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회의 도래와 함께, 세상은 종종 익숙하지 않은 일들의 소식을 전하고는 한다. 전 세계 10위 안에 속하는 두 기업의 대표들이 설전을 벌이더니, 이제는 직접 만나서 싸움을 하자며 날을 세운다.

예전에는 단순한 해프닝이나 마케팅 활동의 일환으로 치부했을 일이지만, 이들의 그간 행적을 돌이켜보면 진짜 주먹을 나눈다고 해도 그리 놀랍지 않을 것도 같다. 아직 결투가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는 텍스트 중심의 소셜 미디어 스레드(Threads)를 출시하면서 테슬라및 트위터를 대표하는 일론 머스크와 본격적인 대결을 시작했다.

안팎으로 혼란 겪는 트위터와 기회 노린 스레드의 등장

지난 4월, 급작스럽게 진행된 영국 공영방송 BBC와의 인터뷰에 나선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이후 겪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근래 있었던 여러 논란에 대해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 말 그대로, 지난해 10월 있었던 공식 인수 이후로 트위터는 수많은 혼란을 겪었다.

먼저 기업의 수익성 제고에 대한 압박을 당면했던 상황에서 머스크의 선택은 최근 여러 기업에서 나타났던 것과 같은 인력 감축이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트위터의 해고는 급작스러우면서도 큰 규모로 진행이 되었고, 절반 이상의 해고자 중에는 기업의 핵심 인력이나 특수 계약을 맺은 인원 등이 포함되어 경영상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그리고 이러한 혼란은 시스템 유지보수나 서비스 제공과 같이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문제로 나타났다. 일반 이용자들이 트위터를 이용하면서 여러 버그들을 경험하고 이를 공유했으며, 심지어 지난 5월에는 미국 플로리다의 주지사 론 디샌티스가 대선 출마 선언을 위해 실시간 음성채팅 기능인 트위터 스페이스를 선택했음에도 기술적 오류로 인해 약 30분간 지연되기도 했다.

이렇듯 원활한 서비스 이용에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머스크는 오히려 트위터의 유료화를 진행했다. 지난해 말 유료 구독 서비스인 Twitter Blue($8/월)를 출시했으며, 올해 2월에는 그간 무료였던 Twitter API에 대한 접근을 유료화할 예정임을 밝혔다. 한 달 후에 공개된 요금 체계에 따르면 무료 등급이나 기본 등급($100/월)은 제공량이 과거에 비해 매우 적기 때문에 의미가 없는 수준이며, 상위 등급인 Pro는 한 달에 약 5천 달러(한화 약 640만 원)가 과금되어 가격적 부담이 크다.

그나마도 한 달에 수집할 수 있는 트윗 수가 백만 건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업이나 학술연구기관 등이 필요로 하는 기업 전용(Enterprise) 등급의 한 달 이용료는 최소 $42,000(약 5,400만 원)에서 $210,000(약 2억 7천만 원)까지 부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러한 API 접근 관련 문제는 대부분 트위터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나 서드파티 플랫폼, 혹은 학술연구기관 등과 같이 소비자가 아닌 사업자 관점의 문제였기 때문에 비교적 큰 이슈가 되지는 않았었다.

본격적인 문제는 얼마 전 7월의 시작과 트위터가 이용자의 게시글 조회수를 제한하면서 대두되었다. 몇몇 이용자들이 타임라인 갱신 실패와 같은 오류를 호소하던 가운데, 머스크는 외부의 데이터 수집과 시스템 조작을 해결하기 위해 임시적인 게시글 조회 제한을 조치했다는 트윗을 게시했다.

인증된 계정은 하루에 6,000건을, 미확인 계정(600건)이나 신규 계정(300건)은 매우 적은 수의 게시글만 조회가 가능하도록 제한된 것이다. 이후 제한폭은 조금 완화되었지만, 임시적인 조치라 했던 제한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밖에도 무분별한 이용자 제한이나 표현의 자유 침해, 인권 침해 등의 논란으로 이용자들이 여러 불편함을 호소했지만, 정작 머스크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가족과 친구를 만나라는 트윗을 올리면서 이용자들의 불만은 커져만 갔다. 그리고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저커버그는 예상보다 이른 7월 5일에 스레드의 출시를 알렸다.

1억 이용자 신기록 세운 스레드의 부진, 그래도 차분한 이유

지난 10일, 스레드는 출시 5일 만에 월 활성 이용자 수 1억 명을 달성했다. 이는 올해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챗GPT의 기록인 두 달을 새롭게 경신한 것으로, 스레드가 새로운 소셜 미디어 트렌드가 될 것이라면서 많은 사람들이 화제성을 더했다. 그러나 지난주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트위터가 출시 이튿날(7일)에 달성한 일일 활성 이용자 수 4,400만 명은 불과 2주 만에 약 70%가량 감소하여 1,300만 명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앱의 이용 시간도 평균 19분에서 4분으로 급감했다.

초기의 큰 화제성과 가시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용자 수가 급감하자 많은 사람들은 클럽하우스의 이름을 다시 꺼내면서 스레드의 전망도 밝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스레드의 초기 이용자가 인스타그램 이용자 중 호기심을 가진 일부에 불과하다고 경고하거나, 스레드는 트위터에 비해 더 나은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스레드가 과도한 이용자 정보를 수집한다는 비판도 있었으며, 특히 트위터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스레드 역시 스팸 공격 등을 이유로 이용자의 조회 가능 게시물 수를 제한할 것이라 밝히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기존 트위터 이용자들이 느낀 또 하나의 장벽은 플랫폼의 이용 행태의 차이이다. 익명성과 그로 인한 표현의 자유가 보다 지켜지는 트위터와 달리, 인스타그램 계정과의 연동을 유도하는 스레드는 솔직한 의견을 표출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결국 의견 표출이나 교환 행태가 차이를 보이게 되고, 결과적으로 스레드는 트위터의 대체재가 될 수 없을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총괄하는 아담 모세리는 스레드는 트위터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그는 분노 표출이 적은 온라인 광장을 만드는 것이 스레드의 목표라 하면서 정치나 뉴스보다는 스포츠, 음악, 패션 등의 영역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술적으로도, 개방/분산형 소셜 네트워킹 프로토콜인 액티비티펍(ActivityPub)의 적용을 예고한 스레드는 기존의 트위터는 물론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도 다른 탈중앙화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스레드가 트위터의 영역 중 큰 부분을 대체할 것이라 주장한다. 이들은 현재의 이용자 감소를 아직 스레드 상에 충분한 네트워크가 구축되지 못함에 따라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또한 스레드가 비교적 급하게 출시되었기 때문에 아직 추가적으로 개발될 범용 기능이 다수 존재하므로 이용자 편의성도 더욱 증대될 것이라 전망한다. 결국 시간이 흐름에 따라 경쟁 영역은 더욱 넓어질 것이란 시각이다.

트위터가 강점을 가진 정치나 사회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하는 공론장도 충분히 스레드에서 재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스레드가 스스로 해당 영역에 집중하지는 않을 수 있겠으나, 정치인과 언론사 입장에서 스레드는 유의미한 매체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에서는 기존 트위터의 대체재로 거론되던 마스토돈 등이 다소 진보적인 매체로 여겨지기 때문에 공화당에서는 이용이 어려웠으나, 대기업인 메타의 스레드라면 이러한 부담을 덜기도 쉬울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 스레드는 광고 중심의 사업 모델이 견고할 것이란 기대가 큰 차이를 보인다. 인스타그램에서의 이용 정보가 스레드로 완벽하게 연동될 것인지 여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그간 메타가 발전시켜 온 디지털 광고 역량만으로도 스레드는 경쟁 우위를 누릴 수 있다.

트위터에 비해 제한되는 표현의 자유도 광고주 입장에서는 브랜드 세이프티에 대한 기대로 변한다. 한 투자회사는 스레드의 DAU가 2025년까지 2억명에 달하는 경우 연간 80억 달러의 매출이 발생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광고 중심의 수익 모델은 앞서 언급한 탈중앙화 방식과 일부분 상충된다는 점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는 모두 예상 가능한 스레드의 긍정적인 미래로, 중요한 것은 앞으로 스레드가 보여줄 직접적인 움직임들이다. 그리고 트위터 역시 자신의 밝은 미래를 위해 나름의 대응 방안들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름과 로고 바꾸며 리브랜딩에 나선 트위터, 역사 속으로 날아간 파랑새

스레드가 출시 직후부터 인기를 끌자 트위터의 움직임도 더욱 분주해졌다. 영업 비밀 침해 등의 소송을 경고하면서 법적 분쟁에 대한 가능성을 내비치는가 하면, 머스크는 스레드의 기능이나 정책 등을 비웃으면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며칠 전 드디어 큰 변화가 예고되었다. 얼마나 충분히 기획되고 조율된 것인지는 알기 어렵지만, 머스크는 트위터의 이름과 로고가 ‘X’로 바뀔 것이라 예고했다. 뒤를 이어 현재 트위터의 CEO인 린다 야카리노가 새로운 로고를 선보이면서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머스크가 구상하고 있던 트위터 기반의 슈퍼 앱 구축을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머스크는 트위터가 단순 소셜 미디어가 아닌 금융 생활의 중심이 되기를 바랐으며, 중국의 슈퍼 앱 위챗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여겨진다. 이번 리브랜딩을 통해서 머스크는 확장성이 뛰어난 알파벳 X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로써 향후 ‘트윗하다’라는 동사는 파랑새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3M의 포스트 잇이나 구글링처럼, 브랜드 전문가들에게 자사의 브랜드가 제품군을 대표하거나 동사로 쓰이는 것은 꿈과 같은 이야기이다. 그리고 분명 트위터는 이러한 꿈을 현실로 실현했다.

따라서 이러한 트위터의 리브랜딩이 오히려 브랜드 자산과 경쟁력의 약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아쉬운 시각이 지배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분명 스레드가 출시되어도 관성적으로 트위터를 이용하던 충성이용자들 중 다수는 새로운 플랫폼을 찾아 나설 것이다. 적어도, 지난해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대금으로 지불했던 440억 달러(한화 약 63조 원)라는 규모는 X로의 리브랜딩에 대한 의문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당위성을 일부 인정하는 시각도 나타나고 있다. 트위터는 분명 몇몇 이슈에 열성적인 이용자를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다른 소셜 미디어와는 차별화되는 독자적인 정체성을 구축하는 것도 성공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가 사업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머스크 인수 이전부터 트위터는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던 기업이었다. 전 세계를 기준으로 플랫폼의 이용자 수도 경쟁사인 메타나 유튜브, 틱톡 등에 비하면 매우 부족했으며, 광고 지면으로서의 경쟁력이 특별하다고 보기도 힘들다. 그나마도 여러 혼란 속에서 최근 광고 매출은 절반가량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브랜드 소유자는 트위터라는 브랜드를 지속해야 할 필요성에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트위터라는 브랜드는 유산(heritage)과 함께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형성되었고, 열성적인 이용자들은 외려 신규 이용자들의 진입 장벽이 되기도 했다. 이용자들의 트렌드도 텍스트에서 이미지를 넘어 동영상 중심으로 변화한 상황이다.

동영상에 강점을 가진 경쟁사들이 건재한 상황에서, 틱톡마저 텍스트 중심의 서비스를 추가하는 등 경쟁은 더욱 심화되었다. 트위터가 다시금 경쟁 우위를 갖기 위한 해답은 막막하게만 보일 수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트위터라는 높은 인지도를 지니는 브랜드를 포기하는 것은 큰 결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머스크의 인간적 개성을 차치하고서라도, 결국 주력 브랜드인 테슬라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생태계 구축이라는 측면에서는 일부 이해가 가능하다.

트위터의 야카리노는 미래의 X앱이 오디오와 비디오, 메시징, 결제/뱅킹에 집중될 것이라 트윗했었는데, 이는 모두 자동차 구매와 이용을 중심으로 하는 고객의 일상을 구성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특히 오픈AI의 약진과 함께 불붙은 인공지능 경쟁에서 테슬라만의 독점적인 데이터원으로서의 가치도 더할 수 있다.

앞서 스레드에 대한 논의와 마찬가지로, 이 역시 머스크가 꿈꾸는 긍정적인 미래에 대한 옹호일 수 있다. 그리고 트위터의 리브랜딩이 아직까지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큰 것도 사실이다. 과거 트위터를 상징하던 파랑새와 지금의 현대적인 알파벳 디자인 간 괴리가 크게 느껴질수록 불확실성도 더욱 커지게 된다. 하지만 며칠 전 리브랜딩 소식을 접한 트위터의 창업자인 잭 도시가 말한 것처럼, 결국 중요한 것은 이름보다는 플랫폼이 어떤 기능을 제공하느냐의 문제일 수 있다.

또한 오히려 역설적이게도 그 어느 때보다 트위터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지금이야말로 리브랜딩을 소비자에게 각인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 판단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 언론뿐만 아니라 소셜 미디어상에서는 스레드와 트위터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으므로 리브랜딩 소식 역시 수많은 논의를 생성하고 있다. 만약 이런 관심 속에서 승리한다면, 혹은 변화에 성공한다면 당분간 여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할 것이다.

다만 이들의 경쟁과는 별개로, 마케터나 브랜드 관리자는 스레드의 이용자가 다시 증가할 수 있을지, 트위터의 불확실성은 계속 이어질지, 혹은 틱톡의 신규 텍스트 중심 서비스는 어떤 활용성을 보일 수 있을지 추적 관찰해야 할 것이다. 특히 스레드의 경우 이미 많은 마케터들이 브랜드 계정을 만들고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준비하고 있으며, 정식으로 광고 기능이 도입될 경우 이를 활용하겠단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해당 서비스가 기존의 트위터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미 화제성이 확보된 신규 미디어는 대부분 단순한 활용만으로 브랜드에 신선함과 세련된 이미지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고려 매체군에 포함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스레드가 탈중앙화라는 새로운 형태의 소셜 미디어 서비스에서 브랜드와 고객 간 관계가 형성되는 모범적인 사례와 가이드를 마련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저작권자 © 반론보도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