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프라임 시간대(통상 19시부터 22시까지를 말한다)에 TV를 틀면 예능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시청률이 가장 많이 오르는 시간대에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대신 기존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런 현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펀덱스 지수를 활용해 2016년도부터 2023년도까지 화제성 조사 대상으로 등록한 TV 비드라마(예능,시사,교양 포함)를 살펴보았다. 조사 대상 채널은 지상파, 종합편성, 케이블 39개사이며 프라임 시간대의 프로그램과 채널별 주요 프로그램은 모두 포함하였다. 단, 뉴스, 스포츠 중계, 음악 순위 프로그램 등은 제외했다.

TV 비드라마 프로그램 전체 수 감소

위 [그래프1]과 같이 조사 대상으로 등록된 비드라마 편수는 2022년 주(週)당 183편에서 2023년 178편 그리고 2024년 151편으로 최근 2년 사이에 약 18% 감소했다.

2024년 현재 주요 채널별 비드라마 편수를 [그래프2]에서 살펴보면 MBC가 19편으로 가장 많았다. 그에 반해 tvN은 8편, JTBC는 5편만 방송하고 있었다. 이렇듯 두 개의 그래프를 통해 TV 비드라마의 전체 수가 많이 감소했고, 특히 tvN과 JTBC에서 그 수가 적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TV 비드라마 전체 수가 감소했기에 프라임 시간대에도 기존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는 것으로 보인다.

TV 비드라마 신작 수 역시 감소

그렇다면 비드라마 신작의 경우는 어떨까? 시청자들은 신작이라면 응당 트렌드를 가장 잘 반영하고, 보다 실험적일 것이라고 여기곤 한다.

2016년부터 2023년도까지의 연도별 비드라마 신작 편수를 살펴본 아래 [그래프 3]과 같이 2023년도 비드라마 신작 편수는 2022년도 대비 22%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23년도의 272편은 COVID19가 발생하여 거리두기를 시작했던 2020년도의 246편보다는 높은 수치이긴 하나 그 여파가 여전히 컸던 2021년도의 313편보다는 적다.

이를 다시 채널별로 분류한 [그래프4]를 살펴보았다. 2024년도에 가장 많은 비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는 MBC는 최근 2년 연속 비드라마 신작 공개 편수가감소한것을 확인할 수 있다. tvN과 JTBC는 22년 대비 신작 수가 2023년도에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악/댄스 오디션 프로그램을 다수 제작해온 Mnet 역시 신작 제작 편수가 점점 감소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SBS, TV CHOSUN, MBN 그리고 채널A는 전반적으로 2020년도 이후부터 비드라마 신작이 증가하고 있었다.

신작 속시즌제 프로그램 비율은 늘어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tvN, JTBC, Mnet 등의 방송국 신작 편수가 줄었다. 그러나 감소한 신작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특징이 있다. 바로 신작 중 시즌제 프로그램 비중이 증가한 것이다. 결국 새로운 포맷을 선보이는 ‘진짜’ 신작은 더더욱 감소한 것이다.

2023년 JTBC의 경우 <최강야구>, <뭉쳐야 찬다>, <싱어게인>등을,tvN은 <어쩌다 사장>, <텐트 밖은 유럽>, <뿅뿅 지구오락실>등을 시즌제로 만들어 방영했다. Mnet도 마찬가지다. <스트릿우먼 파이터>, <퀸덤>등 이미 흥행한 적 있는 프로그램의 포맷을 다시 활용하며 2023년의 신작으로 방영했다.

위의 [그래프 4]에 나타난 것처럼 tvN은 2022년도에 약 40편의 신작이 방영되었는데 이 가운데 시즌제는 23%인 반면, 22편의 신작이 방영된 2023년도에는 시즌제 비중이 40%나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시즌제 프로그램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이유로는 팬덤이 이미 형성되어 있거나 여행 예능,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고정 시청층이 있는 작품을 통해 남아있는 시청자들을 붙잡아 놓기 위함으로 보인다.

유튜브로 이동한 시청자와 콘텐츠

2024년 현재 시청자는 유튜브에 보다 익숙해지고 있고 있다. 예능 콘텐츠 제작도 이와 발맞추어 심의나 제약이 적은 유튜브로 옮겨가고 있는 중이다. 국민 MC 유재석, 신동엽 역시 유튜브에서 스스로가 제일 잘하는 토크 예능을 펼쳐 보이고 있으며, 나영석, 김태호 같은 유명 예능 PD도 ‘채널 십오야’, ‘테오’ 등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신의 기량을 보다 손쉽게 뽐낼 수 있게 되었다.

유튜브에서 더 자유롭고 다양하게 다뤄지고 있는 생활 밀착형 영상(연예인들의 여러 일상브이로그)이나 토크 영상(<핑계고>, <살롱드립>,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 등에 익숙해졌기에 TV 비드라마 속 생활 밀착형 예능이나 토크쇼 등이 지루해졌다고 생각하고 식상함을 느끼는 시청자 연령층이 생겨나고 있다. 물론 변화없이 이전의 기조를 따라가는 익숙한 프로그램이 좋은 시청자 연령층도 있겠지만 말이다.

한마디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는” TV비드라마의 행보와 여러 시도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TV예능의 방향은?

포맷 제약도 적고, 광고 및 협찬도 자유롭고,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유튜브는 현재 TV 못지않은 대형 미디어가 되었다. 유튜브에 익숙한 시청자 연령층을 사로잡기 위해 방송국도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시리즈나 <전현무계획>등 자유로움을 강조한 예능들이 그 예이다. 더불어 풍자, 곽튜브 등의 유튜버들을 TV로 끌어오며 유튜브와 TV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자 한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바꿀 필요는 없다. 현재 TV의 생활 밀착형 예능,이를테면 <나 혼자 산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동상이몽_너는 내 운명>등은 프로그램 취지를 살려 꾸준히 그리고 착실히 방영하고 있다.

또한 <아는 형님>, <라디오스타>같은 토크쇼 예능도 오랫동안 쌓은 내공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 이런 스테디 인기 비드라마는 유튜브에서 내뿜을 수 없는 이들만의 에너지를 TV시청자에게 전달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여전히 TV비드라마의 새로운 시도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새로운 포맷을 선보이고 있는<아파트404>가 비드라마 화제성 10위권 안에 진입하는 등, 시청자들이 TV 비드라마의 실험을 계속 기다리고 있고 응원하고 있음을 반증한다고 생각한다.

TV 비드라마의 제작 방향은 어떻게 되어야 할까?

TV라는 디바이스에 여전히 익숙한 시청자들을 유지시키는 가운데 유튜브로 옮겨가고 있는 시청자를 다시 끌어들일 수 있는 유튜브형 예능을 개발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아니면 유튜브 예능의 인기 역시 언젠가 사그러질 것이라는 전제 아래 TV 비드라마만의 경쟁력을 더욱 성장시키는 것이 좋을까? TV 비드라마의 새로운 시도가 궁금해지는 2024년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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