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르게 값인 메가 인플루언서, 회당 1억원도" 에서 이어집니다.)

인플루언서, 연예인만큼 영향력 커졌지만 시스템은 미비해,

성과 평가 체계와 광고산업으로의 편입이 필요하다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높아진만큼 그들의 언행이 구설수에 오르고 기사화되고 있다. 광고인들은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에서 어떤 어려움을 느끼고 그들이 생각하는 인플루언서 산업의 발전 방향은 무엇일까?  

커진 영향력만큼 모델로서 책임과 트레이닝 필요해

김아름 : 메가 인플루언서보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과 많이 협업하는 편이다. 수가 많다 보니 일일이 그들의 평판과 이력을 파악하기 어렵다. 콘텐츠 제작 후에 문제될 사실을 알게 되거나 댓글로 공격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케이스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리스크를 전부 사전 검토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긍정적 효과가 있으니 부정적 효과도 기업이 감수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조우리 : 우리 기업은 광고 사전심의 제도가 있다. 인플루언서가 만든 콘텐츠가 잘못된 표현이나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할 경우 행정 처분이 된다. 그래서 사전 통제에 대해 인플루언서도 이해를 하고 콘텐츠 각색을 하는 편이다.

부정적 요소을 보면 요즘 인플루언서들의 활동이 기사화되는 경우가 많다. 가령 커플 인플루언서가 폭력 사건으로 헤어지면 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통제 불가능의 영역이기 때문에 기업은 인플루언서를 관리하는 업체와 계약을 맺는다. 문제 발생시, 약속된 비용의 절반만 주거나 촬영·제작비만 책임지는 수준에서 정리하고 있다.

유승철 : 인플루언서들에게 대학교 강의를 요청하기도 했었다. 이들은 유튜브로서는 말을 잘 하지만 실제 대면으로 공중과 소통할 때는 인터뷰 스킬이 많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별도의 미디어 트레이닝을 안 받아봤고 이를 도와줄 매니저가 없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강의 중에 비속어를 섞거나 성차별적 표현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별도의 트레이닝이 없는 점이 위험성을 가져온다고 보인다. 한국의 인플루언서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대중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체계적인 교육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다운 : 자사 제품은 순환 주기가 굉장히 빠른 편이다. 이 점을 인플루언서들도 알고 마케팅 일정이 얼마 안 남으면 비용 조율을 시도한다. MCN이 중간에서 조율하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여전히 그들의 입맛에 맞춰 진행하는 방식이 만연하다.

비용은 연예인만큼 비싼데 연예인들과 달리 공인으로서의 책임감, 기사화 부담이 적다보니 실무자 입장에서는 활용에 어려움이 많다. 통제가 어려운 부분이 기업이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기피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유승철 : 한편으론 한국에서는 인프루언서에 대한 윤리적 기대치가 너무 높다는 생각이다. 또 인플루언서가 강력한 (광고)매체가 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브랜드 마케팅보다 퍼포먼스 마케팅에만 이용된다는 점도 한계로 느껴진다.

기업이 장기적 플랜으로 마케팅 목적에 맞춰 인플루언서를 활용하기보다 단기적 성과를 뽑아 내겠다는 단순한 의도를 갖고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그 결과 인플루언서 산업이 커져도 마케팅 엔진으로 성장 못하고 단기적 이벤트 도구로 그치고 있다고 본다.

이강산 : 메가 인플루언서는 비용도 상당하고 기업에서 특별한 계약 조건을 제안하기 어렵다. 경쟁사 비난이나 무분별한 언행에 대한 주의만 요청하는 정도다. 이것도 가이드라인이지, 안 된다고 강요하지 않는다. 애초에 이들은 본인을 공인으로 인식해 비방, 욕설 등은 하지 않는다.

조회 수는 작지만 팬덤이 있고 카테고리에 영향을 미치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과도 적극적으로 계약을 맺고 협업한다. 미풍약속에 어긋나는 언행들은 해촉의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계약하는 경우도 있었다.

오대한 : 인플루언서가 이제는 왠만한 TV 광고모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그만큼의 비용이 든다. 책임 소재가 중요해 에이전시를 통해 계약할 필요가 있다. 계속 시장이 커지고 있고 그만큼 리스크도 커지기 때문에 기업들이 디테일한 계약서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버추얼 인플루언서 활용은 기업마다 의견 엇갈려

정다운 : 사실 인플루언서와 일하면서 스케줄 사이클이 다른 점, 크리에이트 존중이나 비용 등 힘들었던 경험이 너무 많다. 그래서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한동안 많이 찾아 다녔다. 그러나 동작 하나하나를 기술로 만든다는 점에서 버츄얼 인플루언서가 톱스타보다 비싼 경우도 있다.

지금 MZ 사이에 탄탄한 팬층을 이루고 있는 버추얼 아이돌이 있다. 실제 아이돌 지망생 5명(사람)에게 필터를 씌워 버츄얼 아이돌로 활동한다. 트렌드가 빠른 업계는 버츄얼 아이돌을 쓰지 않을까 싶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비용 부분만 보완되면 시장의 확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우리 : 우리 회사는 업력과 제품들이 매우 오래됐다. 연예인 모델은 특히 여성은 머리에 뭘 얹는다거나 노후한 이미지를 기피한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그런 제약이 없고 오래된 브랜드가 그런 시도를 한다는 자체가 뉴스거리가 됐다.

마케팅 성패보다 시도 자체가 바이럴하기 좋은 요소였다. 그러나 버추얼 모델을 썼다는 점만 대중의 시선이 집중되어 본질은 잘 전해지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시도 자체로 이슈라이징은 되지만 본질적인 확산은 기대하기 어려운 형태 같다.

오대한 : 광고주 입장은 사람인지, AI인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결국 우리 기업에 도움이 되는지만 본다.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아무리 정교화하고 인간에 가깝다고는 하지만 광의의 개념의 소통같은 부분은 부족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계속 사람에 가깝게 진화 중이기 때문에 기업과 핏이 맞고 예산이 충분하다면 다양한 시도를 해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이강산 : 우리 회사는 비즈니스 사이즈가 크다 보니 소비자와 정서적 거리가 다소 먼 편이다. 그런데 버추얼 휴먼까지 모델로 나오면 진정성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어 아직은 활용해본 적이 없다. 다만 다른 계열사는 유튜브 영상에 실제 사람을 맵핑한 아바타를 쓰고 있다. 출연자가 지방 출장 등으로 녹화를 못하면 그 자리를 대신하는데 일종의 버추얼 인플루언서라 볼 수 있다.

기업-인플루언서 간의 표준계약서 유무

이강산 : 업계 표준계약서는 없는 것 같고 자사에서 만든 자체 표준계약서를 활용한다. 한 때 인플루언서의 표시광고법 위반 사례가 많이 나와 논란이 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사내 변호사와 함께 광고법에 근거한 별도의 계약서를 통해 준법기조를 만들어 갔다.

업체 등록을 한 기업형 인플루언서는 계약 진행에 문제가 없다. 다만 나노 인플루언서들은 크리에이터 데이 같은 행사에 초청해 자료를 주고 촬영과 크리에이팅 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때는 따로 계약이 없다. 콘텐츠 제작을 담보하는게 아니라, 만들어도 좋고 안 만들어도 그만인 자유로운 이벤트를 여는 것이다.

고도화된 성과 측정 체계 필요해

유승철 : 어떤 분야의 유튜버들 간에는 영향력에 따라 위계 질서가 있는 경우도 존재한다. 또 이런 영향력이 바로 ‘광고비’로 전환되기도 한다. 구독자가 더 많은 유튜버들이 적은 유튜버들 위에 군림하는 새로운 위계사회다. 그런데 특히 팔로워나 라이크, 쉐어 같은 수치는 조작도 상당히 많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무의식적으로 조작하는 경우도 많지만 대부분 비용을 주로 조작하게 된다. 이런 인플루언서 지표들을 검증, 평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본다. 인플루언서의 인기가 광고비로 전환되는 주의경제(attention economy) 마케팅 환경에서 지표 검증은 필수적이며 업계의 협업이 요구된다.

이강산 : 인플루언서를 선정할 때 다양한 기준을 가지고 관심 분야, 전문성, 콘텐츠 스타일, 시청자 호응 등을 살펴서 직접 찾거나 에이전시를 통해 소개받는다. 글로벌시장은 기자와 블로거, 인플루언서의 정보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상용 서비스들도 있어서 참고한다. 예를 들어 muckrack.com이란 상용 웹사이트 같은 서비스도 있다. 이 곳 웹사이트를 통해 그들의 영향력이나 평판을 보고 연락도 가능하다.

우리나라도 디지털 산업이 발전한 만큼 인플루언서들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디렉토리 같은 서비스가 있었으면 한다. 그래야 기업도 비용을 지불하고 계약할 때 좀 더 신뢰할 수 있지 않을까? 국내에도 유사한 서비스들은 있지만 제공업체마다 인플루언서 순위와 성과가 달라 그대로 믿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조우리 : 앞서 우리 기업의 인플루언서 관리 시스템을 설명했는데 업계에 그런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만들었다. 내부적으로 인플루언서별 협업 내용, 애로사항 등을 정리해 다양한 사업부와 공유한 것이다. 재밌는 점은 똑같은 인플루언서가 사내 두 개의 사업부에 전혀 다른 광고단가를 제시했다. 관리 시스템에 협조 안한 사업부는 적정 단가를 몰랐다.

이처럼 기업 내부에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지만 산업 표준이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단순 팔로워 수의 증감 같은 데이터가 아니라, 실제 비즈니스 태도라든지, 신뢰도, 구독자와의 관계, 진정성과 같은 (오각형) 척도가 제시됐으면 한다.

인플루언서 산업이 지금보다 발전하려면…

정다운 :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매체가 광고주와의 협업에 대한 교육을 해주었으면 한다. 시장을 뒷받침할 교육과 규제가 있어야 케이팝처럼 글로벌하게 성장하지, 돈벌이 수단으로만 인식해 선정적 콘텐츠가 늘어나면 결국 미디어시장에 안좋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

조민국 : 인플루언서들도 고객사의 브랜드 철학을 잘 이해하고 브랜드를 알린다는 책임감이 필요할 꺼 같다. 우리회사의 경우 앰버서더 제도를 만들어 인플루언서들을 관리하고 있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브랜드와 오랜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 브랜드의 앰버서더란 인식을 심고 있다. 대행사 입장도 결국 인플루언서가 잘 되어야 우리도 잘 되고, 기업도 잘 된다는 생각으로 상생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오대한 : 기업의 광고비가 매해 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인플루언서 비용도 다른 매체의 광고비를 줄여 집행하게 된다. 그럼 다른 매체보다 강점이나 역량을 가졌다고 판단해야 하는데 이게 일시적인 붐인지 평가가 필요하다.

다른 매체들은 다양한 컨퍼런스를 통해 검토해 보는데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보통 MNC이 자사 보유 인플루언서를 홍보하는데 그친다. 인플루언서에 대한 평가, 방향성을 이야기주는 3자가 필요하다.

유승철 : 인플루언서 수익이 대부분 ‘광고수익’이지만 인플루언서는 광고산업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광고산업으로 보질 않으니 당연히 품질 관리도 안 되는 것이다. 산업통계에 포함해 표준계약서도 만들고 광고 업계의 관례를 따르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은 장기적으로 인플루언서 각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본다. 그러나 인플루언서들을 모을 수 있는 공통적인 이해 관계를 가진 구심점이 없다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

정부 관계 기관이 중간서 조율해 줄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의 진흥기관들은 1인 미디어 산업의 진흥을 담당하고 있지만 진흥 뒤에 있는 구조적 문제점을 간과하고 있다. 일단, 최소한 인플루언서 윤리강령은 있어야 한다. 광고주협회나 광고총연합회와 같은 단체가 이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고 본다.

국가가 제공하는 크리에이터 육성 교육도 촬영, 편집 등에 한정되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가장 선결되어야 할 점은 인플루언서가 산업화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공인으로써 최소한의 윤리적 자질’과 광고 수익화와 연결되는 부분에서의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스템 정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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