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는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삼성의 경영 승계에 문제가 있다는 ‘끝까지 판다’ 기획 시리즈를 연속으로 보도했다. 19일에는 7꼭지, 20일에는 8꼭지, 21일은 5꼭지를 할애하고, 22일에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대책 발표 내용을 소개했다. 매일 약 15~20분간에 걸쳐 삼성의 경영 승계가 의혹투성이라는 식의 뉴스를 황금 시간대에 집중 배치한 것이다. 언론은 보도 및 편성의 자유를 가진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리고 탐사보도의 가치와 의의에도 불구하고 이번 방송은 몇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국민들은 특정 주제를 뉴스시간에 집중 배치한 의도를 궁금해한다. 국내외에 긴급한 현안들이 등장했고 다른 방송사에서는 그런 뉴스를 소개하고 있는데, SBS는 오로지 삼성 경영권 승계 뉴스를 집중 보도했다. 하루 방송에 그치지 않고 연일 이 문제를 8시 뉴스시간에 계속해서 내보내는 것을 보고, 특정기업을 손봐주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시간 배분이라는 의견이다.

둘째, 기자가 수사관처럼 보도하는 모습도 도마에 올랐다. 탐사보도가 특정 주제를 직접 조사(investigation)해 문제를 발굴하는 형태의 저널리즘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어디까지나 기자가 수사관은 아니다. “끝까지 판다”라는 기획 시리즈 제목이 암시하듯, 털어서 먼지가 나올 때까지 계속 탐사하겠다니 기자는 범인을 특정하고서 자기 논리나 프레임에 맞는 증거를 모아나가는 수사관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극히 일부 언론은 이번 방송내용을 ‘역대급 탐사보도’라고 추켜세우기도 하지만, 언론이 그만큼 이슈 몰이에 나섰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

셋째, 해당기업의 반론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첫 방송에서는 삼성 관련 보도를 방송시간의 38%나 할애하면서도 삼성 측 의견은 5초 정도 짧게 전달하는데 그쳤다. 20일 삼성물산의 공식 반박 자료와 정정 보도 요청에 대해, 21일 8시뉴스의 ‘사실은’ 코너에서는 그 내용을 자세히 소개하지도 않았다. 마치 삼성의 반론권을 보장이라도 하듯 말하면서도 반박 내용을 유리한 방향으로 취사선택한 모양새였다. 하나씩 팩트 체크를 해서 기자의 논리를 강화하는 쪽으로만 반박 자료를 활용했다.

넷째, 방송 시점이 적절했느냐에 대한 의견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 재판부는 “삼성 경영권 승계 작업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탐사보도가 정말 필요했다면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다음에 방송해도 무방할 텐데, 굳이 지금 이때 방송을 해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이번 SBS의 ‘끝까지 판다’보도는 관련 인사의 대법원 판결을 남겨둔 상황에서 3심 판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법관들에게 사회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여론몰이식 보도가 언론의 정도를 벗어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 뉴스가 “공정성과 신뢰성”에 조금이라도 의구심을 받는다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이번 끝까지 판다식 보도는 열심히 땀 흘리는 다른 기업들에게 ‘다음엔 우리 차례인가’하는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현실도 직시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세계시장에서 기업이미지와 제품으로 경쟁하는 글로벌기업의 경우에는 작은 의혹성 뉴스라도 경영상의 크나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기업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스컴의 이슈 보도는 보다 신중히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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