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원의 ENM 리포트 (Entertainment and Media Report)

 

드라마, 영화, 웹툰, 플랫폼 등 새로운 소프트파워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 콘텐츠-미디어 산업의 현황을 점검하고, 최근 트렌드 분석을 통해 마케터에게 혜안(慧眼)을 제시한다.

이미 고유명사로 자리한 대표적 검색 엔진 Google은 우리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소셜 미디어의 열풍을 불러온 Facebook은 우리의 친구가 누구인지를 알고 있다. 그리고 이커머스 업계를 이끌어 온 Amazon은 우리가 무엇을 구매했는지, 혹은 구매하려고 하는지를 알고 있다.

이들 세 기업은 현재 글로벌 디지털 광고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특히 Amazon의 광고수입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Walmart와 같은 동종 업계의 광고 사업 역시 규모를 더해가면서 이커머스 플랫폼 내 광고지면의 가치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검색 광고와 소셜 미디어 광고를 지나, 디지털 광고의 세 번째 물결로서 Amazon과 같은 리테일 미디어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제3의 물결, 리테일 미디어 시장의 성장

리테일 미디어(Retail Media)란 유통업 플랫폼이 지닌 광고 미디어로서, 온라인 쇼핑몰의 배너 광고나 검색 광고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구매처 또는 구매 시점에 고객에게 노출되는 광고 또는 사업자로서, 소비자 접점인 유통 채널이 광고가 게재되는 미디어적 성격을 지님을 강조한다.

리테일 미디어가 주목을 받고 있다는 현상은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 3월, 디지털 마케팅 시장 분석기업 eMarketer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디지털 리테일 미디어 광고비는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2024년에는 약 600억 규모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디지털 광고 중 약 19%를 차지하는 규모로, 검색 엔진과 소셜 미디어가 지배하고 있던 디지털 광고 시장 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리테일 미디어의 위상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미국 디지털 리테일 미디어 광고비 규모 (단위 : 십억 달러), 출처= eMarketer, (2022. 03). US Digital Retail Media Ad Spending
미국 디지털 리테일 미디어 광고비 규모 (단위 : 십억 달러), 출처= eMarketer, (2022. 03). US Digital Retail Media Ad Spending

무엇보다, 이와 같은 리테일 미디어가 새로운 물결로서 주목을 받은 것은 다양성의 증대로 인한 시장의 성숙에 있다. 이미 Amazon은 광고 업계에서도 큰 존재감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특정 기업의 독자적 성과에 가까웠으며, 전반적인 시장의 성장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물론 이커머스의 중요성은 계속해서 강조되었기 때문에 Walmart와 같은 기존 대기업들을 포함하여 온라인 유통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시도는 지속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면서 플랫폼 내 광고 지면도 가치를 더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전염병대유행으로 인해 이커머스 업계 전반이 성장하면서 다양한 플랫폼이 안정적으로 자리했고, 이들 플랫폼 내 광고의 효율과 효과도 증대하면서 리테일 미디어가 새로운 물결로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실제로 지난 6월 McKinsey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광고주 188명 중 약 80%가 Amazon 외에 적어도 1개 이상의 리테일 미디어를 사용한다고 응답했으며, 리테일 미디어를 활용한 경험이나 활용할 계획이 없다는 응답은 1%에 불과했다. 특히 자동 입찰 등의 방식을 활용하는 디지털 광고 플랫폼의 경우 경쟁 광고주가 많아질수록 광고 효율이 저하되기 때문에 이러한 다양성의 증대는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리테일 미디어의 강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리테일 미디어가 두각을 나타낸 가장 큰 요인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이커머스 업계의 성장이다.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온라인 쇼핑몰의 이용 비중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소셜 미디어 등에 비해서 전반적인 이용자 수, 즉 디지털 리테일 미디어의 타겟 오디언스가 부족하다는 한계를 보였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온라인 쇼핑 플랫폼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디지털 리테일 미디어도 성장하게 되었다. 다만, 이러한 규모적 성장 외에도 디지털 리테일 미디어는 몇 가지 강점을 지니고 있다.

먼저, 리테일 미디어의 가장 큰 특징은 고객의 제품 구매 시점(point of sales)에 광고가 노출된다는 점이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 접속한 이용자 중 대부분은 이미 구매를 마음먹었거나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시점에서의 광고가 더욱 큰 효과를 지니게 된다.

특히,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가 제품 검색에 있어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와 달리, 미국이나 유럽 등의 해외 국가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 전 탐색 과정에 있어서 검색 엔진인 Google보다는 Amazon이나 Walmart와 같은 유통 업체에서의 제품 검색을 선호하기 때문에 리테일 미디어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또한,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 광고 사업은 수익률이 높다는 강점을 지닌다. 제품 원가의 비중이 큰 유통업과 달리, 리테일 미디어는 플랫폼 구축을 위한 초기 투자 비용과 유지비를 제외하면 추가로 투입되는 비용이 적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Amazon이나 Walmart와 같은 외부 플랫폼을 이용하던 제조사들 다수가 최근에는 자체 쇼핑몰을 구축했기 때문에, 실제로 이들도 큰 전환 비용 없이 리테일 미디어 사업을 병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독립 플랫폼은 상대적으로 오디언스 규모는 작지만, 취급 상품이나 주 고객 특성 등에 따른 차별화를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최근 디지털 광고 업계에서 제 3자 쿠키(3rd-party cookies) 수집이 중단되고 있다는 환경적 요인도 리테일 미디어의 중요성을 더한다. 외부 플랫폼의 고객 정보 수집이 제한되면서, 리테일 미디어가 플랫폼을 통해 수집한 구매나 검색 등의 고객 정보(1st-party data)가 상대적으로 더욱 큰 경쟁력을 지니게 된 것이다. 특히, 리테일 미디어의 경우 제품 인지나 검색, 구매, 피드백 등의 모든 고객 여정이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통합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와 같은 데이터의 활용도가 더욱 높아지고, 광고 효율 증대 역시 기대할 수 있다.

공공영역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까

이처럼 리테일 미디어는 이커머스 업계가 성장한 오늘날 여러 강점을 기반으로 다양성을 확보하면서 광고주와 플랫폼 사업자 모두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아쉽게도 직접적인 제품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는 대다수의 공공영역과는 관계가 없는 일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양한 기념품을 판매하는 국가나 도시의 관광 관련 부서 또는 문화재단 등이 전자상거래에 더 큰 관심을 둔다면 리테일 미디어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한국 관광 기념품을 제작하는 한 스타트업의 제품이 아마존을 통해 판매되면서 한국과 서울에 대해 조금 더 알리는 계기가 되었음이 지난해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이미 구매 과정의 디지털 전환이 일어난 오늘날, 이와 같은 제품 판매도 공공외교 측면에서의 영향력을 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만약 한국과 관련된 우수한 기념품을 제작하여 Amazon을 통해서 판매하고, 이때 리테일 미디어 광고를 활용한다면, 단순히 제품 판매 증대뿐만 아니라 한국을 소개하는 웹페이지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어 국가 브랜드 제고와 같은 외교적 성과에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우수한 기념품을 제작하는 것이 가장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 몇몇 우수 사례를 통해 공공영역에서도 YouTube의 활용도가 높아진 것과 같이 언젠가는 우수한 사례가 나타나 새로운 전환을 이끌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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