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별세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생전 모습을 기리는 추모사가 각계에서 연이어 나오는 가운데, 전경련 회장 시절 근좌에서 보필한 손병두 전 전경련 부회장의 인터뷰가 주목을 받고 있다.

다음은 중앙일보 11일자 기사인 '미완의 세계경영…제2, 제3의 김우중 키우고 싶어했다'의 전문이다.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전 상근부회장 / 중앙일보 사진


"어제 ‘제가 왔다’고 했을 땐 눈을 뜨고 바라보셨는데…."

1997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일 때 김우중 회장을 전경련 회장으로 모시게 됐다. 개인적인 인연은 없었다. 샐러리맨의 우상이며 단돈 500만원으로 세계적 기업을 일으킨 영웅이고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란 국민적 교과서의 주인공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였다. 고인은 전경련 회장으로서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샌드위치를 먹으며 일했다. 새벽 2시에 헤어졌는데, 고인으로부터 전화가 오곤 했다. “아침에 5시까지 나와줄 수 있느냐.” 나야 두 시간이라도 잤지만 고인은 책상을 잡고, 걸상을 잡고 깜빡 졸곤 했다. 간이침대라도 들이라 했으나 사양했다. 줄담배를 피우며. 말 그대로 초인적이었다.
 
IMF 해법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 과감한 구조조정을 위해 사람을 잘라야 한다는 쪽이 있었다.  
 
고인은 “대기업이 앞장서 사람을 자르면 안 된다”고 했다. “대량실업 사태가 나면 사회가 불안정해진다. (현재) 과잉투자 상태인 시설재 수입이 줄고 수출을 많이 하면 500억 달러 흑자가 가능하다. 일시적 유동성 문제이니 2년 연속 흑자를 내면 IMF 돈을 갚을 수 있다. IMF 처방대로 하면 큰일 난다”고 했다.  정부는 “그게 말이나 되느냐”고 했다. 정부와 고인이 맞선 단초 아닐까 싶다. 결국 400억 달러 흑자였다. 김우중의 해법대로 했다면, 생각해볼 문제다. 김우중 해법이 옳았다는 분(신장섭 싱가포르대 교수)도 있다.

고인은 공산국가, 체제 전환 국가에 아무도 눈 돌리지 않을 때 들어가 개척했다. 하지만 IMF가 와서 미완으로 끝났고 대우가 해체됐다. 한국의 자산, 대우란 브랜드 가치를 잃은 거다. 국가적 손실이다. IMF가 2년만 늦게 왔더라면, 정부가 당시 자금(무역금융)을 막지 않았으면 몰락까지 가지 않았을 텐데…. 그분이 중도에 꺾이게 된 게 나로선 아쉽다.
 
이분에 대한 평가가 많다. 무엇보다 젊은이에게 꿈을 줬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대우가 몰락한 뒤에도 청년실업가를 양성하겠다고 했다. 한상(韓商)의 뿌리를 내리고자 했다. 제2, 제3의 김우중을 키우고 싶어 했다. 베트남에 계실 때 함께 식당에 갔는데, 그곳 매니저가 우리말을 잘하더라. 고인이 한국에서 대학원까지 공부를 시켰다고 하더라. 그런 분이다. 국가를 생각하는 경륜가기도 했다.
 
항상 “잘될 거야”라고 하셨다. 편찮으실 때도, 어려운 문제를 가져가도 그러셨다. 지금도 그러고 계시지 않을까. “잘될 거야.”
 
10년 전 김수환 추기경 선종 때, 베트남에서 급거 귀국해 조문했고 지난해 세례를 받았다. 바오로다. 이젠 모든 걸 내려놓고 천국에서 쉬시도록 기도드리고 있다.  

[출처: 중앙일보] 미완의 세계경영…제2, 제3의 김우중 키우고 싶어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653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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