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인사이트'는 석박사 과정의 전공자들이 직접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분야의 연구(논문)를 요약ㆍ소개해 업무에 바쁜 홍보인과 마케터들에게 인사이트와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재미있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재미의 유무는 주관적이고 개인의 감정 영역이지만 우리에게 삶의 활력, 여유, 웃음, 즐거움을 주며 다같이 공유하고 전파될 수 있는 보편의 영역이기도 하다.

펀(fun)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서 그 뜻의 차이가 있지만 사전적인 의미로는 ‘재미있는’, ‘즐거운’, ‘장난’, ‘웃긴’, ‘신나는’, ‘유쾌한’을 말한다. 어떤 일에 흥미를 느끼고 그 일을 함으로써 즐거움을 맛보는 마음의 상태로 유쾌하고 즐거운 느낌이나 기분을 뜻한다(나현신,2008).

기존 세대가 진지함을 추구했다면 현재 그들과 다른 특성을 보인다고 하루가 다르게 회자되고 있는 MZ 세대는 가볍고 오락적인 것에 몰입한다. 그들은 소비를 함에 있어서도 실용성을 먼저 생각하기 보다는 독특하거나 재미있는 것에 관심을 둔다. 또한 재미있는 소비 과정이나 소비재를 혼자 즐기지 않고 인스타그램 등 SNS에 포스팅하여 공유한다. 그 결과 같은 소비재를 구매한 사람들이 댓글을 달아주고 유머러스하게 사용한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는 등 대면하지 않아도 재미공동체가 온라인상에서 형성되기도 한다.

이러한 MZ 세대를 펀슈머라고 하며, 펀슈머에 착안한 기업들은 그들을 겨냥한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웹드라마, 웹툰, 예능 프로그램 등 다양한 포맷을 차용하여 재미 위주 콘텐츠로 은근슬쩍 제품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은근슬쩍 마케팅’이 익숙하지 않은 기성 세대에게는 혼동이 되기도 하였지만 펀슈머에게는 친숙한 방식으로 받아들여진다.

‘팔도비빔면’의 경우 한글 자음과 모음의 모양을 비슷하게 바꾸어 표기하는 것이 유행인 바(멍멍이->댕댕이) 원거리에서 보면 ‘비빔면’이 ‘네넴띤’으로 보여 ‘팔도네넴띤’이라는 이름으로 라면을 출시하니 모두 완판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밀가루 회사로 유명한 ‘곰표’가 밀가루 외에 맥주, 막걸리, 의류, 카드, 화장품 등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제품 및 서비스와 협업하여 낯설은 즐거움을 주었다. 중장년층에게 ‘곰표’는 밀가루로만 인식되는 반면 MZ 세대는 ‘곰표’를 모른다는 것에 착안하여 그들이 좋아하는 윗트와 재미를 가미하여 젊은 ‘곰표’를 탄생시켰다(조유빈,2021).

펀슈머로서의 MZ세대

‘퍼놀로지(funology)’는 재미와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기법으로 어떤 기능에 재미 요소를 넣은 제품, 서비스, 그리고 활동으로 소비자를 공략하는 것을 말하는데 현재 이 퍼놀로지를 가장 잘 활용하고 향유하고 있는 세대는 MZ 세대다. M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불릴 정도로 디지털과 온라인 및 SNS에 능숙하며, 콘텐츠나 서비스를 수동적으로만 소비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직접 제작하거나 편집하기도 하는 프로슈머(prosumer) 혹은 크리슈머(creasumer)라는 특성을 가진다.

또한 MZ 세대는 가격 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가성비와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을 중요시하는 가심비(價心比)’에 이어 가잼비를 추구하는데 가잼비는 ‘가격 대비 재미의 비율(중)’을 뜻하는 말로 어떤 품목이나 상품에 지불한 가격에 대비해 느낄 수 있는 재미의 정도를 뜻한다.

MZ 세대가 추구하는 가잼비는 가격에 상관없이 상품이나 콘텐츠, 서비스를 구매하는 과정 혹은 구매 후 재미가 있었다면 SNS나 숏폼 콘텐츠 플랫폼에 게시물을 올려 공유하고 유행이 되는 현상을 불러온다. 가잼비 대상의 재미도 있지만 공유를 통한 포스팅과 포스팅의 확산 결과에도 흥미를 느낀다. 그래서 이들을 펀슈머(funsumer)라고 부른다.

즉, 펀슈머는 제품이나 콘텐츠,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향유할 때 재미를 주 요인으로 삼는 소비자를 뜻한다(김희경, 2022). 펀(fun)과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인 펀슈머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상품을 만드는 기업이나 콘텐츠 제작사, 그리고 MZ 세대 스스로 다양한 방식들의 결과물들을 등장시키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을 펀슈머 마케팅 혹은 펀 마케팅이라고 한다.

펀(슈머) 마케팅은 1990년대 후반 미국에서 시작된 후 2000년대에 주목받기 시작한 펀 경영(fun management)에서 시작한 기법이다(Robert, 2002). 펀 마케팅에는 TV 광고의 재미있거나 유머스러운 CM 송・카피・장면・이질적인 대상 간의 결합 등이 있다(김희경, 2022).

Fun한 MZ소비자를 겨냥한 Fun 마케팅

△ 협업형 펀슈머 마케팅-니즈(needs)와 탈권위주의를 내세운 재미

같은 장르나 서비스, 콘텐츠가 아닌 이질적인 브랜드와의 콜라보는 펀슈머에게 신선한 자극을 줌으로써 양브랜드 모두의 인지도 및 가치를 높일 수 있고 브랜드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 글로벌 케첩 회사 하인즈는 게임 플레이의 방해 없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게임 회사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협업하여 <콜 오브 듀티(call of duty)> 게임 맵에 하인즈 히든 스팟(heinz hidden spot)을 만들었다. 게이머들은 음식이 먹고 싶을 때 히든 스팟에 숨어서 게임을 중단하지 않은 채, 음식을 먹을 수 있다(이상훈,2022).

파리 패션 위크에 초대받은 게스트들이 패션쇼가 진행되는 극장에서 ‘심슨 발렌시아가’를 10분 동안 관람(이상훈,2022)했던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과 발렌시아가의 콜라보 무대 역시 럭셔리 브랜드가 대중문화콘텐츠와 협업하여 재미있으면서도 탈권위적인 방식의 패션쇼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출처: 발렌시아가 유튜브 공식 계정
출처: 발렌시아가 유튜브 공식 계정

△ 숏폼형 펀슈머 마케팅-MZ 세대 코드에 적합한 재미

MZ 세대의 주 놀이터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숏폼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숏폼 플랫폼이다. 이에 티몬, G마켓 등의 커머스 업체는 이들을 겨냥한 숏폼 콘텐츠를 제작하여 조회 수 및 매출 성과를 올리고 있다. <거상 박명수>는 CJ ENM과 SSG닷컴이 함께 만든 라이브 커머스 연계 웹 예능으로, 스토리도 재미있지만 미션에 성공하면 시청자에게 혜택이 주어지는 게임식 보상의 재미도 있다.

출처: tvN D ENT ‘거상 박명수’ 제공 (문화뉴스)
출처: tvN D ENT ‘거상 박명수’ 제공 (문화뉴스)

이외에 CU에서는 20부작 숏츠 시트콤 드라마 <편의점 고인물>을 제작하여 CU 공식 유튜브인 CU튜브, 인스타그램・틱톡・플레이리스트 숏플리 채널에서 매주 한편씩(60초) 방영하였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9년 차인 하루가 겪는 일상의 이야기를 매회 드라마로 연출하였는데 그 결과 CU튜브 구독자 수도 단기간에 6만 명 이상 늘어나고 조회 수 1억 뷰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MZ 세대들의 대화 방식인 빠르게 휘몰아치는 듯한 대사와 장면전환(최예슬,2022) 등이 그들에게 공감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 과몰입세계관형 펀슈머 마케팅-마케팅에 적용된 콘텐츠 세계관의 재미

과거에는 MZ 세대가 콘텐츠를 선택하고 향유할 때 스토리의 재미 여부를 중요시 여겼다면 현재는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있느냐를 핵심으로 여긴다. 세계관이란 세상을 보는 관점이라는 의미도 있고, 현실과는 다른 세계 속에 인물-사건-배경이 존재한다고 가정하여 설정한 것을 말한다. 세계관은 주로 게임이나 판타지 장르에서 설정되었지만 지금은 이 영역들을 넘어서 아이돌 가수 및 그들의 음악, 뷰티, 식음료업계, 웹드라마, 웹툰 등에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출처: 파이낸셜데일리
출처: 파이낸셜데일리

한국야쿠르트(hy)는 자사 베스트셀러 5개 상품을 의인화하여 자사 사이버아이돌 하이파이브(HY-FIVE)를 데뷔시켰다. 하이파이브의 세계관은 프레시 매니저(야쿠르트아줌마)의 카트 속에서 나타난 다섯 명의 요정이라는 컨셉에서 시작하였다. 최근 아이돌이 데뷔할 때 쯤 각종 플랫폼에 그들의 춤 연습 영상, Vlog 등이 업로드 되어서 미리 인지도를 높이는 것처럼 하이파이브도 데뷔 준비과정 및 활동을 SNS 등에 포스팅하여 공개했다. 올드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MZ 세대가 좋아하는 아이돌 세계관과 접목하여 브랜드의 지속성과 인지도를 높인 것이다.

'[아카데미 인사이트] “재미 없으면 안봐요” Fun한 MZ소비자를 겨냥한 Fun 마케팅(하) '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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