룹 계열사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A팀장은 "ABC뉴스의 경우 두 기자의 연락처를 절대 알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대다수 언론사는 기사를 쓴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팩트 체크를 위해 연락을 해온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기업의 B홍보팀장은 "일부 인터넷매체가 부정 기사를 빌미로 광고협찬 거래를 시도할 때 데스크급이 연락한다"며 "하지만 그때도 처음에는 일단 해당 기사를 쓴 기자가 연락을 받거나 하고 그 기자가 데스크에게 통화를 넘긴다"고 말했다.
반론보도닷컴은 역시 취재 과정에서 기업 관련 기사를 쓴 해당 기자에게 질의 메일을 보냈지만 기자로부터는 직접 연락을 받지 못했고 데스크가 연락해 왔다.
또 이들 기업 기사를 쓰는 기자들의 이메일은 대표 이메일이거나 abc@abcn.kr로 동일했다. ABC뉴스의 문학이나 다른 카테고리 기자들은 모두 기자 개인의 이메일을 바이라인에 명기해 놓았다. 대다수 기사의 바이라인에 적용되는 메일은 개인 메일을 사용한다.
홍보업계에서는 이 같은 ABC뉴스의 비즈·경제 섹션의 바이라인에 대해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반론보도닷컴은 ABC뉴스 측에 바이라인과 카테고리 외 전송에 대해 질의했다.
ABC뉴스 측은 "기자 연락처를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며 "이메일의 경우 문화 부문은 큰 이슈가 없지만 경제 부문은 여러 이야기가 나와 종합해서 대응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이어 "팩트체크 등은 데스크에서 담당한다"고 덧붙였다.
또 '등록된 카테고리외 전송'에 대해서도 "문제 될 게 없다"고 답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