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대선에 맞춰 ‘재벌개혁’ 대선공약이 경쟁적으로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언론들이 포퓰리즘식 공약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한국일보는 19일 <‘재벌개혁’ 대선공약, 경제 활력 살리는 방향이어야>라는 사설을 게재하고, “ 재벌개혁이 합리적 절차와 범위에서 단계적으로 행해지고, 최종적으로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특히 대선 후보들의 경제공약에 대한 실현가능성을 두고, 대한상공회의소의 지적을 인용, “도둑 잡으려고 야간통행을 전면 금지하는 격이어서는, 선거를 앞두고 으레 유권자 앞에 던져지는 종합 포퓰리즘 세트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일보는 “대기업의 부조리한 행태에는 철퇴를 가하되, 정상적 기업활동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약속한 재벌개혁은 그저 대중정서를 자극해 표를 얻으려는 구태정치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다음은 19일에 게재된 한국일보 사설 전문이다.
 

‘재벌개혁’ 대선공약, 경제 활력 살리는 방향이어야

대선 후보들의 경제공약을 보면 차기 정부에서 대기업은 지금보다 훨씬 더 혹독한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주요 후보들이 입을 모아 재벌개혁을 약속한 때문이다. 후보들은 상법과 공정거래법 등을 개정해 대기업과 대주주의 전횡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대기업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들의 공약은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 상법 개정, 지주회사 요건강화, 공정거래위원회 권한강화 등 공정거래법 개정, 중대경제범죄 무관용 등이다. 하나 같이 재벌의 지배구조에 심대한 타격을 줄 만한 내용이다. 탄핵정국을 거치며 후보들의 선명성 경쟁이 격화한 결과로 해묵은 과제를 한꺼번에 입에 올린 듯하다.

문제는 이런 공약들의 실현가능성이다. 우선 상법이나 공정거래법 개정 등은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것들이다. 새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기업인에 대한 사면을 스스로 자제하는 것 정도가 고작이다.

아울러 재벌개혁의 구체적 지향점도 의심스럽다. 재벌개혁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탄핵정국을 초래했던 권력과 기업 간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다는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막연히 재벌을 손보겠다는 게 아니라면, 우리 경제 전체의 활력 제고를 함께 염두에 두어 마땅하다. 재벌개혁의 우선 목표인 경제력 집중 완화나 투명한 소유ㆍ지배 구조 형성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또한 대기업의 갑질을 억제하는 것만으로도 경제정의 실현이라는 사회적 요구와 통할 수 있다. 다만 경영권 승계를 앞두었거나 지주회사 전환을 염두에 둔 대기업에 커다란 심리적 부담을 주는 데 그치고, 결과적으로 경제활력을 되살리거나 일자리를 늘리는 데 기여하지 못한다면 이만저만한 본말전도가 아니다. 더욱이 대한상공회의소의 지적대로 “도둑 잡으려고 야간통행을 전면 금지하는 격”이어서는, 선거를 앞두고 으레 유권자 앞에 던져지는 종합 포퓰리즘 세트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재벌개혁이 합리적 절차와 범위에서 단계적으로 행해지고, 최종적으로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이뤄지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재벌개혁과 함께 기업에 대한 규제 혁파 등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노력도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대기업의 부조리한 행태에는 철퇴를 가하되, 정상적 기업활동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약속한 재벌개혁은 그저 대중정서를 자극해 표를 얻으려는 구태정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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