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중된 직업군, 기업인 33.9%· 경찰 26.5%
반복된 직업, 시청자 피로감·드라마 만족도에 영향
글로벌 시청자, 언제까지 싫증내지 않고 시청할까?
최근 주말 드라마 편성에서 <서초동>과 <에스콰이어>가 맞붙었을 때, 시청자들의 첫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한편에서는 “또 변호사 이야기인가?” 라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변호사·판사·검사 등 법조인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지옥에서 온 판사△굿파트너△왜 오수재인가?△천원짜리 변호사 등 수없이 많다. 게다가 주요 조연으로 법조인이 등장하는 작품도 적지 않다. 이쯤되면 한국 드라마에는 거의 반드시 △법△경찰△기업 대표·재벌△의사가 등장한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K-드라마는 직업 설정에서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K-콘텐츠 경쟁력 분석 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MMI(Micro Meta Information) 체계 중 “Who” 항목을 활용했다.
[표1]과 같이 코딩된 직업군 중 상위권만 정리해보았다. 여기서는 드라마 속 주요 등장인물들의 직업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며, 주인공뿐만 아니라 스토리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변 인물까지 포함된다.
K-드라마 직업군, 기업인이 압도적
2018년부터 2025년까지 방영된 현대극 731편을 조사한 결과, [표2]에서 보듯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직업군은 이었다. 총 248편(33.9%)에서 주인공 또는 주요 조연으로 기업대표, 이사장, 재벌 등이 등장했다. 이는 곧 “세 편 중 한 편에는 재벌이나 기업인이 나온다”는 의미다.
한국드라마 만큼 <기업 임직원/재벌>군의 등장률이 높은 국가가 있을까 싶다. 물론 무조건 부정적 시각으로 보자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면이 오히려 K-드라마의 재미요소로 자리잡는데 큰 역할을 해왔는지도 모른다.
여기에 막장 내용이 들어가면 처음에는 글로벌 드라마 소비자에게 신기하고 새로운 세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이들이 싫증내지 않고 언제까지 이런 내용을 시청해줄까?
경찰과 법조인: 익숙함이 주는 양날의 검
다음으로 많이 등장하는 직업군은 <경찰>이다. 26.5%의 작품에서 경찰, 언더커버, 프로파일러 등이 중요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이는 K-드라마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 아닐까 짐작해본다.
그런데 하나 조심해야할 것은, 펀덱스 재미강도지수 분석 결과 경찰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드라마일수록 높은 재미 강도를 기록할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았다.즉 <경찰>이 등장한 작품일수록 펀덱스가 높을 확률이 낮게 나타난 것이다.
그 뒤를 이어 △방송계△의료계△법조인△대학/고등학생 등이 각각 15% 이상을 차지하며 주된 직업군을 형성했다. 모든 K-드라마에 등장하는 직업에 대한 분석 결과를 이번 글에서 다 담을 수는 없다. 그러나 중복 집계가 되어 있음을 고려하더라도, 특정 직업군이 한국 드라마에서 집중적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양성 논쟁: 직업 설정은 충분히 다채로운가?
넷플릭스 같은 OTT 플랫폼의 등장은 K-드라마의 장르의 다양성을 넓혔다. 판타지·SF·스릴러·로맨스·액션 등 복합장르가 활발히 등장했다. 하지만 장르적 다양성이 곧 스토리의 다양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스토리의 다양성은 결국 캐릭터의 연결고리에서 비롯되며, 직업 설정은 그 핵심 기초가 된다. 반복되는 직업군의 과잉은 시청자에게 피로감을 주고, 이는 곧 드라마 소비의 만족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