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광고의 성장은 효과측정(Measurement)의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1994년 핫와이어드(HotWired)에 AT&T가 세계 최초의 배너 광고를 게재하면서 디지털 광고가 시작되었다. 이때 배너 광고 문구는 ”여기 마우스를 클릭한 적이 있습니까?” (Have you ever clicked your mouse right HERE?” 였다. 세계 최초의 디지털 광고가 소비자의 반응을 유도하는 광고 소재를 사용한 점이 흥미롭다.  

△ 세계 최조의 디지털 광과, 클릭을 유도하는 문구로 제작되었다(출처=adage, 'Happy birthday, Digital adverttising / 2009.2.6)
△ 세계 최조의 디지털 광고, 클릭을 유도하는 문구로 제작되었다(출처=adage, 'Happy birthday, Digital adverttising / 2009.2.6)

이 이후로 디지털 광고의 효과측정은 주로 클릭과 클릭율(CTR, Click Through Rate)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2000년대 초반 검색 포탈과 검색 광고의 등장은 클릭 중심의 효과측정과 디지털 광고의 성장을 더욱 촉진시키게 되었다. 

검색광고는 PPC(Pay per Click) 개념을 적용, 클릭 당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진화되었다. 기존의 대형 광고주 뿐만 아니라 중소형 광고주들도 대거 검색광고에 유입되었으며, 클릭당 광고비가 지출되는 성과 중심의 과금 체계에 열광하였다. 구글 애널리틱스(Google Analytics)와 같은 웹 분석 도구를 활용해 클릭 이후의 구매, 사이트 유입으로 전환되는 비용을 분석하는 효과측정 방식이 광고주들에게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툴과 솔루션의 발전으로 사이트 유입 이후의 페이지뷰, 이탈율 등 다양한 지표를 통한 효과측정은 더욱 발전하였다. 

2007년 최초의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디지털 광고 효과측정은 또 한번의 큰 변화를 거치게 되었다. 아이폰 출시이후 2010년대부터 모바일이 디지털의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모바일 앱(APP)을 중점적으로 분석하고 측정하는 모바일 특화 측정 솔루션들인 MPP(Mobile Measurement Partner)가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이를 통해 앱내 이벤트나 앱 설치 등을 추적하여 광고 효과를 분석하기 시작하였다. 이런 흐름과 더불어 정교한 효과측정에 기반해서 예산 배분과 운영을 최적화하는 이른바 ‘퍼포먼스 디지털 광고’가 크게 유행하게 되었다. 

디지털 광고시장 성장과 효과 측정의 어려움 

2010년대부터 디지털 광고의 효과측정에 새로운 요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게임, 커머스 및 디지털 비즈니스 중심의 브랜드들이 TV, 옥외광고 등 이른바 전통매체(Legacy Media)에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면서, TV광고를 포함한 모든 광고 매체의 효과측정에 개선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이런 이유로 디지털과 기타 매체를 연동해서 분석하는 ‘통합 매체 분석’(Cross Media Measurement)도 등장하였으나, 광고주들의 갈증을 다 해소하지는 못하였고 특히 국내에서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하였다. 또한 지속되는 소비자 프라이버시 보호 분위기 확산으로 인해 유럽의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과 같은 규제 움직임도 확산되었다. 

이로 인한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프라이버시 우선 정책은 광고 효과 추적에 여러 제약이 되었다. 기존 효과측정에 큰 축을 담당하던 제3자 쿠키(3rd party cookies)의 활용 제한은 이런 어려움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에 더해 새롭게 등장하는 수많은 매체와 광고 상품들은 효과측정의 모호성을 더욱 가중시켰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광고 시장內 광고 사기(Ad Fraud), 브랜드 안전(Brand Safety), 광고 가시성(Viewability) 문제 등 이른바 디지털 광고 질적 평가의 주요 요인들에 대한 우려도 증가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 광고가 더욱 성장할 수록 효과측정의 어려움은 늘어났다. 

글로벌 광고 업계의 대응

글로벌 업계에서는 디지털 광고의 효과측정 개선을 위해 기본적인 측정 방식, 기준 등에 대해 지속적인 투자와 협업을 진행해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효과측정의 한계로 인해 광고주들을 중심으로 업계의 공통적인 표준과 가이드라인에 대한 요구가 높아져왔다.  ㆍ

대표적인 미디어 인/검증 단체인 MRC(Media Rating Council)는 이 같은 요구에 부응해 설립되었다. 

MRC는 미국 광고주협회(ANA, Association of National Advertisers), 미국 대행사 협회(4A’s, American Association of Advertising Agencies), 캐나다 광고주 협회(Association of Canadian Advertisers)의 후원 아래 구글, 메타를 포함한 수십개의 단체들과 수년간 협업을 통해 2022년 가을 ‘성과와 데이터 질 표준’(MRC Outcomes and Data Quality Standards)을 발표하였다.

이 표준은 1) 성과 측정(Measurement of Outcomes), 2) 전달과 노출 측정(Measurement of Delivery and Exposure), 3) 기여도 (Attribution) 4) 매출 영향 예측(Estimating Sales Effect), 5) 마케팅/미디어 믹스 모델링 (MMM, Marketing / Media Mix Modeling)을 다루고 있다. 그 외 데이터 관리, 리포팅 변수 정의 등 효과측정과 관련한 다양한 범주의 내용도 포함한다. 

△성과측정과 관련하여 다양한 지표들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출쳐=MRC, Outcomes and data quality standards)
△성과측정과 관련하여 다양한 지표들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출쳐=MRC, Outcomes and data quality standards)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이 성과측정(Measurement of Outcomes)에 관한 것이다. 성과측정은 광고 지표를 분석하거나 캠페인의 결과 지표를 결정할때 필요한 목표와 접근방식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성과의 척도 및 핵심 성과 지표(KPI)로 특정한 지표를 사용할 때 적절하고 논리적이며 일관된 정의와 접근방식을 지향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전달과 노출 측정(Measurement of Delivery and Exposure) 영역에서는 기본적인 표준과 가이드라인 준수가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노출 측정을 위한 광고 가시성(Viewability) 확보, 무효 트래픽(IVT, Invalid Traffic) 처리 등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기여도 (Attribution) 부문은소비자의 특정한 행동(이를테면 전환, Conversion) 과정에서 다양한 매체의 기여를 분석하는 방식의 표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단독 기여도(Single Touch Attribution)와 복수 기여도(Multi Touch Attribution), 이와 연계하는 패널,  리서치에 대해 다루고 있다.  

매출 영향 예측(Estimating Sales Effect)는 무작위 통제 실험 (RCT, Randomized Control Trials)와 연관된 다양한 방법론과 요구사항에 대한 표준을 이야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마케팅/미디어 믹스 모델링 (Marketing / Media Mix Modeling, MMM)은 마케팅 활동이 어떻게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통계적 분석과 예측 모델에 대해 내용을 담고 있다.  

이마케터(eMarketer)의 최근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광고주들은 '다양한 분석 툴과 솔루션을 활용해 디지털 광고 성과와 효율성이 매우 개선되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78%에 달하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동일한 리포트에서 광고주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영역이 '마케팅 성과의 측정'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3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광고주들은 여전히 마케팅 효과측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출처=Emarketers, 5 Charts to help you hit marketing KPIs/ 2023.7)
△광고주들은 여전히 마케팅 효과측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출처=Emarketers, 5 Charts to help you hit marketing KPIs/ 2023.7)

결국 툴과 솔루션을 활용한 개별 디지털 광고에 대한 효과측정에 많은 개선이 있었지만 종합적인 효과측정 관점에서는 여전히 미진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2023년 8월 세계광고주협회(World Federation of Advertisers)는 마케팅 효과의 글로벌 문화 조성(Creating a global culture of Marketing Effectiveness)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글로벌 대형 광고주들 조차도 효과 측정에 여전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효과측정 체계와 지표가 회사 전체적으로 통일되지 않다는 응답이 많았는데, 효과측정의 복잡성과 모호성이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 성과측정 지표가 통일되지 않다면 어떻게 측정과 평가를 할 수 있을까?(출처=WFA, Creating a global culture of Marketing Effectiveness / 2023.8)
△ 성과측정 지표가 통일되지 않다면 어떻게 측정과 평가를 할 수 있을까?(출처=WFA, Creating a global culture of Marketing Effectiveness / 2023.8)

세계광고주협회의 보고서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업계 전반의 협업을 통한 효과측정 체계 구축과 성공사례 공유, 마케팅의 장기 효과에 대한 로드맵 구축, 브랜드 트레킹 수시 조사 등을 제안하였다. 

단기 성과에 치중, 효과 측정의 걸림돌 

'효과측정의 문제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효율에 너무 집중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52%로 높게 나왔다. 마케팅 성과를 효율에 너무 초점을 맞추다 보니, 단기적인 성과에 치중할 수 밖에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전환과 기여도 분석 중심의 단기 효과 분석(Measurement in the Short-Term), 중기 효과분석에 필요한 마케팅 믹스 모델링(Marketing Mix Modeling), 장기 효과 분석에 적합한 브랜드 조사(Brand Equity Modeling) 등을 혼용하거나 전체적인 로드맵에 따른 측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다음 글에서는 이런 글로벌 움직임들이 국내 디지털 광고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디지털 광고의 효과 측정을 위한 노력들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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