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근 교수

포털사업자의 지배력을 보는 시각

4차산업혁명을 한마디로 알기 쉽게 정의하면 모든 사회 영역이 인터넷을 매개로 재편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O2O, 공유,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같은 4차산업혁명을 수식하는 용어들은 결국 모든 것들이 초연결되고 초지능화된 인터넷 공간으로 모든 사물들이 수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중심에는 포털사업자가 위치하고 있다. 구글이 전 세계를 지배하는 최강 플랫폼으로 군림하고 있는 것이나 우리나라에서 네이버가 독보적 위상을 견고히 지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포털 플랫폼들은 모든 영역을 마치 거대 공룡처럼 삼켜먹으면서 사회 곳곳에서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구글은 수많은 오프라인 산업들을 인수·합병해 4차산업혁명 이후 시대를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지배를 꿈꾸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지배적 포털사업자인 네이버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온라인 공간을 독점적으로 지배하는 것은 구글과 같지만 네이버는 검색을 축으로 하는 구글과 달리 뉴스를 매개로 독점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나 네이버 모두 이용자들의 트래픽이나 노출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공정경쟁 이슈들이 문제되고 있는 것은 같다. 네이버 역시 CP나 언론사 같은 콘텐츠사업자들과 지속적으로 갈등해왔다.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네이버 같은 포털사업자들이 지불하는 뉴스사용료는 전체 수입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고 투명성과 공정성도 결여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뉴스제공을 축으로 하는 네이버는 경제적 이슈들만큼이나 여론형성·가짜뉴스 같은 정치·사회적 영향력과 연관된 책임성 문제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학계나 정치권에서는 광고수익을 분배하는 방법이나 뉴스사용료 보다 포털사업자들의 뉴스 제공행위와 책임을 더 크게 문제 삼고 있다. 물론 뉴스배열이나 인기 기사, 뉴스 실검서비스 같은 뉴스가치(news value)를 결정짓는 행위들도 포털사들의 경제적 이익과 절대 무관하지 않다. 심지어 가짜뉴스와 뉴스 어뷰징, 클릭수·댓글 조작 같은 반사회적 행위들이 창궐하는 배경에는 포털사들의 이윤추구행위에 근본원인이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사업자들은 자신들은 뉴스를 생산하지 않고 제공·배포만 하므로 언론행위와 관련해 책임이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면서 뉴스 배열이나 검색 서비스 등에 대한 비판은 알고리즘(algorithm)이라는 기계적 중립성 방패 뒤에 숨어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느낌이다.

네이버의 뉴스정책 개편안,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이 같은 비판에 대해 네이버가 지난달 ‘뉴스 정책 개편 방안’을 발표하였다. ‘팬 비즈니스 기반 구독경제 시스템’이라는 명칭으로 2020년 2분기부터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주요 내용은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뉴스이용대가 전재료를 폐지하고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는 홈페이지나 기사본문의 광고수익을 언론사와 배분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언론사에게 부분적으로 광고영업권을 양도하겠다는 내용이다. 또한 수익배분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해 사용자 구독율과 로열티를 반영한 수익배분공식과 어뷰징(abusing)을 검증할 수 있는 ‘not good factor’ 기술을 개발·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안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일단 포털사업자 불공정거래의 상징이 되어왔던 뉴스이용 전재료를 폐지하고 구독자기반 수익분배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한 조치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지금보다 뉴스사용료 총액이 증가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은 문제다. 도리어 많은 군소 언론사들의 수익은 더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네이버가 적용하겠다는 수익배분 공식에 대해서도 우려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언론사들에게 홈 기사 광고영업권을 이양한 것은 자칫 광고영업을 명목으로 뉴스 왜곡과 사이비 언론을 창궐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더구나 최근 전통미디어들의 광고압박이 커지면서 협찬을 통한 홍보성 기사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이같은 우려를 더하게 한다.

이와 함께 뉴스가치와 여론형성을 왜곡시킨다고 비판받아왔던 실시간 검색어 시스템을 이용자 개개인의 관심과 선호도에 맞추어 제공하겠다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물론 실시간 검색어나 기사순위 시스템이 야기했던 숫자를 명분으로 한 다수의 폭력과 클릭 수 조작을 통한 여론왜곡현상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개개인의 ‘확증편향 현상’을 더 심화시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개인의 뉴스구독이력이나 네트워크 관계, 댓글, 선호·관심도 같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실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갈등현상의 원인이 포털과 SNS 같은 온라인 네트워크의 왜곡된 의사소통 구조라는 지적이 많다. 그러므로 이 방안은 네이버가 이러한 문제들을 기술적·기계적 방패막이 뒤에 숨어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인터넷 포털의 전향적 태도 필요

네이버가 발표한 뉴스정책개선안은 이전보다 진전된 측면이 없지는 않지만 여전히 포털사들의 무책임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뉴스 이용대가를 언론사와 분배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은 분명 한 발 앞으로 나아간 것이다. 하지만 일보전진한 방법이 포털사와 언론사간 상생시스템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도리어 포털이 트래픽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책임은 언론사에게 전가하는 방식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협상력이 약하거나 갖지 못한 많은 군소 언론매체들이 포털사에게 종속될 가능성이 더 높다.

더 심각한 것은 네이버가 가장 크게 비판받아왔던 뉴스제공행위에 대한 책임의식을 여전히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뉴스배열이라는 게이트키핑 행위를 통해 사실상 언론사와 동일한 아니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태에서 여전히 사회적 책무를 애써 도외시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개인 맞춤형 실검서비스처럼 기계적 알고리즘 방식으로 그 책임을 개별 언론사나 이용자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뉴스이용대가 혹은 광고수익 분배 방식의 공정성·객관성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이로 인한 사이비언론의 창궐가능성, 뉴스를 매개로 한 광고영업행위 증가 같은 병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모든 사회 영역을 마구 삼키면서 막강한 영향력과 수익을 올리고 있는 독점적 포털사업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낙후된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이 같은 사회적 책무를 인식한다면 네이버 같은 포털사업자들이 시장에서나 언론 영역에서도 책임있는 자세를 가져야만 한다. 이제 어느 누구도 네이버가 남이 만든 콘텐츠나 뉴스를 제공하는 중립적 전달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리어 많은 조사결과들은 사람들이 네이버를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언론사라고 생각하고 영향력도 엄청나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초고속 성장한 기업으로서 뿐만 아니라 여론형성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기구에 걸 맞는 책임있는 태도와 방안들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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