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실력은 월드 베스트임이 분명합니다.”
최하영 첼리스트의 <카네기홀 데뷔 콘서트> 공연을 본 음악계 저명 인사의 평이다. 지난 6월 2일(현지 시간) 첼리스트 최하영이 미국 뉴욕에서 ‘카네기홀 데뷔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예술을 평가함에 있어 냉철하다고 소문난 뉴욕 관객들은 최하영의 피날레 곡이 끝나고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2022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 1위를 수상한 이후 세계 무대에서 활약해오던 최하영의 이번 공연은 그녀를 미국 클래식 음악 시장에 확실히 각인시킨 무대였다.
이렇게 뉴욕의 관객들을 열광시킨 최하영 연주자가 미국 클래식 시장의 중심, 카네기홀에 데뷔하게 된 그 뒷 배경에는 바로 우리 기업들이 있었다.
예술을 지원하는 문화기업들의 후원이 있었기에 우리나라의 훌륭한 연주자가 미국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이번 글에서는 국내 차세대 연주자들의 글로벌 활동을 지원하는 ’카네기홀 데뷔 콘서트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클래식 연주자의 미국 무대 등용문 기회 제공
카네기홀은 뉴욕 맨하탄에 위치한 음악 전용 공연장으로, 1891년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의 기부로 만들어졌다. 유럽 클래식 시장의 관문이 영국 런던의 ‘위그모어홀(Wigmore Hall)’이라면, 미국의 관문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카네기홀’이 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위상을 갖춘 카네기홀의 무대에 한국인 연주자의 공연은 1년에 몇 번이나 열릴까? 카네기홀의 공식 초청을 받아 연주를 하게 되는 한국인 연주자는 한두명에 불과했다.
이 부분이 바로 우리 기업들이 뜻을 모아 후원을 결심하게 된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한국인 연주자의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의 눈에 띄는 활동이 부족한 현실을 안타까워한 한국의 대표 문화기업들이 뜻을 모아, 매년 1명씩 뛰어난 한국인 연주자를 미국 클래식 시장에 소개하고 이를 통해 K-클래식의 세계적 위상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CJ문화재단, 아모레퍼시픽재단, 벽산 등 우수한 연주자 후원하는 기업들
‘카네기홀 데뷔 콘서트 지원 프로젝트’가 특별한 이유는 기업 한곳이 큰 후원금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기업과 개인 후원자들이 함께 뜻을 모아 해외 프로젝트를 지원했다는 점이다.
이번 무대를 위해 벽산엔지니어링, 아모레퍼시픽재단, 노루홀딩스, 동성케미컬, CJ문화재단, 디엑스체인지 등 7개 기업이 뜻을 함께했다. 여기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나무포럼을 통한 개인 후원자들의 기부금을 받게 되면서 합심의 의미를 더욱 빛나게 했다.
기업들과 개인후원자들의 소중한 기부금으로 진행되는 해외 프로젝트인 만큼 심사의 과정도 엄정했다. 미국 협력 단체인 비영리법인 코리아뮤직파운데이션과 한국메세나협회의 자문위원들은 ‘후속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음악계의 샛별’이라는 만장일치의 의견을 모아 신예 첼리스트 최하영을 이번 첫 무대의 지원 연주자로 선정했다.
1년여 간의 준비기간 끝에, 최하영은 6월 2일 카네기홀 무대에서 피아니스트 알림 베셈바예프(Alim Beisembayev)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80분간 브리튼·풀랑크·드뷔시의 첼로 소나타 등을 연주했다. 관객 600여 명이 자리한 가운데, 최하영은 독보적인 연주실력과 무대 매너로 큰 호응을 받았다. 객석에는 피아니스트 우한(링컨센터 챔버 뮤직 소사이어티 예술감독), 피아니스트 앤 마리 맥더모트(2022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 심사위원) 등을 포함한 음악평론가, 공연장·기획사·음반사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했으며 최하영의 스승인 첼리스트 정명화, 세계적인 음악인을 양성하고 있는 세종솔로이스츠의 예술감독 강효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최하영 연주자는 3일(현지시간) 뉴욕한국문화원과 공동주최하는 마스터클래스에도 참여해 줄리어드, 맨하탄음대, 매니스음대의 예비학교 재학생들에게 완성도 높은 무대를 위한 노하우를 전달했다. 평일 낮 시간에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최하영이 직접 티칭하는 마스터클래스를 참관하기 위해 100여 명이 참석을 했을 정도로 현장의 분위기는 진지하고 열정적이었다.
역량 있는 음악 인재의 글로벌 무대 활동을 지원하는 메세나 프로젝트
이번 ‘카네기홀 데뷔 콘서트 지원 프로젝트’ 개최 이후에 지켜볼 사항은 데뷔 무대 이후 연주자의 발전 과정이다. 최하영 연주자는 오는 7월 25일 LA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 예정되어 있다. 이번 협연 무대는 연주자의 뛰어난 역량을 비롯해 카네기홀과 같은 공신력 있는 공연장에서의 연주 경력 등 다양한 이슈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또한 최근 세계적인 해외 클래식 기획사와의 계약도 앞두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에 주목하게 된다.
최하영의 이러한 행보는 최고의 연주자를 세운 후원자들의 노력이 얼마나 의미있는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윤영달 한국메세나협회 회장은 “K-클래식이 성장하는 데 연주자 개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그들을 뒷받침하는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라며 “이번 프로젝트는 해외 주요 매니지먼트사, 음반사 등에 뛰어난 한국 연주자를 알리고 그 입지를 다지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기업들이 예술을 통해 ‘새로운 세대를 위한 사회 기여’, ‘예술을 통한 공동체의 인식 고취’, ‘ESG실현 노력에 대한 공감 확대’ 등의 ESG+메세나를 실천한 사례라 볼 수 있다. 메세나 활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의 가치를 확인시켜 줄 수 있는 좋은 도구이다.
예술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어 우리 공동체의 인식을 고취시킬 수 있다. 기업들의 후원이 모여 우리나라의 연주자를 미국에서 선보인 ‘카네기홀 데뷔 콘서트 지원 프로젝트’는 2025년에도 계속 이어지며, 한국메세나협회와 코리아 뮤직 파운데이션은 차기 연주자 선정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을 빛낼 차세대 예술가들의 글로벌 연주 활동에 우리 기업들의 후원이 작은 보탬이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