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진행되고 있는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은 중동에서 처음 열리는 대회로, 고온다습한 기후로 인해서 그동안 6~7월 여름에 대회가 개최되었던 것과 달리 11월 말이 되어서야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월드컵은 단일 스포츠 종목으로는 가장 큰 인기를 구가했기에 그간 많은 브랜드들의 마케팅 전쟁이 벌어지고는 했다. 이번 대회는 다양한 이유로 인해서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지만, 그럼에도 혹은 그렇기 때문에 몇 가지 시사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갈수록 높아지는 브랜드의 사회적 목소리, 모순으로 인한 진정성 의심 경계

단언컨대 월드컵과 같은 대규모 글로벌 이벤트는 브랜드의 인지도와 능력을 보여주기엔 더할 나위 없는 기회이다. 세계 시장의 진출을 위해서 우리나라의 주요 기업들도 월드컵과 같은 메가 이벤트에 큰 관심을 보였고, 특히 현대-기아자동차가 지난 2002 한일월드컵을 기점으로 이번 대회에 이르기까지 공식 후원사로서 장기계약을 통해 각별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몇몇 기업들은 FIFA 및 개최지 등의 사회적 논란을 강조하면서 후원을 중단하거나 숨기는 모습을 보이고도 있다. 이미 지난 2015년에 러시아 및 카타르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뇌물이 있었다는 스캔들로 인해서 기존의 후원사였던 Sony와 Continental 등이 2018년도 월드컵부터 후원을 중단한 사례가 있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특히 여성과 이주 노동자, 성소수자 등의 인권과 관련된 논란이 부각되면서 다수의 브랜드가 이에 대한 적극적 비판 메시지를 내면서 후원을 중단하기도 했다. 영국의 Guardian이 지난해 카타르의 경기장 건설 과정에서 이주 노동자 약 650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하면서 이와 관련된 논란은 영국을 중심으로 힘을 얻고 있는데, 영국 공영방송 BBC는 개막식을 생중계하지 않았으며, 스포츠음료 브랜드 Lucozade는 자사의 브랜드를 노출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등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덴마크 국가대표팀을 후원하는 스포츠웨어 브랜드 Hummel 역시 SNS를 통해서 이주 노동자에 대한 애도의 의미로 검은색 유니폼을 발표했다. 특히, 유니폼에서 자사의 브랜드 로고를 숨기는 등 전체적으로 ‘톤 다운(tone down)’이 된 유니폼을 제작하면서, 국가대표팀을 후원할 뿐 월드컵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Hummel의 덴마크 국가대표 유니폼, 출처 : Instagram @hummelsport
▲Hummel의 덴마크 국가대표 유니폼, 출처 : Instagram @hummelsport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브랜드의 사회적 목소리를 요구하는 브랜드 액티비즘(BrandActivism) 트렌드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기업이 이러한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지는 일종의 ‘구속력’을 보여준다는 시각도 있다. 일부 후원사가 과거에 여성이나 성소수자 등과 관련된 사회적 목소리를 냈었던 만큼, 이번 월드컵을 후원하는 것은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진정성 논란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서 기존 후원사들의 고민이 커졌다는 해석이다. 혹은, 이러한 후원이 향후 새로운 메시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위기감도 있을 수 있다.

다만 여전히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인지도를 높이고자 하는 브랜드들도 다수 존재한다. 특히 비교적 사회적 목소리와 거리를 보이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은 이미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부터 빈자리를 채우면서 FIFA의 수익에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이들의 존재감은 두드러지는데, GlobalData에 따르면 중국 기업은 2022년 월드컵에서 약 14억 달러를 후원하면서 국가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분간 이와 같은 중국 기업들의 스폰서십 열풍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들도 인지도를 확보한 이후에는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새로운 변화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월드컵의 본질, 축구를 통한 글로벌 화합

월드컵의 본질은 축구라는 스포츠를 통해서 다양한 국가와 문화의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식 파트너사인 McDonald’s와 같이 다양한 국가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에게 가장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보통은 각 국가의 특성에 맞춰서 다양한 방식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활용하지만, 글로벌 이벤트를 앞두고서는 통합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선보인 새로운 광고 “Wanna Go to McDonald’s?” 역시 축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출신 국가도, 인종도, 언어도 다른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가 축구와 McDonald’s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해당 광고는 비교적 익숙한 형태지만, 아무나 전달할 수는 없는 메시지라는 점에서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자산의 강점이 두드러지고 있다.

▲Wanna Go to McDonald’s?, 출처 : YouTube @McDonald’s
▲Wanna Go to McDonald’s?, 출처 : YouTube @McDonald’s

또 다른 공식 파트너사인 Adidas는 자사가 후원하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국가 간 화합을 선보였다. “Family Reunion”이라는 제목의 해당 캠페인은 아르헨티나의 축구 선수 Messi를 필두로 우리나라의 손흥민 선수를 포함한 주요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만으로도 큰 존재감을 보여준다. 다만, Adidas는 자사의 브랜드 정체성에 맞춰서 축구와 선수에게 보다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Messi에게 이번 대회가 마지막 월드컵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Adidas는 “The Impossible Rondo”라는 제목으로 지난 16년간 5개의 월드컵에 출전했던 5명의 Messi를 모두 하나의 광고에 출연시킴으로써 일종의 헌사와 같은 존중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Adidas의 월드컵 광고, 출처 : YouTube @adidas / YouTube @adidas Football
▲Adidas의 월드컵 광고, 출처 : YouTube @adidas / YouTube @adidas Football

특히 해당 광고에서 찾아볼 수 있는 최근 마케팅 트렌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딥페이크(deepfake) 영상의 활용이다. 해당 광고 영상은 대역이 촬영한 후에 Messi의 과거 사진과 영상을 토대로 이미지를 덧칠함으로써 ‘불가능한’ 영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는 Adidas가 유지하고 있는 슬로건 “impossible is nothing”을 연상시키는 훌륭한 광고물로 평가받고 있다.

가장 큰 경쟁사인 Nike 역시 이와 유사한 방식을 활용함으로써 이러한 트렌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축구 팬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할 과거와 현재의 선수 간 경쟁을 “Footballverse” 캠페인을 통해서 보여준 것이다. 해당 영상에서는 Nike가 후원했던 과거의 전설적인 선수들과 현재의 떠오르는 선수들이 한곳에 모여서 시합을 하는데, 이 역시 딥페이크 기술이 활용되어 시공간을 초월한 화합을 보여주었다. 또한 Nike의 이번 광고에서는 영화 등의 콘텐츠에서 유행했던 ‘멀티버스(Multiverse)’ 외에도 몇 가지 최근 트렌드를 더 찾아볼 수 있는데, ①Nike의 2002년 광고 “The Cage”를 연상시키는 노스탤지어 ②남성 선수들뿐만 아니라 여성 선수들의 출연 ③Netflix등에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메이션 트렌드를 반영한 만화 캐릭터의 등장 ④Roblox와의 협력으로 만든 가상 세계 Nikeland를 연상시키는 메타버스 이미지 활용 등과 같이 세세한 부분에서 다양한 트렌드를 담고자 노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Nike의 Footballverse, 출처 : Nike
▲Nike의 Footballverse, 출처 : Nike

이러한 기술적인 발전이 마케팅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월드컵의 주요 장면을 표현한 예술 작품을 NFT로 만들어서 배포한 Visa와 crypto.com의 협업 전략도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Nike의 이번 광고가 가진 가장 큰 시사점은 Nike가 FIFA의 공식 후원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즉, 이는 FIFA의 규제를 피한 매복 마케팅(Ambush Marketing)의 일환이었던 것이다.

11월의 월드컵과 크리스마스가 가져온 연간 마케팅 예산 계획의 혼란

허가받지 못한 기업이 월드컵이라는 명칭이나 로고 등을 활용하여 마케팅을 진행하는 경우 벌금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많은 기업들이 큰돈을 주고 파트너사 등의 자격을 얻고자 노력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큰 규모의 비용 때문에 이러한 스폰서십의 효율성에 대한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따라서 공식적인 후원보다는 마케팅 기법을 통해서 이슈의 화제성만을 가져오는 전략을 구사한다. 앞서 언급한 Nike 역시 월드컵이란 명칭이나 로고 등은 전혀 활용하지 않았지만, 해당 광고를 월드컵 개막 하루 전에 공개함으로써 시기와 내용 등을 통해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월드컵 광고처럼 오인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번 월드컵은 이러한 스폰서십의 어려움을 더하는 요소가 하나 더 있었는데, 바로 유통 및 소비재업계의 최대 이벤트인 크리스마스가 가깝다는 것이다. 연간 예산 계획에서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크리스마스에 집중하기 위해 월드컵을 포기한 기업도 다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영국의 식료품점 Aldi정도만이 메인 캐릭터인 당근 ‘Kevin’을 활용하여 Nike의 2002년 앰부시 마케팅 광고를 패러디함으로써 월드컵 이슈를 가져가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여전히 국내외에서 많은 중소규모 브랜드들이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면서 불법 혹은 편법적인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어, 이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부 존재한다.

▲Aldi의 Feast of Football, 출처 : YouTube @AldiUK
▲Aldi의 Feast of Football, 출처 : YouTube @AldiUK

문화적 차이로 인한 불확실성

글로벌 기업들에게 타국의 문화적 차이를 고려한 마케팅 활동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생각지 못한 실패 사례는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이번에 나타난 주류회사 AB InBev의 맥주 브랜드 Budweiser 역시 안타까운 사례로, 주류 구매가 제한되는 카타르 현지 문화를 고려하여 사전에 FIFA등과 조율을 마쳤으나, 개회 시작을 앞두고서 판매가 금지되는 곤란에 빠지게 되었다. Budweiser는 결국 우승하는 국가에게 판매를 위해 준비했던 모든 맥주를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강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FIFA에게 다른 보상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맥주 판매 금지 소식에 대한 Budweiser의 반응, 출처 : Twitter @Budweiser
▲맥주 판매 금지 소식에 대한 Budweiser의 반응, 출처 : Twitter @Budweiser

동시에 이와 같은 불확실성에 있어서 도수가 없는 무알콜 맥주를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전개하는 등 다른 해결 방안도 같이 모색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전후로 나타났던 MZ세대들의 저도주 트렌드가 결국 무알콜까지 이르렀다는 점에서 훌륭한 대안 전략으로 평가된다.

문화 강국 대한민국이 되어가는 길

월드컵 관련 마케팅에서 나타난 마지막 트렌드는 문화 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는 점이다. BTS의 정국이 월드컵 개막식 공연을 진행했을 뿐만 아니라, 현대-기아자동차를 포함하여 7개 밖에 없는 공식 파트너사의 광고 중 세 편의 광고에서 우리나라의 문화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Hyundai의 Goal of the Century X BTS, 출처 : YouTube @HyundaiWorldwide
▲Hyundai의 Goal of the Century X BTS, 출처 : YouTube @HyundaiWorldwide

먼저, 국내 기업인 현대차는 얼마 전 BTS가 발표했던 신곡 ‘Yet to come’을 기반으로 ‘Goal of the Century’라는 캠페인과 곡을 발표했다. 해당 광고는 지속가능한 세상을 꿈꾸는 ESG 요소를 중심으로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특히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BTS의 영향력을 온전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K-Pop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앞서 언급했던 McDonald’s의 광고에서는 다양한 국가의 일반인들 속에서 또 다른 K-Pop 아티스트인 ITZY가 한국을 대표하여 등장하기도 했다.

또한, 앞서 언급한 Adidas의 광고에서도 손흥민 선수가 등장함으로써 스포츠 내에서도 한국의 위상이 점점 높아짐을 알 수 있었던 가운데, Adidas는 한국 선수만을 출연시킨 별도의 광고를 제작하기도 했다. 특히, 해당 광고에서는 오징어게임의 캐릭터가 출연함으로써 음악과 스포츠, 드라마/영화 등의 문화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한국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러한 문화적 위상이 대부분 국내 기업 또는 개인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국가는 전면에 나서서 직접 무언가를 전달하는 것보다는 정책 등을 통해서 국내 기업들을 지원하는 것이 주요 역할인 것은 맞지만, 엔데믹과 함께 다시금 국가 간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현시점에서 이번 월드컵은 국가가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기에 적합한 기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이번 월드컵을 한국관광 홍보의 계기로 활용하기 위해 현지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므로, 차후에는 국내 기업이나 개인뿐만 아니라 정부와 공공기관 역시 보다 위상을 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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