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24년 이후 100년의 시간이 지나 다시 한번 파리로 돌아온 제 33회 하계 올림픽이 며칠 전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국내의 경우 개막식 때만 하더라도 시차 등으로 인해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많은 우려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이는 선수들의 활약으로 금방 종식되었다.

미국 내 올림픽 중계권을 가진 NBC유니버설(Universal)은 최근 4년간 올림픽 이벤트 중 가장 많은 시청자를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올림픽의 선수들간 뜨거운 경쟁이 가져온 열기는 전체 스포츠 중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방송사와 OTT 등 미디어 산업도 이 분야에서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술 발전이 가져온 올림픽 중계와 광고 산업의 변화

지난 도쿄올림픽의 큰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번 올림픽에 미국 방송업계가 거는 기대는 비교적 큰 편이었다. 이미 2년 전부터 업프론트의 중심에 위치했던 올림픽은, 지난 4월 NBCU가 이미 12억 달러 규모의 광고를 판매했음을 밝히면서 올림픽 중계 역사상 가장 많은 광고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는 팬데믹 이후 주춤했던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다시 부활했음과 동시에 기존의 방송사 역시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광고 수익이 증대됨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실제로 NBC의 광고판매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댄 러빙어(Dan Lovinger)는 음료와 같은 소비재 부문이나 금융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디지털 광고 수익이 크게 증가하였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NBC의 경쟁력은 광고 기술의 발전에 기반한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 3월, NBCU는 자사의 최신 TV 업프런트 이벤트인 One24컨퍼런스를 통해 2024년 파리 올림픽 및 패럴림픽 대회를 겨냥한 생성형 AI와 구매형 식품 배달(shoppable food delivery), 그리고 DMP 플랫폼 인 트레이드 데스크(TheTradeDesk)와의 협업을 통한 새로운 프로그래매 틱 광고 방식을 선보였다.

NBCU는 자사의 OTT인 피콕(Peacock) 덕분에 과거보다 더 많은 인벤토리를 확보할 수 있었으며, 이를 채우기 위해 프로그래매틱 광고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과거 TV 방송 시절에는 적은 예산 규모 로 인해 참여할 수 없었던 다수의 광고주들이 새롭게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주효했던 것으로 여겨 진다.

애드위크(ADWEEK)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해당 광고상품의 CPM은 세부 서비스별로 올림픽 이전의 서비스인 Trials가 $35, 생중계와 리플레이 서비스 'All Olympics'가 $60, 뉴스와 하이라이트 등의 서비스 'Olympic Highlights'가 $40 수준이었다고 한다. 물론 이는 최소 가격 수준으로, 인벤토리 확보를 위한 경매를 고려한다면 비용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그러나 패키지 등으로 큰 비용을 지출했던 과거와 다른 입찰 방식이 적용되었기 때문에 실제로 지난 도쿄 올림 픽 때에 비해 전체 광고주 수가 증가하였으며, 이중 다 수가 신규 광고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동안 어드레서 블TV나 CTV에 대한 논의가 계속 강조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광고 상품은 더욱 중요성을 더할 것으로 전망 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디지털 방식이 전통적인 직접 구매와 달리 특정 스포츠나 이벤트의 타겟팅을 제한하고, 노출 위치나 시점 등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브랜드 안정성 등의 측면에서 계속해서 한계를 보일 것이라 강조하기도 한다.

즉, 올림픽의 파트너사로 위치할 수 있는 대규모 광고주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방송 광고 방식에 대한 수요가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분간 이어질 다른 메가 스 포츠 이벤트에서도 이러한 프로그래매틱 방식이 크게 활용될 것인지는 아직 확신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NBCU는 프로그래매틱 방식 외에도 최근 트렌드인 AI를 활용한 접근 역시 성과를 얻은 것으로 여겨진다. NBCU는 피콕(Peacock)을 통해 AI를 이용한 개인 맞춤형 하이라이트 클립을 제공했다.

유명 스포츠 캐스터의 목소리를 활용한 음성 합성 기술과 구글의 제미니(Gemini )등이 활용된 이번 파리 올림픽 중계는 그간 언급되었던 AI 기반의 방송 중계가 가시적으로 나타난 주요 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심화되는 OTT 경쟁, 또다시 강조되는 스포츠

무엇보다 이번 올림픽은 최근 심화되는 OTT 경쟁에서 스포츠가 가진 중요성을 다시금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방송사들의 OTT 경쟁 참여가 이루어진 과거 부터 스포츠 중계가 가진 중요성은 이미 언급되고 있었지만 전염병 대유행으로 한동안 혼란을 겪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은 이전과 같이 음식점이나 술집 등에서의 스포츠 중계가 크게 강조되었으며, 이는 그 중요성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졌다

이미 국내에서는 올해 티빙(TVING)이 KBO(야구)와 KBL(농구)의 디지털 독점 중계권을 따내면서 스포츠 중계가 가 진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했다. 손흥민과 김민재의 소속 구단을 초청하여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했던 쿠팡플레이 는 국내 K리그(축구)의 중계권을 확보했으며,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와 미국의 MLB와 같은 대형 계약 뿐만 아 니라 포뮬러1과 같이 국내에서는 비교적 인지도가 적은 스포츠 중계까지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처럼 스포츠 중계가 최근 각광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비해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콘텐츠의 제작비가 전반적으로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수의 스튜디오와 방송사가 제작비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공급함으로써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는 스포츠 중계의 경쟁력 이 자연스럽게 커진 것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제작비 상승의 주역 중 하나였던 넷플릭스가 오히려 광고 경쟁력 제고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처음 출시되었던 시기 넷플릭스 광고 상품의 CPM은 $65 수준이었으나, 최근 애드위크(ADWEEK)등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단가가 절반 이하인 $20~$25 수준까지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격 경쟁력 확보에 더하여 앞서 살펴본 Peacock 과 같이 프로그래매틱 등의 광고 기술 발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에 이용하고 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애드 테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독자적인 광고 기술 서버를 구축하고자 구글과 The Trade Desk, Magnite 등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움직임도 포착되었다.

이러한 시도가 어떠한 성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여전히 OTT 시장의 경쟁이 뜨겁다는 것이다. 이 여름을 불태웠던 올림픽 선수들처럼 한동안 OTT 기업들이 어떠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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