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고민속 마음 급한 구글, 제국의 역습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속속 서비스 내놓는 국내외 기업들...성과는?

지구가 탄생한 이후로 약 40억년 동안 이어진 미생물의 시기를 지나, 지금부터 약 5억년 전 캄브리아기는 갑자기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때로 알려졌다.일명 캄브리아기 대폭발(Cambrian Explosion)이라 불리는 이러한 진화의 시기가 21세기인 오늘날 다시 재현되고 있다는 언급들이 쏟아지고 있다.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수많은 AI들은 정말 새로운 진화 혹은 변화의 시작을 보여주는 것일까?

ChatGPT 공개 이후 변화한 소비자 - 기업의 인공지능 인식 - 시작된 AI 데뷔 전쟁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일상 회복 전환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다양한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 특히 NFT와 메타버스라는 두 키워드는 최근 팬데믹 기간 동안 그 어떤 기술보다 큰 관심을 불러왔으나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약 35억원에 팔렸던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의 첫 번째 트윗 NFT는 지난 해 경매에서 가격이 99% 폭락한 3천만원 수준에서 입찰이 이루어졌으며, 회사명까지 메타로 변경하면서 메타버스에 집중할 것을 천명한 페이스북은 아직까지 뚜렷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에 대한 회의감이 커져가고 있던 가운데 지난해 11월 30일 오픈AI가 공개한 챗GPT는 NFT나 메타버스, 혹은 알파고 이후의 AI에 실망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다시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의 은행 UBS에 따르면 챗GPT는 출시 이후 약 2달만에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1억 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틱톡(9개월)이나 인스타그램(30개월) 등의 인기 서비스 대비 압도적으로 빠른 성공으로 볼 수 있다. 이미 출시 이후 5일만에 100만 이용자를 달성하고 한 달 후에는 약 1,300만 명 규모의 순 방문자를 확보했다는 점, 그리고 아직까지는 이용자의 19% 가량이 미국에서 나타났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향후 성장세는 더욱 커질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인 오픈AI 측면에서도 일찍부터 일부 수익 모델이 적용되었으며 불과 4개월만에 다음 모델인 GPT4가 성공적으로 공개되었다. 또 이미지 기반의 달리-2(DALL.E-2)와 음성 기반의 위스퍼(Whisper) 등의 개발도 비교적 순조롭기 때문에 긍정적인 전망이 다수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챗GPT가 성공적으로 데뷔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 다른 기업들의 머리는 매우 복잡해졌다. 다행히 일찍부터 오픈AI에 투자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투자 규모를 늘리면서 자사 서비스에 챗GPT를 성공적으로 접목하면서 발 빠른 행보를 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자체적으로 AI를 개발하던 구글이나 메타, 혹은 국내의 네이버와 카카오 등은 챗GPT가 인지도 확보나 실제 사용 데이터 및 피드백 등과 같은 선점효과를 모두 가져가기 전에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려야만 했다. 모순적이게도 AI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질수록 많은 기업들의 기회는 점차 줄어들게 되면서 결국 이들은 앞다투어 개발 중인 모델을 급하게 선보이게 되었다. 결국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기능이나 AI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깊어지는 고민 속에 마음만 급한 구글

가장 급한 건 역시나 경계 코드까지 발표했던 구글이었다. 챗GPT가 기존의 언어 정보들을 조합해서 결과물을 내놓기 때문에 일반 이용자들의 검색 행태가 구글이 아닌 AI 기반으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오픈AI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경쟁사 MS가 자사의 검색 엔진인 빙(Bing)에 GPT를 접목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끌면서 구글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다.

결국 지난 달 2월 8일, 프랑스 파리에서 구글은 챗봇형 AI인 바드(Bard)를 선보였지만 시연 과정에서 작성된 내용이 틀린 내용으로 밝혀져 사람들의 실망을 주는 동시에 주가까지 하락해 시가총액이 약 217조원 감소했다.

물론 챗GPT 역시 아직 많은 오류를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의 이용 과정에서 이러한 오류가 오히려 흥미를 만들어낸 것과 달리 공식적인 시연 자리에서 나타난 바드(Bard)의 오류는 기업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별다른 차별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점도 실망감의 한 원인이다. 여러 피드백을 거친 후 구글은 지난 21일 블로그를 통해 일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테스트 버전을 공개했지만 여전히 기대치를 충족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림 2] Google의 챗봇형 AI Bard (출처 : NY Times)
[그림 2] Google의 챗봇형 AI Bard (출처 : NY Times)

구글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챗봇형 AI가 결국 자사의 주요 수익 모델과 일부 상충된다는 점이다. 광고 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큰 구글은 사용자가 다양한 웹페이지나 콘텐츠 사이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수록 더 높은 광고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따라서 바드의 활용도가 높아질수록 이용자의 검색 시간은 대폭 줄어들게 되고 결국 광고 수익 감소로 이어질 위험이 존재한다.

또 AI가 자사만의 강점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구글은 검색엔진이나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 모바일 OS 안드로이드 등과 같이 독점적인 서비스를 소유하고 있지만, 이러한 서비스와 AI가 어떤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오랜 기간 수집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 등과 같이 아직 드러나지 못한 강점을 지니고 있을 것으로도 기대되는 만큼, 이번 5월에 예정된 개발자 회의 Google I/O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제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국의 역습 마이크로소프트, 다시 한번 시장 구조를 바꿀 수 있을까

반면 오랜 암흑기를 지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주레(Azure)를 중심으로 과거의 영광을 회복했던 MS와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는 다시 한번 신화를 써 내려갈 기회를 얻었다. 이미 오픈AI에 약 10억 달러를 투자한 MS는 올해 초 추가로 100억 달러를 투자하는 한편, 자사의 서비스들에 GPT를 적용하면서 AI가 회사 업무에 가져올 변화를 제시하기 시작했다.

첫 시작은 검색엔진 빙이었다. 프랑스의 파리에서 구글의 치명적인 실수가 있기 바로 전날인 2월 7일, MS는 오픈AI와의 제휴를 통해 인공지능을 적용한 검색엔진 뉴 빙(New Bing)을 선보였다. 기존의 챗GPT와 유사한 기능에 더해 검색 엔진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실시간 정보를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최근 로이터에 따르면 인공지능 적용 이후 빙의 이용자는 15.8%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구글의 이용자는 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검색 엔진을 독점하고 있는 구글에게 1%는 매우 적은 수치지만 오랜 기간 지켜온 구글의 아성에 금이 갔다는 점은 흥미로운 신호가 될 수 있다.

이후 MS는 본격적으로 자사의 비즈니스 영역에 AI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10일에는 오픈AI의 인공 지능 시스템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아주레 오픈AI 서비스’에 챗GPT 프리뷰를 추가했으며, 이후 17일에는 MS오피스에 AI가 적용되어 생산성을 높이는 코파일럿(Copilot)을 선보였다. 코파일럿은 부조종사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용자 명령에 따라 워드에서 글을 작성하거나 편집할 수 있다. 이용자의 아이디어를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로 전환해줄 뿐 아니라, 수많은 엑셀 데이터를 자동으로 분석해서 인사이트까지 뽑아줄 수 있다. 특히 새로운 비즈니스챗 서비스는 캘린더와 이메일, 채팅, 문서 등 사용자가 보유한 모든 데이터를 종합하여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생성한다.

△ 이미지=마이크로소프트 
△ 이미지=마이크로소프트 

이러한 서비스는 사티아 나델라가 말한 것처럼 우리의 업무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과거 우리가 키보드와 마우스를 이용했던 것처럼, 앞으로는 AI와 프롬프트롤 통해서 업무가 진행될 것이라 강조했다. MS의 이러한 비전은 기존에 MS가 고객들에게 제공하던 서비스에 기반하여 AI가 가져올 변화를 명확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무엇보다 막연하게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의 상상을 뛰어넘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약진이 의미를 더하는 것은 그간 MS가 자사가 집중했던 웹 브라우저나 모바일 OS, 검색엔진 등에서 구글에게 자리를 내줬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효과 등으로 인해서 한 번 경쟁에서 뒤쳐지면 복구가 어려운 IT 사업에서 이미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회복에 성공했던 MS가 이번에는 역전까지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아직은 조용한 Meta와 Apple에 대한 새로운 기대, 그리고 Vertical AI

챗GPT가 세상에 공개된 지난해 11월, 그보다 앞서 메타는 과학문헌 생성 인공지능 도구 갤럭티카(Galactica)를 출시했다. 그러나 해당 모델은 인종차별적이고 부정확한 내용을 생성하면서 출시 3일만에 폐쇄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보다 앞서 8월에는 GPT와 유사한 챗봇 블랜더봇-3(BlenderBot 3)를 공개했다. 그러나 이 역시 답변의 수준이 낮아 큰 반향을 불러오지 못했다.

가슴 아픈 실패를 뒤로하고, AI에 대한 열풍 속에서 메타는 지난 2월 LLaMa(Large Language Model Meta AI)를 발표했다. 해당 모델은 비용 절감 측면에서 뛰어나며 학계 등을 중심으로 오픈소스로 제공된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얼마 후 전체 모델이 외부로 유출되면서 주변의 우려를 샀으나 오히려 이를 통해 인공지능 개발 시도가 늘어났다는 분석도 있다.

대부분의 시각은 메타가 현재 GPT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쟁에 직접적으로 뛰어들진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타의 CEO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는 궁극적으로 사람을 돕는 “AI 페르소나”를 개발하고 자사의 서비스인 왓츠앱과 인스타그램, 메시저 등에 적용할 수 있는 AI를 개발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AI 페르소나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현재 인력 감축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메타가 AI 경쟁에서 우위를 보일 수 있는 영역으로 메타버스를 다시 불러오는 시각도 일부 존재한다. 현재 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가 결국은 기존의 검색이나 업무 자동화 등의 기능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키보드와 마우스가 없는 메타버스 세계는 AI가 보다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이러한 시각에 무게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가시적 성과는 없지만 메타는 메타버스 연결을 위한 헤드셋 등의 디바이스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AI 기반 메타버스의 미래상을 제시할 수 있는 주요 기업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기대는 비교적 AI 개발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애플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이미 GPT의 인기로 인해 애플이 생성형 AI 개발에 대한 재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타났으며, 이미 시리 등의 약(弱)인공지능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역량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애플이 올해 MR(Mixed Reality) 헤드셋을 출시할 것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하드웨어 시장에서 큰 잠재력을 보유한 애플의 새로운 기기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기대가 침체된 메타버스 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드웨어 역량을 바탕으로 다른 AI 중심의 기업들과 협업도 가능할 수 있다.

또한 이미지와 영상 중심의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어도비도 며칠 전 생성형 AI인 어도비 파이어플라이(Adobe Firefly)를 선보였다. 기존에 자사가 구축하고 있는 어도비 생태계에 클라우드 API를 통해서 AI를 적용시킴으로써 사용자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자사의 주요 고객인 크리에이터들의 관여도가 높은 저작권 및 표절과 관련된 문제 해결을 위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이와 같은 시도들은 번역이나 법률, 의학 등과 같이 특정 영역에 보다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직적(Vertical) AI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작된 레이스, 국내 AI의 미래는

이처럼 다양한 기업들이 AI 서비스를 앞다투어 소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의 대표적인 IT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AI 경쟁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먼저 국내의 대표적인 검색엔진을 보유한 네이버는 대규모 AI 모델 하이퍼클로바(HyperClova)를 바탕으로 서치GPT를 선보일 예정이며, 카카오는 한국어 특화 AI모델인 KoGPT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AI 서비스를 선보일 전망이다. 이들 두 서비스는 해외의 AI 모델이 한국어 학습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한국어의 특장점을 살린다는 강점을 지닐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전체 데이터의 수나 인프라, 규모 등에서 매우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려운 경쟁이 되겠지만,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자국 검색엔진을 운영하는 두 기업의 역량이 다시금 발휘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특히 얼마 전 생성형 AI 스타트업인 ‘뤼튼테크놀로지스’가 GPT 4.0과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 자체 언어모델을 카카오톡과 결합한 대화형 챗봇을 출시하는 등 새로운 스타트업의 약진도 기대되는 가운데, 규제완화나 지원 등 국가 차원에서의 고민도 더욱 커져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반론보도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