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모래시계, tvN 응답하라, JTBC 스카이캐슬의 공통점은 대중적인 인기는 누리지 못했던 TV채널을 전 국민에게 강렬하게 인식시킨 드라마다. 그만큼 드라마는 방송사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평가받아 왔다.

특히 KBS의 드라마는 한류 열풍의 선봉 역할을 했다. 일본 사회에 신드롬까지 일으킨 겨울소나타에 이어, 태양의 후예는 ‘한류의 정점’이란 외신보도까지 나오며 세계의 드라마란 평가를 받았다.

오늘날에도 K-드라마의 위상은 결코 낮지 않다. 시즌2 방영을 앞둔 오징어게임은 1조원(추정치)을 벌어들이며 한국 드라마가 넷플릭스 최대의 히트작이 됐다. 디즈니+는 역대 국내 최대 제작비인 500억원을 투자해 만든 드라마 ‘무빙’을 오는 8월 9일 공개한다.

오겜으로 넷플릭스 1조원 벌 때, 국내 제작사는 40억원만 가져가

그러나 본질적으로 이들은 K-드라마가 아닌 글로벌 드라마에 가깝다. 우리가 K-드라마가 세계를 뒤흔든다고 열광할 때, 막상 열매(수익)는 글로벌 OTT업체가 가져가기 때문이다. 그 예로 오징어게임의 경우, 넷플릭스는 1조원을 벌어들였지만 국내 제작사는 254억원을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제작비를 제외하면 제작사가 벌어들인 순수익은 약 4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미국 매체인 LA타임즈조차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으로 9억달러(약1조원)를 벌어들였지만, 작가 겸 감독인 황동혁 감독은 명성 외에 어떤 것도 얻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콘텐츠의 흥행 여부에 관계없이 제작사와 배우, 감독은 사전에 계약된 제작비만 가져가기 때문이다. “K-드라마가 넷플릭스 하청기지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연합뉴스 사진 / 넷플릭스 자료
△ 연합뉴스 사진 / 넷플릭스 자료

이런 가운데 국내 유통사(방송사)가 만든 드라마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는 아침 드라마 → 월화 드라마 → 수목 드라마 순으로 중단 또는 폐지 절차를 밟았다. 일부 종편에서는 드라마가 아예 사라졌다.

드라마 제작비가 회당 평균 10~15억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광고수익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OTT들은 회당 20~3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경쟁력에서도 밀리니 방송사들은 비용이 적고 수익이 높은 예능 프로그램의 비율을 늘릴 수 밖에 없다. 메이저 방송사들의 이러한 변화는 종내에 국내 방송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은 자명한 일이다.

광고업계 종사자는 “드라마가 방송사의 상징과도 같은데 드라마는 줄고 예능만 만든다. 예능도 같은 출연진, 비슷한 포맷이라 콘텐츠의 차별성이 떨어진다”며 “TV가 올드하다는 선입견과는 달리 상반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들 가령, 닥터 차정숙, 낭만닥터 김사부, 구미호뎐 같은 작품은 10대서도 높은 시청률이 나왔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TV와 디지털을 통합해 광고를 판매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상파방송 관계자는 “디지털과의 통합 광고판매 이야기는 이전부터 나왔지만 OTT 멤버십과 기존 관계사들과의 계약 등 유통 구조상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며 “제작비 부담을 감안해 출연진을 특A급으로 캐스팅하기보다 A급 주연과 신인들로 구성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또 아시아권 OTT 진출과 유통을 통해 수익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고 밝혔다.

저작권법 개정안 발의, 업계는 "현실 반영 부족하다" 비판

정치권에서도 K-콘텐츠의 추가 보상 문제를 파악하고 지난 22일 임요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영상 창작자의 정당한 보상을 위한 저작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영상 저작물의 저작자와 실연자가 권리 양도 후에도 매출에 비례한 보상을 제작자로부터 지급받게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한국방송협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한국OTT협회 등 5개 방송단체로 구성된 ‘미디어플랫폼 저작권 대책연대(이하 플랫폼연대)’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저작권 관련 네 개 법안이 일방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며 신중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플랫폼연대는 “연출자·각본가에게 콘텐츠로부터 발생한 손실과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연출·집필료는 지급하고, 손실은 미디어 업계가 모두 부담하는 현 구조에 대한 고려 없이 오직 수익이 발생하는 한정적인 경우만을 대상으로 일방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내용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신중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 없는 성급한 입법 추진에 반대하며, 국내 영상 산업 전반이 함께 보호받고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내 창작자와 영상 산업이 함께 보호받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의 드라마가 G-드라마(글로벌 드라마)로 변질될지, K-드라마로 남을지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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