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가까워지면서 광고 업계가 바빠지고 있다. 흔히 연말은 연간 경쟁 피티 시즌으로 이른바 광고 업계 성수기다. 이때는 광고 대행사 뿐만 아니라 경쟁 피티를 준비하고, 선정하는 광고주들도 바쁜 시기다. 올해는 광고 업계의 불경기 심화로 인해 광고 예산 축소와 경쟁은 더욱 가중되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 입장에서 연말 조직 재정비와 마케팅 방향성 수립 및 이를 함께할 대행사를 선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업무이다. 

일반적으로 대행사를 선정함에 있어서 마케팅 전략과 크리에이티브 중심으로 검토하는 경향이 많은데, 이 과정에서 미디어 영역은 다소 소홀히 다뤄지는 경향이 있다. 실제 일반적인 경쟁 피티에서도 미디어 영역은 얼마나 보너스 혜택을 줄 수 있는지를 어필하거나 특정한 매체 성과를 보장하는 비용효율성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세계광고주협회(WFA, World Federation of Advertisers)가 회원사인 글로벌 광고주들의 의견을 취합해 발간한 ‘미디어 대행사 모델의 미래’(Future of Media Agency Models)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미디어 생태계에 큰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고 한다. 

광고주가 일정 부분 미디어 기능을 내재화 하거나, 대행사를 활용하는 방법에 변화를 주거나, 보상체계를 테스트하는 등 디지털 중심의 시대에 맞게 미디어 대행사의 역할도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중 11%만이 현재 수준의 미디어 대행사 모델이 미래에도 적합할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52%는 보상체계도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구체적으로 미래의 미디어 대행사 모델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자동화와 빠른 속도, 인력 등에 대한 중요성과 만족도간의 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 내용들도 전반적으로 중요성과 기대치 대비해서 만족도가 낮은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만큼 미디어 대행사 영역에서 개선의 여지가 많음을 알 수 있다. 

국내의 경우는 미디어가 상대적으로 더 소홀히 다뤄지는 경향이 있음을 감안해보면, 광고주들의 미디어 대행사에 대한 만족도는 더 낮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미래의 미디어 대행사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과 실제의 차이. 미디어 대행사의 개선 영역이 많이 확인된다. (출처=세계광고주협회) 
△ 미래의 미디어 대행사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과 실제의 차이. 미디어 대행사의 개선 영역이 많이 확인된다. (출처=세계광고주협회) 

국내는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보면 합의된 미디어 측정 체계나 효과측정 프로세스가 모호한 상황이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는 그 모호성이 더욱 심각한데, 이를 타계하고자 한국광고주협회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는 9월에 ‘디지털 광고데이터 기초 가이드라인 연구 보고서’를 발간해서 디지털 미디어의 효과 측정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국내에 합의된 측정 체계나 기준이 모호한 현실이다. 성과를 보다 정교하게 분석하기 위해서 기초가 되어야 할 체계가 모호하다 보니, 정확한 성과 측정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광고 지면의 질적 평가(Quality Assessment)를 위한 제3자 검증 서비스(3rd Party Verification Service)도 아직 국내에서는 초기단계이다. 

이런 서비스는 쉽게 말하자면, 매체사가 제공하는 노출, 클릭 등 데이터 외에 광고의 질적 평가를 수행해서 광고주가 보다 가치 있는 매체와 지면을 선택하고 운영하는데 도움을 주는 서비스들이다. 

△가이드라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코바코 홈페이지 참조
△가이드라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코바코 홈페이지 참조

더 나아가서 국내는 대행사를 평가하고 선정하는 전문 서비스가 부재한 상황이다. 미디어를 다소 소홀히 다루는 경향으로 인해 광고주들도 이런 전문적인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많지 않다. 전문 서비스 업체를 통할 경우 잠재 대행사 선정, RFP 작성, 투명한 평가 및 사후관리까지 가능하며, 정기적으로 대행사의 미디어 집행을 리뷰 및 감사하는 프로세스(Media Review & Media Audit)를 통해 최적화 과정을 지속적으로 거치게 된다. 

이에 반해 국내의 경우는 담당자가 직접 모든 영역을 커버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기준도 다소 모호하고, 질적 평가를 위한 서비스도 부족한데다 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업체도 부족한 실정이니, 광고주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에 본 글에서는 여러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미디어 대행사 선정을 위해서 국내 상황에 맞는 이상적인 미디어 대행사 선정 프로세스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미디어 대행사 선정이라고 하였으나, 일반 대행사 선정시에 미디어 관련 내용은 동일하게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이상적인 미디어 대행사 선정을 위한 TIP  

대행사를 선정하는 과정은 광고주 및 대행사 모두에게 번거롭고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는 과정이다. 많은 경우 (특히 미디어의 경우는) 낮은 가격과 비용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 현재 대행사 선정의 문제점은 첫째, 너무 오래 걸리고 복잡하다는 점. 둘째, 종합적인 가치보다는 비용 중심(낮은 수수료 등)으로 평가된다는 점, 셋째, 품질(Quality)보다 양(Quantity)에 의존한다는 점 등이다.  이상적인 미디어 대행사 선정을 위해서 필요한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1.   내부 기대치 명확화 

광고주 내부에서 명확한 목표가 제대로 수립되지 않으면 적절한 대응을 하기 어렵다. 종종 광고주가 너무 무리한 목표를 요구해서 힘들다는 대행사 관계자들의 하소연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비즈니스 목표, 크리에이티브 목표 및 미디어의 목표가 혼선을 주는 경우도 많이 보여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최대한 매출이 증가하는 것이 중요하겠으나, 무작정 광고비 대비 매출을 의미하는 ROAS(Return of Ad Spending)이 1000%를 해야 한다거나, 월 매출을 무조건 몇 백억 해야 한다는 식의 목표는 제대로 된 미디어 대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심지어 집행을 원하는 예산, 미디어 선정까지 다 결정한 이후에 결과만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미디어 대행사의 단순반복 업무만을 원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지양 해야 할 접근이다. 

2.   투명하고 개방적인 논의 

흔히 경쟁 피티는 대행사만 제안을 보여주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광고주 입장에서 목표나 원하는 바를 정했다면, 이를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매출과 연계해서 미디어 목표를 정하거나, 광고주가 특별히 요구하는 미디어 운영 방향성(예를 들면, 프리미엄 지면만 선정해서 운영하기 원하거나, 브랜드 안전(Band Safety)을 매우 민감하게 다뤄서 미디어를 집행하기 원하는 경우 등)이 있다면, 사전에 좀 더 논의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이때 광고주 내부의 정보 공개를 꺼려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종종 있을 수 있는데, 일부 글로벌 광고주들은 비밀유지 계약인 NDA(Non Disclosure Agreement)를 사전에 체결한 후 업무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3.   가치와 비용 효율성의 균형 

경쟁 피티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비용 효율성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미디어 대행사 선정시 흔히 보너스라고 얘기되는 미디어 혜택이 중요한 평가항목인 경우가 많다. 수수료 중심의 보상체계가 일반적인 국내에서는 수수료율 제안을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이때 비용 절감 측면에서만 미디어 대행사를 선정했을 경우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에서 산출되는 지표들은 제각각 가치가 다르다. 더욱이 디지털 미디어의 경우는 경매 방식의 구매가 확산되고 있어, 미디어의 특정한 가격을 미리 산출하기도 어렵다. 

또한 타겟팅 조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데, 예를 들어, 20대 여성 타겟과 60대 남성 타겟은 성과가 다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단기 비용 절감과 성과에만 매몰될 경우 광고 사기(Ad Fraud), 질 낮은 사이트 유입이나 퍼포먼스로 캠페인 성과가 양적으로만 달성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할 수 있다. 

적절한 수준의 비용 절감은 당연히 필요한 과정이나 적절한 가치를 창출한다는 전제가 앞서야 한다. 필자가 실제 경험한 바에 따르면, 모 광고주는 전체 CPV(Cost Per View, 유튜브 등에서 조회당 비용을 의미)만 확정해서 대행사에게 요구하였는데,  특정 타겟팅에서 CPV가 높게 형성되자 이후 전혀 맞지 않는 타겟팅으로 선회해서 결과적으로 CPV는 맞췄지만, 아무 관련 없는 잠재고객에게 광고가 노출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가오는 연말, 내년을 위한 대행사 선정 팁 6가지(하)'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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