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보는 K-contents&Stars
성공작 연구의 한계와 실패작 분석의 필요성
국내 시청자의 냉정한 평가가 만든 경쟁력

직장인은 연차를 쓰면 최대 12일까지 쉴 수 있는 추석 연휴다. 긴 연휴 만큼 영상 콘텐츠 소비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지난 11년간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를 통해 수많은 K-콘텐츠를 접했다. 연휴를 앞두고 '널리 알려진 작품 말고 펀덱스 지수가 높은 추천 드라마'를 고민하다가 문득 '펀덱스 지수가 낮고, 시장에서 실패한 콘텐츠, 특히 드라마는 어떤 것이 있을까? 반면교사를 삼을 만한 건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성공작만 바라보는 협소한 시각

최근 한국 드라마는 세계 무대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다. , , 그리고 최근 까지 많은 작품들이 글로벌 히트작으로 자리 잡았고, 학계와 산업 전문가들은 이들 작품을 중심으로 분석과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열풍이 국내 콘텐츠 시장을 휩쓸고 있다. 분위기는 당시를 넘어선 듯하다. 각종 행사, 세미나, 방송에서는 “케데헌 관계자를 모셔야 흥행이 된다”며 관계자 초청에 열중하고, 언론과 학계 역시 케데헌을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질문은 남는다. 이러한 ‘모시기 열풍’이 K-드라마와 영화 콘텐츠의 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흥행에 편승하기 위한 것인가? 안타깝게도 우리 미디어, 공공기관, 학계가 인기 트렌드만 좇는 패턴은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성공작이 전체 드라마 시장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매년 수백 편의 드라마가 제작·방영되지만, 대중적으로 성공했다고 평가되는 작품은 10%도 안 된다. 나머지 대부분은 관심조차 받지 못한 채 ‘실패작’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실패케이스를 분석하지 않는 한 산업 구조 개선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학계와 산업이 성공작만 좇는다면 연구는 점점 협소해지고, 산업도 특정 공식에 갇히게 된다. 해외 역시 다르지 않다. 미국도 , 같은 흥행작 연구에 집중하지만, 영국 방송통신청(Ofcom)은 최근 보고서에서 “실패작을 분석하지 않는 한 산업 구조 개선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패 연구는 단순히 “왜 흥행하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기획·제작·소비 과정 속 문제를 드러내는 탐구 과정이다.

스토리 구조가 매끄럽지 못하거나 주제 의식이 흐려질 때,

배우 캐스팅과 활용이 불균형할 때,

연출 방식이 진부하거나 리듬이 늘어질 때,

기술적 요소가 몰입을 방해할 때

등 다양한 분석 접근이 가능하다. 실패작은 ‘못 만든 작품’이 아니라, 개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실험실이다. 실패 속에서 얻는 교훈이야말로 다음 성공으로 이어지는 토대가 된다.

K-드라마의 경쟁력, 국내 소비자가 키웠다

해외 연구자들은 종종 “K-드라마는 왜 강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필자는 그 답을 명확히 제시할 수 있다. 한국 드라마 소비자는 까다롭고 매우 냉정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작품이 쏟아져 나오지만 극소수만 살아남는다. 반대로 대부분은 흥행이 저조하거나 외면받는다.

이러한 경험을 한 제작사, 감독, 작가, 스태프들은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발전한다. 마치 한국 양궁 국가대표가 “올림픽 무대보다 국내 선발전이 더 어렵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K-드라마는 국내에서 먼저 인정받아야 하고, 그것이 곧 글로벌 인정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즉, 한국 드라마의 강점은 화려한 성공담보다 치열한 실패 경험에서 비롯된다. 실패를 견디고 학습한 산업의 내공이야말로 K-드라마를 세계 무대에서 강자로 만든 원천이다.

실패 속에 드라마의 미래가 있다

성공작 연구만으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오히려 수많은 실패작을 깊이 들여다보고, △잘 만든 작품이 왜 흥행하지 못했는지진짜 잘못된 작품은 무엇을 놓쳤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실패 연구는 단순한 패배의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성공 확률을 높이는 데이터이자, 장르 혁신을 가능케 하는 실험적 자원이다. AI가 흥행 공식을 반복 학습하는 시대, 실패 속 교훈을 발굴하고 체계화하는 작업이야말로 인간 연구자의 존재 이유를 증명한다.

성공은 화려하지만, 실패는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이야기를 읽어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AI 시대 드라마 연구의 진짜 과제다.

AI 시대, 학계는 어려운 길을 선택해야한다.

AI는 이미 드라마 제작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스토리 초안 작성, 대본 시뮬레이션, 캐릭터 대사 추천, 영상 합성까지 가능하다. 마치 알파고가 경우의 수를 학습해 인간을 이겼듯, AI는 흥행 공식을 학습하고 반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 연구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 바로 AI가 단순화하기 어려운 ‘실패의 복잡성’을 파고드는 일이다. 성공작은 패턴이 단순하고 데이터화가 쉽지만, 실패작은 제작 의도와 결과의 괴리, 시청자 반응의 불일치, 마케팅 부재, 문화적 코드 차이 등 다양한 요인이 얽혀 있다. 이 복잡성을 분석할 때 인간 연구자의 통찰이 빛난다.

이를 위해 다양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시청률은 물론 필자가 속해 있는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서 매일 발표하고 있는 화제성 데이터나 검색반응 데이터, 그리고 아직 폐쇠적으로 오픈하고 있지 못한 각종 자료들이 시장에 공유되었을 때 연구가 입체적으로 진행 가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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