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위에서 무려 9계단 하락
싱가폴·홍콩·대만·중국 이어 아시아 5위
규제혁신·인재유입이 좌우...글로벌 변화 못따라가
한국의 디지털 경쟁력이 올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2025 세계 디지털 경쟁력 보고서’에서 한국은 전체 69개국 중 1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6위에서 9계단 하락한 수치다. IMD 디지털 경쟁력은 국가의 기술 인프라, 지식 기반, 미래 대응력을 종합 평가해 매년 발표하는 국제 지표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세부 분야인 △지식(Knowledge) △기술(Technology) △미래 대응력(Future Readiness) 모두에서 동일하게 15위에 머물렀다. 각 요소에서 고른 성과를 유지했지만, 글로벌 주요 경쟁국의 빠른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점이 순위 하락의 이유로 꼽힌다.
최근 5년간 한국의 순위 흐름도 눈에 띈다. 한국은 2021년 12위, 2022년 8위, 2023년 6위까지 상승하며 상위권에 안착하는 듯했으나, 2025년에 급락하며 5년 중 최저 순위를 기록했다. 이는 교육·연구 역량, 규제 환경, 기술 인프라 등 여러 지표에서 상대적 경쟁력이 약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보고서는 글로벌 디지털 경쟁력이 단순한 기술 투자뿐 아니라 규제 혁신과 인재 유입 경쟁력에 좌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AI·데이터·컴퓨팅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인재 이동성 저하와 정책 불확실성이 국가 경쟁력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지역 불안정성과 규제 속도에 따른 국가별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ICT 인프라와 제조업 기반의 기술 활용도에서 강점을 보여 왔다. 그러나 글로벌 디지털 규제 정비, AI 생태계 고도화, 민간 투자 확대로 변화하는 국가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면서 상대적 위치가 낮아졌다. 또 디지털 인재 확보와 교육·연구 역량 강화는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분야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디지털 경쟁력은 절대적 수준에서 여전히 강하지만, 글로벌 변화 속도가 더 빠르다”며 “규제 환경 개선, 기업의 디지털 전환 지원, 인재 확보 전략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의 한국 관련 데이터 및 설문조사는 한국상공회의소(KCCI)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가 지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