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변곡점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요즘이다. 경기침체 시기에 마케팅 산업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요즘은 다양한 전문가들이 일관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바로 "마케팅 투자를 유지하라"는 조언이다.  

물론 산업 자체가 축소되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제품군에 대한 수요 자체가 줄어들면서,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노키아(Nokia)는 몰락 직전까지도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체 카테고리는 서서히 축소되고 있었다.  기업 마케터는 시장 상황과 카테고리 변화를 지속적으로 인식하고, 소비자들의 새로운 상황에 예민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우선순위 재설정에 바쁜 소비자

소비자들은 우선순위 매기기에 매우 익숙하다. 좋을 때나 나쁠 때 모두 자신의 필요와 원하는 것들을 우선순위에 따라 구분하며, 자신만의 최적의 선택을 한다. 때로는 절약도 하고, 어떤 곳에는 과감하게 호주머니를 여는 등 타협점을 찾는다. 물가 상승이 두드러진 지금도 소비자들은 적극적으로 대응책을 찾고 있다. 

칸타 글로벌 이슈 바로미터(Global Issues Barometer)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73%가 향후 자신들의 소득이 인플레이션 대비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들이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이미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도 확인됐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의 '비용 절감' 대상군에서 벗어나 '안전지대'에 머물 수 있을까.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겠다.  

첫째, 차분하게 광고를 계속 진행하는 것이 좋다규모가 크든 작든, 광고는 사람들이 왜 당신을 선택해야 하는지 기억하게 해준다. 기억에 남는 브랜드는 구매로 이어진다. 칸타는 고객사의 의뢰로 애널리틱스 및 시계열 데이터를 활용하여 광고비 지출 시나리오를 모델링하고 시뮬레이션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소비자의 단기 기억 공백은 다음해라도 추가 광고 투자를 하면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 기억과 장기 매출에 대한 손상을 복구하려면 원래 줄인 미디어 투자보다 훨씬 더 많은 미디어 투자가 수년에 걸쳐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예를 들어보자. 안정된 시장 점유율을 가진 한 영국 음료 브랜드는 경기침체기에 지역 A에는 투자를 유지하면서 지역 B에서는 마케팅 활동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 결과 마케팅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은 지역 B에서는 시장 점유율이 2% 하락한 반면 지역 A에서는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미디어 투자의 주요 효과는 시장 점유율 ‘유지’다) 

이 브랜드는 다음 해 (Year 3) 마케팅 활동을 재개했지만, 상실한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했고 브랜드의 장기 전망은 크게 악화되었다. 메시지는 분명하다. 광고 중단으로 장기 기억과 판매에 생긴 피해를 복구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며, 이전보다 더 많은 미디어 투자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차분하게 목표한 시장 점유율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시장 점유율 (SoM, market share)보다 미디어 노출 점유율 (SoV, share of voice)이 높은 브랜드는 성장하는 경향이 있고, 반대로 SoV가 SoM보다 작은 브랜드는 쇠퇴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경험 증거는 충분히 있다. 레스 비네와 피터 필드가 IPA 데이터뱅크(IPA DataBank)를 분석한 결과, 브랜드의 성장률은 보통 SoV와 SoM의 차이에 비례하며, 이를 일반적으로 추가 미디어 노출 점유율 (eSoV)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여야 할까. 칸타는 세계 각 지역 수백 카테고리에서 eSOV의 영향을 분석하여, 경기 침체 시 eSoV가 브랜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일부 카테고리는 매우 민감하다. 

예를 들어 유럽 음료 카테고리에서는 eSoV 10포인트당 연간 시장 점유율 성장 1.52%를 기대할 수 있다. 다른 카테고리는 대부분 훨씬 덜 민감하다. 평균적으로 연간 1포인트 시장 점유율 성장을 이루기 위해 eSoV를 20 포인트 유지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장 점유율이 커뮤니케이션에 반응하는 속도가 얼마나 느린지, 장기 효과 측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많은 회사들이 수익의 8%에서 12% 정도를 마케팅 비용으로 지출한다. 하지만 야심찬 시장 점유율 성장을 목표로 하는 영리한 마케터들은 강력한 크리에이티브와 효과적인 미디어 전략을 통해 예산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이 평균을 뛰어넘으려고 할 것이다. 

수익의 31%에 해당하는 190억 달러를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했던 틱톡(TikTok)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대표적인 예다. 그들은 성장 추세가 나타내는 시장 점유율이 아닌, 원하는 시장 점유율을 노리기 때문이다.

미디어 지출이 시장 점유율을 얻거나 잃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증거들이 있다. 특히, 경쟁 업체가 조용할 때 그 빈 자리를 메울 수 있는 위기의 시기에 더욱 유효한 데이터 증거들이다. 

알렉스 비엘과 스티븐 킹은 수익 영향형 모던 전략(Profit Impact of Modern Strategy) 데이터베이스에서 소비자 기업을 분석하여 경기 후퇴와 성장 시기에 그들의 이익을 비교했다. 경기 후퇴 기간 동안 광고 지출을 20% 이상 증가시킨 브랜드가 +0.9의 시장 점유율(SoM)을 얻어 성장 시기의 +0.5보다 큰 혜택을 얻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전체 시장이 불황일 때 광고를 증가시켜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침착하게 이익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익 추구는 인플레이션 시기에도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우수한 마케팅은 큰 이익을 가져온다. 특히 브랜드가 강력할수록 가격 결정력이 높아지고 마진도 높아진다. IPA 데이터뱅크(IPA databank)를 사용한 비네와 필드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기 침체 기간에 eSOV에 투자하면 장기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으며, '시장 점유율 확보'나 '시장 점유율 방어'보다는 '가격 민감도 감소'를 캠페인 목표로 설정하는 것이 수익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가격 할인을 찾는 시기에 브랜드는 어떻게 가격결정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칸타는 브랜드 가치를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레임워크인 MDF(Meaningfully Different Framework)에서 해답을 모색해보았다. 이 프레임워크는 브랜드의 자산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그 중에서도 가격결정력(Pricing Power)은 의미 있는차이(Meaningful), 차별성(Different), 현저성(Salience)이 정확한 비율로 결합된 결과물이다. 이 중에서도, 브랜드의 의미 있는 차별성이 전체 가격결정력의 94%를 차지하며, 현저성은 6%에 불과하다. 

결론적으로, 의미 있는 차별성이 가격결정력을 좌우한다. 브랜드가 차별적이며 독특한 가치를 대표한다는 인식이 높을수록 해당 브랜드는 더욱 가치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 경제 상황이 어려울 때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삶의 모든 측면을 낮추려 하지 않고, 우선순위를 매겨 의미 있는 차이를 가진 브랜드를 상위에 위치시키는 경향이 있다.   

경기 침체기에는 가격이 아닌 제품의 가치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물건을 사고 돈을 지불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무심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지불할 때마다 어떤 종류의 고통을 느끼는데, 이를 행동 과학자들은 '지불 고통(pain of paying)'이라고 한다. 이 고통은 생활비가 올라갈수록 더욱 깊어진다. 

반면 기업들은 다른 종류의 고통을 느낀다.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이익을 보호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하는 것이다. 일부 기업들은 동일한 포장을 제공하지만 제품의 양을 줄이는 쉬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전술을 사용하기도 한다. 소비자들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길 바라겠지만, 당장은 아니더라도 소비자들은 항상 알아차린다. 

질풍의 시기에, 기업들은 다양한 길을 선택해왔다. 건강한 이미지를 강조하여 더 어린 대상층을 겨냥한 중국 음료회사 위엔치선린(Genki Forest)는 경쟁 업체보다 절반의 시간 안에 0 설탕, 0 칼로리, 0 지방의 신제품을 개발했고 연료 배달 스타트업 카푸(Cafu)는 모터리스트들을 위해 완전히 새로운 연료 공급 옵션을 제공하여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고 있다. 

자신들이 특별하고 소비자들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보여준 브랜드들의 예는 많다. 이들은 소비자들의 검소한 마음가짐과 일치하면서도 소비자가 가장 필요로 할 때 자신들이 제공하는 혜택과 가치를 명확하게 전달했다. 소비자들과의 공감과 이해를 실천하는 브랜드들은 경기 침체 시에도 성장이 가능하다.   

*본 글은 칸타의 모던 마케팅 딜레마(Modern marketing dillemas) e북 중 한 챕터를 요약한 내용입니다. 전체 e북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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