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하반기 도입 예정이던 트렌드 토픽 서비스에 대해 철회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서비스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10일 카카오가 포털 '다음'에 '투데이 버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실검 부활 여부로 언론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계속되어 왔다.  카카오도 역시 서비스 지속에 관해 고심중인것으로 보인다. 

이번 포털의 키워드 트렌드 서비스는 뉴스 어뷰징, 여론 조작, 사생활 침해, 가짜 뉴스 등 각종 부작용과 논란 끝에 지난 2020년(다음), 2021년(네이버)에 폐지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서비스가 이름만 바꿔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실검 서비스는 여러 언론사들이 뉴스 검색의 상단 노출과 이를 통해 트래픽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면서 많은 폐단을 낳았다. 언론사들이 순위에 오른 특정 실검을 기사나 제목에 삽입하고 뉴스를 중복적으로 양산하면서 실검 서비스는 어뷰징과 가짜 뉴스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았다. 

당시 많은 매체들이 실검 전담 기자나 인턴까지 배치하고 작성 메뉴얼까지 만들어 뉴스 어뷰징을 공공연히 자행해 왔다. 심지어 기성 언론도 ‘실검 기사’를 쓰지 않으면 트래픽 경쟁에서 밀리는 탓에 실검을 이용한 어뷰징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양 포털측은 애초에 기존 실검 서비스와 이번 서비스가 '다르다'는 입장이었다. 우선 다음의 '투데이 버블'의 경우 검색 결과만을 가지고 순위를 매겼던 실검 서비스와 달리 외부 뉴스나 사이트의 정보를 수집하고 순위도 매기지 않는다는 게 카카오 측의 설명이다. 또 유해 콘텐츠나 상업 정보, 사회적 갈등 이슈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고, 이용자의 신고를 통해 해당 키워드를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네이버는 역시 '트렌드 토픽' 서비스에서 정치, 경제, 사회 분야는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네이버 역시 모니터링을 통해 자극적인 정보나 사회적 갈등 이슈는 배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인기 키워드 활용한 어뷰징 우려  

실검 서비스 문제가 이슈화되던 2016년 당시, 모 매체 뉴스에서 '실검 순위 조작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포털 관계자의 인터뷰가 인용된 적이 있다. 이유는 '조작 방지 기술을 도입해도 교묘하게 또 다른 방법으로 조작을 시도하기 때문'이었다. 

이에 비해 포털 측은 이번 서비스가 포털 내의 검색 키워드뿐만 아니라 포털 외부 등 다양한 웹사이트의 정보를 수집하고 순위도 매기지 않기 때문에 실검과 같은 부작용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키워드를 활용한 기사 어뷰징은 어떨까?

실검 서비스 당시 메뉴얼까지 만들었던 언론사다.  트렌드 키워드를 가지고 언론사들이 어뷰징 기사를 양산해낼 가능성은 있다. 

최근 일부 인터넷매체가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제목의 기사를 이용해 트래픽을 올리고 광고로 돈을 벌고 있다. 이들은 '포털 뉴스 검색 제휴도 관심없다'며 연예인 등에 대한 악성 기사를 양산해 트래픽을 이용한 광고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들 매체가 일부 지면을 할애해 투데이 버블이나 트렌드 토픽의 키워드를 활용해 소위 '얌전한' 제목의 기사를 생산해 네티즌들을 끌어들이면 어떻게 될까? 이들 매체에게는 이번 서비스가 새로운 홍보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언론의 트래픽 경쟁, 그리고 지나친 포털 의존

이번 트렌드 키워드 서비스 논란은 포털의 철회 검토 방침이 알려지면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포털 입장에서는 이번 논란이 당황스럽고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구글, 틱톡, 트위터 등도 트렌드 키워드를 집계해 올리고 있는데 국내 포털의 서비스에만 쏟아지는 비판에 불만도 있을 것이다. 

어뷰징의 1차 책임은 물론 해당 언론사에 있다. 하지만 국내 뉴스 어뷰징은 지나친 포털 중심의 뉴스 서비스 구조 때문에 악화된 것이 사실이다.

특히 부정적 기사를 양산하고, 기사를 빌미로 광고를 강요하는 사이비언론행위도 포털의 뉴스 생태계에서 더 심각해졌다. 더욱이 포털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개점휴업중이고 어뷰징, 사이비언론행위등으로 퇴출됐던 매체들도 소송 등을 통해 속속 복귀하고 있는 실정이다. 키워드 트렌드 서비스를 통한 어뷰징 우려가 '괜한 걱정'이 아닌 이유다.

네이버는 하반기에 AI를 활용한 검색 서비스 출시를 예고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AI 기반 검색 서비스가 나오면 지금도 하락하고 있는 네이버를 통한 뉴스 트래픽이 장기적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출처:더 코어 미디어 '생성AI로 달라질 네이버&구글 검색, 뉴스 트래픽은 안녕할까?) 

언론들도 사이비언론행위, 어뷰징 그리고 포털에 의존한 뉴스 유통에서 벗어나 자구책을 마련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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