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관심과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마케터들의 아이디어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반론보도닷컴은 [요즘 광고, 뜨는 광고] 코너를 통해 마케터들에 도움이 될만한 광고를 소개하고, 최근 마케팅 트렌드를 짚어본다. 

 

얼마 전 한국광고아카데미의 교육생을 뽑는 면접자로 참여해, 학생들에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광고와 그 이유를 물은 적이 있었다. 가장 많이 나온 광고가 바로 ‘지그재그’의 <나 다움 찾자>라는 브랜드 캠페인이었다.

도대체 무슨 광고길래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좋아하는지가 궁금해 찾아봤다. 지그재그의 광고는 총 6편이다. 2030 여성 패션 커머스 플랫폼인 지그재그는 메인 타깃인 20~30대들이 좋아하는 6명의 셀럽을 광고모델로 선정했다.

가수 백예린, 여행 유튜버 원지, 모델 배유진, 배우 신예은, 유튜버 해쭈, 그룹 아이브 리즈. 각각의 모델 편이 순차적으로 온에어됐다. 광고 영상에서는 보이지 않는 화자들이 광고 모델들을 향해 수많은 참견과 부정적인 평가의 말들을 쏟아낸다.

다리 길면 다 모델이냐?
다이어트한 거 맞아?

적당히 좀 하지 너무 말랐어.
저 타투는 뭐야.
팔자 좋다~ 맨날 여기저기 나다니고
......
“제가 알아서 살게요!”

△ 유튜브 '지그재그 광고' 캡처
△ 유튜브 '지그재그 광고' 캡처

소셜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사람들의 일상이 공개되고, 실시간 댓글로 타인의 삶을 평가하고 참견하는 일이 많아졌다. 셀렙들은 오죽할까. 광고에 쓰인 표현들은 실제로 각 모델이 수없이 들었던 말들일 터.

그래서 모델들이 화자들에게 보내는 ‘제가 알아서 살게요’란 한 줄의 카피 메시지가 속 시원하기까지 느껴진다. 남들의 시선이나 평가에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표정이 멋지다.

지그재그의 광고모델들은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스타일과 개성을 뽐내며 소신 있게 자신의 길을 가는 대표적 셀럽으로 꼽힌다. 그래서 '제가 알아서 살게요'란 메시지가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지그재그의 이전 광고는 70대 배우 윤여정을 모델로 기용해 "남들 눈치 왜 봐, 니네들 맘대로 사세요"라고 말해 화제가 됐었다. 2030 타깃에서 70대 모델을 선정한다는 자체가 파격적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컸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윤여정 배우가 등장한 광고는 타깃층에서 매우 긍정적인 반응으로 돌아왔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거침없으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솔직 당당한 애티튜드를 보인 윤여정 배우가 지그재그에서 ‘"네 마음대로 사라"고 툭 내뱉는 목소리는 멋진 여성의 인생 조언처럼 들리기까지 했다.

△ 유튜브 '지그재그 광고' 캡처
△ 유튜브 '지그재그 광고' 캡처

전편에 이어 이번 2023년 브랜드 광고 캠페인에서도 ‘산다’라는 중의적 표현을 사용해 마케팅적으로 연속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각양각색의 삶을 살아가는 2030 여성들과 함께 타인의 시선에 개의치 말고 스타일을 포함한 삶의 모든 방면에서 ‘나 다움’을 찾길 바라는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지그재그만의 브랜드 정체성을 확고히 다지는 계기가 됐다.

‘지그재그’라는 네이밍을 떠올렸을 때, 갈지자 형태가 상하좌우 자유롭게 그려지는 이미지가 연상되어 젊고, 자유롭고 독특한 느낌이 든다. 영상에서 광고 모델에게 보내는 수많은 참견의 말들의 자막을 의도적으로 겹치게 한 것도 ‘지그재그’란 네이밍의 가진 느낌처럼 비주얼적으로 재밌고 창의적이다.

마치 듣고 싶지 않은 말들을 펜으로 마구마구 지우듯이, 그 겹쳐지는 자막이 끝나면 모델들이 화면 앞으로 다가와 나는 나야, 라는 식의 표정으로 단호하게 혹은 오히려 무신경한 표정을 짓는다. 그 모습은 ‘지그재그’가 어떤 브랜드인지를 잘 말해준다.

브랜드의 정체성, 가치관을 소위 요즘 시대의, 요즘 세대의 언어로 풀어낸 ‘지그재그’의 광고는 모델 선정에서부터, 짧고 굵은 카피 ‘제가 알아서 살게요’, 모델을 바라보는 고정 시점과 내레이션에 맞춰 줌앤아웃 등의 간단한 촬영 방식, 모델의 특색을 드러낼 수 있는 장소와 소품의 디테일, BGM, 스토리 전개까지 2030 타깃들이 좋아할만한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냈다.

“잘 살고 있어. 걱정은 노노노!”

여행 유튜버 원지가 외치는 유쾌한 한마디가 귓가에 남는다.

△ 유튜브 '지그재그 광고' 캡처
△ 유튜브 '지그재그 광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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