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챗GPT의 충격적인 데뷔이후 AI에 대한 놀라움과 두려움이 여전히 공존하는 가운데, 가장 양가적인 모습을 보이는 분야는 인간의 창의성, 즉 크리에이티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 예술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산업 전반에서는 프리랜서 작가들의 일자리가 위협을 받고 있는 현 시점에도 창의성은 기계나 기술이 정복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인정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얼마 전 있었던 2023 칸 국제광고제(Cannes Lions)에서 인공지능이 가장 중요한 화두였다는 점은 여러 모로 흥미로운 일이다. 이미 지난 4월 칸 광고제에서 발표한 보고서인 <State of Creativity Study 2023>은 AI를 주요 트렌드 중 하나로 언급하고 있었다. 전 세계 102개국의 마케터 약 2,4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도 2023년의 가장 중요한 트렌드로 AI를 응답한 비율이 약 65%에 달했다.

본 행사 때에도 오픈AI의 COO 브래드 라이캡이나 NVIDIA의 설립자이자 CEO인 젠슨 황 등 다수의 AI 전문가가 초청되어 AI 관련 세미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주최 측과 관람객의 높은 관심을 짐작케 했다.

이처럼 사람의 창의성을 가장 높게 평가하는 그 현장에서 '인공지능'이란 단어는 긴장감을 높이기에 충분했지만,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많은 출품작들은 경쟁이 아닌 공존을 말하고 있었다. 실제로 Digital Craft 그랑프리의 출품작 약 600여개 중 절반 이상이 AI나 챗GPT, 기계학습 등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칸 광고제 70년 역사상 처음으로 사우디 아라비아에게 그랑프리의 영예를 안겨준 배달앱 헝거 스테이션의 <Subconscious Order> 캠페인은 AI를 활용하여 이용자의 시선을 추적하고 잠재의식을 분석함으로써 음식 메뉴와 판매점을 추천한다. 이는 메뉴 선택을 위해 1년에 약 132시간을 할애하는 이용자의 불편을 해소하는 인공지능의 활용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헝거스테이션의 Subconscious Order 예시 (wundermanthompson.com 자료)
△ 헝거스테이션의 Subconscious Order 예시 (wundermanthompson.com 자료)

또한 영국의 제과업체 캐드버리가 인도에서 진행한 <Shah Rukh Khan My Ad> 캠페인은 비교적 익숙한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했다. 유명 배우 샤루크 칸의 목소리와 얼굴을 이용해서 이용자가 입력한 이름의 브랜드를 광고하는 영상을 생성함으로써 대기업뿐만 아니라 코로나 이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규모 브랜드들도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  캐드버리의 Shah Rukh Khan My Ad (Ogilvy 자료)
△  캐드버리의 Shah Rukh Khan My Ad (Ogilvy 자료)

이 외에도 테니스 선수 세레나 윌리엄스의 과거 데이터를 학습함으로써 가상의 대결을 진행한 나이키와 AKQA의 <Never Done Evolving>과 같이 다양한 캠페인이 새로운 아이디어의 실현이나 자동화를 통한 예산 효율성 강화 등 인공지능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다양하게 보여주었다.

이들이 공유한 고민의 결과를 살펴보면 인공지능은 창의성을 대체하기보다는 오히려 반복적인 업무를 감소시킴으로써 창의성을 발휘할 시간을 보장해주며, 창의성의 영역을 확장하고 이를 실현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기업이나 개인 간 기술 격차를 오히려 감소시킬 수 있음을 기대하게 한다.

이와 같은 모습은 과거 빅데이터나 애드테크와 같은 논의가 광고업계에서 회자되었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이들은 한때 창의성의 중요성을 감소시키고 업계의 공식을 바꿔버릴 것이라 여겨졌지만 창의성은 오히려 그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모습도 향후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미래에 대한 프리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간의 역사에서 업계는 종종 새롭고 화제성이 높은 무언가가 등장했을 때 이를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점은 유의해야할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오늘날 업계에서 창의성이 지닌 중요성은 단순한 시대적 흐름이 아니라 그간 수많은 노력의 결과물이란 점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창의성은 그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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