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한민국은 K-르네상스라 불릴 만큼 유례없는 문화 부흥을 맞고 있다. K-콘텐츠가 전세계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출연 연예인들도 글로벌 스타로 도약했다.

국내에서는 2011년 종합편성채널 출범에 이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을 통한 미디어 산업의 변화로 대중과 연예인의 접점이 더욱 늘고 있다. 특히 채널의 증가와 함께 영상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늘고 연예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연예인의 프로그램 출연료는 물론 광고 모델비도 상승하고 있다. 반면 이 같은 외형적 성장의 이면에 광고주·광고회사와 광고모델(스탭 포함)간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이에 반론보도닷컴은 좌담회와 전문가를 통해 광고 빅모델 관련 문제점 진단 및 해결책을 모색하는 등 총 3편의 [광고모델을 말한다] 시리즈를 준비했다.

① [좌담회] 화려한 조명 아래 빅 모델의 명과 암

② [좌담회] "빅 모델, 이것만은 안했으면..."

③ "광고에 유명 모델 쓰시나요?"

광고 제작현장에서의 모델 관련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기업에서 광고 제작과 모델을 담당하는 실무자를 만나 현황과 개선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좌담회 참석자는 익명 보장을 위해 예명 처리했다. 

* 좌담회 참석자 : 김아름 팀장(소비재) / 최다운 과장(제약) / 유대한 과장(식품) / 이민국 팀장(IT) / 유우리 차장(제조) / 오강산 차장(유통) / 민보호 과장(전기전자)

광고모델 스탭에 월급쟁이는 상상도 못할 금액 들어가

기업 광고 실무자들이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한 부분은 ‘광고모델의 스탭 관련된 요구 사항’이었다. 스타일리스트, 헤어디자이너, 메이크업아티스트 등 광고모델의 전속 스탭들에 대한 높은 비용과 때로는 과도한 요구로 광고제작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아름 팀장은 “일부 모델은 특정 포토그래퍼를 지정한다. 문제는 (뷰티업계가 아닌데도) 뷰티업계에 쓰일만한 고비용, 고퀄리티의 사진을 찍는 포토그래퍼를 요구한다. 우리 상품은 그런 수준까지는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모델의 요구에 맞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광고모델의 전속 스탭들에게 일반 월급쟁이는 상상도 못할 비용이 들어간다. 하루에 몇천만원? 그것도 광고 촬영이 하루에 두, 세편이면 비용도 두, 세배로 청구한다. 이 광고 편수 구분도 스탭들이 판단하다”며 스탭의 위상과 비용 상승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최다운 과장은 “비용 문제도 있지만 감독과 포토그래퍼, 의상 실장이 서로 시간이 되는 골든 데이트(date)를 찾아야 한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후반 작업까지) 일정이 빡빡한데 그들의 요구를 맞추다보면 일정이 밀린다”고 밝혔다.

그는 “빅모델과 일하는 스타일리스트 실장은 아티스트 수준으로 비용을 받는다. 한 번 코디해준 의상이 해당 광고뿐 아니라 다른 곳에도 노출되면 저작권 차원의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스타일리스트도 있다”고 현황을 설명했다.

스타일리스트, 포토그래퍼 등 스텝들이 촬영 현장 좌지우지

유대한 과장은 “제작 현장에서 스탭들과 굉장히 많이 싸운다. ‘자기 모델이 잘 나오게 해야 한다’는 명분 하에 본인이 광고주처럼 모니터링하고 상황을 제어한다. 모델이 원하는 스탭을 쓰지 않으면 촬영에 비협조적인 케이스도 있다”고 말했다.

유 과장은 “인지도가 낮은 연예인도 소속사가 대형 기획사면 빅모델이 받는 대우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 경우 모델비도 부담스럽지만 딸린 식구들(스탭) 때문에 증가하는 제작비가 더 크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경우다”고 말했다. 광고주들은 하나 같이 광고모델의 전속 스탭 비용과 그들의 요구에 상담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민보호 과장은 “일반인 모델은 그런 요구들이 없고 광고 모델 중에는 고생하는 분들도 많다. 위 사례는 빅모델들의 사례임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스탭 문제에 대해 불공정거래의 끼워팔기 금지 조항 등 제도적인 검토가 있었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같은 프로그램 동료 섭외했더니, '레벨 안 맞아 같이 하기 싫다'

유대한 과장은 모델들은 때로는 같이 출연하는 모델 선정까지 관여한다고 지적했다. 유 과장은 “ 스탭 지정은 당연하고 본인 선호도에 따라 상대 모델까지 선정하는 빅모델도 있다”며 “상대 모델보다 더 많이 나와야 한다며 최종 검토가 끝나 온에어 직전광고의 수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급한 대로 일주일만 내보내고 그 후 수정한 광고를 내보냈다”고 밝혔다.

민보호 과장은 “같은 프로그램에 나온 동료 배우를 섭외했는데 레벨이 안 맞아 CF를 못 찍겠다는 경우도 있다”며 “우리는 그런 속사정까지는 모르니 함께 출연하는 콘티를 짜두었는데 못 하겠다 하면 광고주는 져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유대한 과장은 “우리는 제품 특성상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하고 브랜드가 다양해 모델 선정의 폭이 좁다. 그러다보니 광고 제작시 모델에게 많이 끌려 다니는 편이다”며 “끝까지 가면 저희(광고주)가 질 수 밖에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협의 없이 모델 측의 일방적인 주장대로 광고 제작이 진행될 때가 많다. 특히 계약서 쓸 때 그렇다”고 털어놨다. 

라이벌 팬덤 항의, CD-기획사 유착 정황 등의 문제도

광고주들은 스탭 문제를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꼽았는데 그 외에도 광고 모델로 인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광고회사 CD와 기획사들의 유착 관계가 의심스러울 때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오강산 차장은 “우리는 광고 컨셉을 잡을 때 모델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는 편이다. 빅모델은 자신의 이미지가 많이 소모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케이스는 광고모델의 라이벌 팬카페에서 ‘왜 이 모델을 쓰느냐’며 강력히 항의한 경우였다”고 밝혔다.

유우리 차장은 “어떤 모델들은 자신이 쓰는 제품과 다른 모델이라며, 현장에서 사용법을 모르겠다고 촬영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럴 때 상당히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민보호 과장은 “광고회사 CD(Creative Director)와 기획사들이 막역한 사이로 알고있다. CD 멤버들 모임에 기획사와 모델들이 참여하며 그 해, 비슷한 기간에 특정 모델을 서로 밀어주는 경우도 있다”고 업계의 숨은 이면을 밝히기도 했다.

(② "빅 모델, 이것만은 안했으면..."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