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16일 TV수신료 분리징수에 대한 방송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하자, 공영방송의 공정성 회복과 국민선택권을 위해 분리징수해야 한다는 찬성 측과 공영방송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반대 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KBS 2TV는 지난 18일 ‘수신료와 공영방송의 가치’ 특집방송을 방영했다. 시사평론가인 정관용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은 KBS 이사를 지낸 황 근 교수(선문대)와 최영묵 교수(성공회대), 김희경 언론학 박사(TBS 이사), 이인철 변호사(전 MBC 방문진 이사), 오성일 KBS 수신료 국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수신료 분리징수가 KBS의 재원에 미칠 영향에 대해 오성일 KBS 수신료 국장은 “연간 수신료 수입은 2022년 기준 6,934억원으로 KBS 예산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분리 징수 시 수입이 절반으로 감소하고 징수비용을 감안하면 순수입은 천억원 대로 급감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KBS의 재원에 미치는 손실 파장은 회복 불가 수준이다"고 진단했다. 

수신료는 준조세, 분리징수해도 납부의무 지켜져야

분리 징수 문제와 공영방송의 신뢰성에 대해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수신료는 준조세이기 때문에 (분리징수하더라도) 납부 의무가 달라지는 건 없다. KBS는 수신료를 안 내면 강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분리징수 논의 과정에서) 당사자 간의 충분한 의견 수렴이 없었다. 공영방송의 평가가 그렇다고 나쁜 것도 아니다.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KBS의 신뢰도가 높았다”며 세간의 인식과 연구결과가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희경 언론학 박사는 “수신료 분리징수 하나로 공영방송에 고사 압력을 넣을 수 있는 상황이다. 굳이 분리 징수가 아니어도 시스템적으로 공영방송의 편파보도, 방만경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오히려 재정적 압박으로 KBS를 고사 위기로 몰아 넣는게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분리 징수로 공영방송 독립성 확보할 수 있어 

반면 이인철 변호사는 본질은 분리징수가 아니라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하는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국민들은 공영방송에 수신료를 내야 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수신료 납부는 TV 수상기 보유가 기준인데, 오늘처럼 인터넷과, 유튜브로 방송, 뉴스를 보는 시대에 수상기를 보유하는게 돈 낼 이유가 되는지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황 근 선문대 교수는 "정권이 바뀌면 KBS와 MBC의 이사회, 경영진을 바꾸는게 20년간 반복돼 왔다. 정부 입장에서 수신료 문제는 KBS를 통제할 힘인데 분리 징수하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 징수 방법의 논란이 있지만 이 기회에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는 절차 문제 vs. 분리 징수로 신뢰회복 계기 삼아야 

이번 수신료 분리징수와 관련해 절차 상의 문제도 지적됐다. 김희경 박사는 “시행령 개정은 관련 부처인 방통위가 입법 예고하기 전까지 다양한 회의와 의결 과정을 거치고 관련 연구조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개정은 논의 없이 빠르게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최영묵 교수는 "공영방송 내용이 내 마음에 안 든다고 수신료 거부하는건 적법하지 않다는 (법원의) 판단이 이미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정권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 매번 폐지해야 한다. 장기지속 중인 중요한 공적 시스템을 와해하려면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그 절차가 너무 짧았다"고 말했다. 

반면 이인철 변호사는 “공영방송이 편파보도로 신뢰를 잃는 상황에서 시정 방법으로 분리징수가 거론되어 왔다. 이를 통해 국민과의 관계에서 KBS가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반론했다.

황 근 교수는 "시행령에서 (수신료를) 징수하라는 건 해도 문제가 없다는 거지, 꼭 하라는게 아니다. 1994년 처음 징수할 때는 수신료에 대한 저항이 없었다. 그만큼 KBS에 대한 국민 신뢰가 있었다. 그 때와 달리 지금은 불신을 크게 받고 있다"고 밝혔다.

△ KBS 2TV '수신료와 공영방송의 가치' 방송 캡처

KBS, 분리 징수시 법률소송 검토할 전망

토론을 진행한 정관용 사회자는 분리 징수가 이뤄지면 KBS는 법률 소송을 할 것인지를 물었다.

이에 오성일 국장은 “검토할 수 밖에 없다. 수신료 납부 의무는 방송법에 규정되어 있다. (하위법인) 시행령을 고쳐서 납무 회피를 용이하게 하는게 정당한지 의문이 든다. (분리 징수) 시행령이 모법인 방송법을 일탈하고 국회 권한을 넘은게 아닌지 KBS는 권한쟁의, 행정심판 등 여러 절차를 진행할 것이다”고 답했다.

다른 국가의 공영방송제도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들이 나왔다.

먼저 황 근 교수는 방송 환경의 변화에 따라 수신료도 여러 사업자가 나눠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BBC가 수신이용료를 받기 시작한 1949년 영국의 방송은 BBC 뿐이었다. 이후 케이블TV, IPTV가 등장하고 독점력이 떨어지면서 오늘날의 BBC 수신료 개정 논리가 나왔다. 공영방송이 사회적 공익, 보편성을 위해 필요하다면 수신료도 여러 사업자가 나눠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최영묵 교수는 “영국도 수신료 문제를 논의하다 유지로 결정했다. 이유는 거대한 공영방송이 유료방송, 광고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시장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있었다. 그래서 영국도 연기한 바 있다”고 말했다.

오성일 국장은 “공영방송제도는 유럽을 중심으로 발달해 왔다. 유럽방송협회 가입사 56개 중 23개가 수신료를 받고 있고 그 중 12개는 전력회사에 위탁하는 방식이다. 이 중 수신료 납부를 시청자가 선택할 수 있는 국가는 없다”고 지적했다.

공영방송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가?

이어 사회자는 “공영방송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가?”란 근본적인 질문도 던졌다.

최영묵 교수는 “오늘날 글로벌 미디어 환경에서 넷플릭스를 어떤 매체가 감당할 수 있나? (글로벌 미디어에게) 안방을 뺏기는 가운데 민족 문화가 담긴 방송, 가족 콘텐츠를 공영방송이 아니면 누가 만들겠는가? 공영방송은 방파제 역할을 한다”고 답했다.

김희경 박사는 “공영방송은 그 시대의 시대적 정신을 담고 세대를 이어 통합하며, 그 시대의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며 “(지적되는) 공정의 개념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다. 공정에 집착해서 결과만 보지 말고 취재 과정에서 독립적으로 이워지고 다양한 목소리를 담았는지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오성일 국장은 “KBS에 대한 시청자의 시각은 싸늘하다. 수신료 현실화를 추진하며 조사해보니 국민의 73%가 KBS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공영방송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응답은 92%,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80%가 나왔다. 분리 징수가 진정 필요하다면 충분한 합의 절차와 정책적 고민을 통해 결론을 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황 근 교수는 “일부 시사프로그램을 보면 진행자의 정치적 성향이 무척 강하다. 정권이 바뀌어도 이런 문제는 똑같다. 그래서 공영방송의 문제점이 많이 제기된다”며 “당사자(KBS)들은 국민이 돈을 더 내서 더 큰 방송사를 유지하고 싶겠지만 방송환경이 그렇지 못하다. 작지만 필요한 방송형태로 가고 재원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이인철 변호사는 "공영방송이 필요한가란 질문은 공영방송의 입장이다. 수신료 부과 문제의 관점이 시청자의 선택권에서 비롯된만큼 국민이 (공영방송을) 필요하다고 느끼는가를 고민해 스스로 위상과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6일 TV 수신료를 전기 요금과 분리 징수하는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과정에서 입법의견 접수 기간을 10일로 정해 논란이 일었다. 통상적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법이 정한 입법 예고 기간은 40일로, 10일은 법 개정 이후 방통위가 정한 기간 중 가장 짧다.
 

△ KBS 2TV '수신료와 공영방송의 가치'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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