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항공업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대한항공이 최근 여러 위기 상황 속에서도 탁월한 이슈 관리 능력으로 높게 평가 받고 있다.

지난주 한국광고주협회 주최로 열린 ‘2019 홍보전략 워크샵’에서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는 “이슈 관리 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 ‘철학’과 ‘원칙’을 대중에 전달하는 것”이라며 “대한항공이 위기관리 성공 사례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일명 ‘땅콩회항’ 이슈로 수년간 회자되며 기업 평판이 악화됐지만 약 5년에 걸쳐 국적기의 정통성과 진정성을 스토리텔링해 대중들의 기업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켰다.

대한항공은 ‘대한이야기’ 시리즈와 ‘The Moment’ 사진전, 故조양호 회장 일대를 그린 콘텐츠를 통해 부정 이슈를 부각하지 않고, 대한항공이 가지고 있는 ‘기업 철학'과 ‘역사’ 등 긍정적 부분을 어필하는데 집중했다. 특히 50년 국적기의 오랜 역사와 정통성, 이를 기반으로 한 체계적인 시스템과 퀄리티, 안전성 등 대중들이 잘 알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뉴스룸 · 유튜브 등 자사 채널을 기반으로 거부감 없이 확산시켰다.

송 대표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위기관리에 문제점이 있었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상당히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대한한공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기업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부각시켜 왔다. 과거 부정 이슈로 인해 이미지가 실추됐을지 몰라도, ‘기업’으로서 잃은 것은 없기 때문에 지금 현재 기업 가치는 떨어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위)'대한이야기' 시리즈. 대한항공과 about을 의미하는 '대한'을 동음이의어로 사용해 <최고의 파일럿이 되는 길에 대한 이야기> <대한민국 50년 항공기 역사에 대한 이야기> 등 대한항공의 품질과 철학을 대중에 전달 ‣(아래)대한항공 50주년 기념 'The Moment' 사진전을 통해 국적기의 오랜 역사와 정통성을 자연스럽게 어필

대한항공 외에도 대중에게 ‘진정성’을 전달하며 원점 관리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 기업은 또 있다. 대표적으로 코오롱의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와 삼성의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확산 사태에 대한 사과 및 대처 사례이다.

2014년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가 붕괴됐을 때 코오롱그룹의 이웅렬 회장은 코오롱 본사에 사고대책본부를 세우고, 즉시 경주 현장을 방문해 직접 사과하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보상하겠다고 사태를 진정시켰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 또한 2015년 삼성서울병원에서 벌어진 메르스 확산에 대해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드렸다”며 사과했다. 또한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투병생활을 통해 환자들과 환자 가족의 고통에 공감한다고 말하며 환자들을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코오롱과 삼성의 사과에는 변명이 없었다. 송동현 대표는 “이슈에 대응할 때 ‘문제의 발단이 된 사건’ 즉, 원점(原點)을 명확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사과문을 발표할 때에는 기업의 일방적인 판단이나 변명, 회피 등 가해자의 관점에서 작성해서는 안되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잘못되었다고 명백하게 설명하고 진정성을 담아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위기 관리에서 '최선'이라는 것은 없다"고 언급하며 "부정적 이슈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인데 이미 사건은 일어나 버렸기 때문에, 위기에 '대응 할 때와 대응하지 않았을 때'를 시뮬레이션 해보고 ‘기업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보다 나은 방안을 선택하는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런 의미에서 코오롱과 삼성, 대한항공은 이슈에 대해서 각자의 방법으로 대중에게 가장 전달하고 싶었던 '기업의 철학과 원칙' - 대한항공은 '정통성', 코오롱과 삼성은 '책임감' - 을 전달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업은 예기치 못한 사고, 허위․왜곡 정보 등으로 인해 어떻게든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면서 "지금과 같이 일반 국민들도 이슈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온라인 환경 속에서 여론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중의 입장에서, 대중의 생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기업이 가지고 있는 '원칙과 가치'를 중심으로 온라인상에서 이슈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다시 한번 위기 관리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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