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밴드 '퀸'을 소재로 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누적 관객 5백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의 흥행에 '퀸'의 음악을 듣고 자라지 않은 20~30대 세대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일보 최현미 문화부 부장은 28일 <보헤미안 랩소디와 세대 공감>라는 제목과 함께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에 대해 진단하며 젊은 세대의 ‘*새로운 복고 뉴트로(New-tro)’ 현상을 조명했다.

*과거를 모르는 1020세대들이 옛것에서 신선함을 찾는 현상

최 부장은 ‘‘뉴트로’로서 ‘보헤미안 랩소디’가 보여준 새로운 해석은 퀸과 퀸의 음악 그리고 머큐리가 지금 젊은이들과 공명하는 현대성“이라며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전 비교적 풍요로웠던 한국에서 태어나 많은 것을 보고 자랐지만 결국 세상에 나와 보니 불황과 실업에, 분노로 가득 차고 권위적인 문화가 팽배한 한국 사회에서 좌절한 젊은 세대들이 그에게서 위로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음악 영화의 역주행은 한국 젊은 세대들이 우리(어른들)에게 토로하는 ‘말’이기도 하다”며 “‘내가 젊었을 땐 퀸이…’라는 이야기에 그치지 말고 이 ‘말들’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현실에선 어려운 세대 간 대화가 이 위대한 뮤지션을 통해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고 전했다.

다음은 문화일보에 게재된 <보헤미안 랩소디와 세대 공감> 전문이다.
 

보헤미안 랩소디와 세대 공감

요즘 어디를 가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이야기이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지난 주말 관객 400만 명을 돌파해 ‘레미제라블’이 세운 역대 음악영화 최고 기록을 넘보고 있다. 관객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싱얼롱 상영’이 이어지고 오랫동안 관심 밖이었던 프레디 머큐리 관련 책들도 30∼40배나 판매가 급증했다. 영화 때문에 말 그대로 한국에서 그룹 ‘퀸’과 프레디 머큐리가 새로 발견되고 있다.

실제로 영화의 최대 관객 군은 ‘퀸’에 낯선 20대다. 예매정보만으로 모든 것을 정확히 파악할 순 없지만 한 멀티플렉스의 예매순위를 보면 20대가 가장 많고 이어 30대, 40대, 50대, 10대 순이다. 음악 사이트에서 ‘퀸’ 노래를 가장 많이 듣는 이들 역시 20대다. 사실 이 같은 관객 분포 자체는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2000년대 초반 영화가 흥행하려면 연령별 관객이 M자 분포곡선을 보여야 한다는 일명 M형 분석이 나왔었다. 10대와 40대, 부모와 자녀 세대가 함께 봐야 그 영화가 대박을 친다는 해석이었다. 지금의 관점에선 ‘뉴스’도 아닌 것 같지만, 당시엔 문화적인 386 세대가 10대 자녀를 둔 부모가 되어 자녀와 한 작품을 같이 즐기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보헤미안 랩소디’는 M자 곡선이 아니라 젊은층이 더 열광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 때문에 이는 ‘뉴트로’ 현상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돌아온 복고 레트로(Retro)가 아니라 새로운 복고 뉴트로(New-tro). 최근 트렌드 전문가 김난도 서울대 교수도 중장년을 대상으로 지난날 향수에 호소하는 복고와 달리 과거를 모르는 1020세대들이 옛것에서 신선함을 찾는 뉴트로가 내년도 주요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하루만 지나도 모든 것이 낡아 버리는 어지러운 속도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모두가 행복을 자랑하고 과시하는 피곤한 시대에 지쳐 이제 화려하고 완벽한 것보다 오히려 낡고 오래된 것에 마음이 가는 감성과 연결된 트렌드이다. 다만 뉴트로의 핵심은 과거의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새로운 해석에 있다.

‘뉴트로’로서 ‘보헤미안 랩소디’가 보여준 새로운 해석은 퀸과 퀸의 음악 그리고 머큐리가 지금 젊은이들과 공명하는 현대성이다. 당연히 전설의 퀸 음악에 대한 새로운 팬덤도 분명하지만 세대 간 대화는 끊어지고 마음 터놓고 대화하기도 쉽지 않은 시대에 스스로 약자였고 ‘마음 쉴 곳 없는 사람들을 위해 노래’한 머큐리, 또 비록 소수지만 ‘내가 누구인지는 내가 결정한다’며 누구도 자기 인생에 함부로 간섭하지 말라는 그의 ‘선언’에 젊은 세대들이 마음을 포갤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전 비교적 풍요로웠던 한국에서 태어나 많은 것을 보고 자랐지만 결국 세상에 나와 보니 불황과 실업에, 분노로 가득 차고 권위적인 문화가 팽배한 한국 사회에서 좌절한 젊은 세대들이 그에게서 위로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음악 영화의 역주행은 한국 젊은 세대들이 우리에게 토로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니 ‘내가 젊었을 땐 퀸이…’라는 이야기에 그치지 말고 이 ‘말들’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현실에선 어려운 세대 간 대화가 이 위대한 뮤지션을 통해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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