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축구 준결승전 당시 불거져 나온 손흥민과 이강인의 갈등은 정말 다행스럽게도 이강인의 적극적 사과와 손흥민의 캡틴다운 태도로 잘 봉합되었다. 하지만 한국 축구를 짊어진 두 선수간의 사건에 대해 국민들은 우려를 표시했다.
이번 사건은 이강인을 브랜드모델로 기용한 기업에도 큰 걱정을 안겨줬다. 해당 기업은 이강인을 향한 빗발치는 비난에 엄청난 모델비와 제작비가 들어간 광고를 내렸고,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단기간 매출에 엄청난 차질이 생겼음은 물론, SNS 비난 댓글로 호된 곤욕을 치뤘다.
브랜드는 인지도가 높거나 이미지가 좋은 유명인, 인플루언서를 브랜드의 모델로 활용하는데, 이들을 브랜드 엠버서더(brand ambassador), 즉 브랜드 홍보 대사라고 한다. 기업을 대신해 자신의 인지도와 호감도를 소비자와 대중에게 전달하는 활동을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 소비자는 브랜드와 엠버서더를 동일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모델의 좋은 이미지와 인지도를 제품과 서비스에 잘 투영시킬수록 성공한 광고가 되는 것이다.
한국, 빅모델 선호도 압도적으로 높아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유명인을 브랜드 엠버서더로 활용하는 ‘빅모델 광고’ 선호 국가다. 실제로 한 논문(Fedorenko, 2009)에 따르면 한국은 유명인을 이용한 광고의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광고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9.9%의 광고만이 유명인을 모델로 사용하고, 그 밖의 선진국들도 유명 모델 의존도는 10% 내외다. 그런데 한국은 이 분야 세계 1위다. 요즘 광고를 보면 그 비율이 더 낮아지기보다는 오히려 더 높아졌다는 것을 체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
사실 유명인 광고가 효과가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모델이 광고의 설득력보다는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이론도 있고, 긍정적인 감정의 전이(affect transfer)가 발생함으로써 광고되는 브랜드에 대한 태도를 좋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론, 그리고 모델이 갖고 있는 신뢰감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광고의 내용을 신뢰하게 된다는 이론까지, 다양한 이론과 연구 결과가 있다.
이런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리스크가 큰 것이 ’브랜드 엠베서더‘ 전략이다. 얼마 전 마약 사건으로 논란이 된 배우 유아인의 경우, 수년간 전속 모델로 그를 활용했던 무신사는 엄청난 피해를 봤다. 특히 이 브랜드는 ’무아인‘이란 가상 인간까지 만들어 유아인의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한 바 있을 정도로 모델과 브랜드의 밀착도가 다른 어떤 브랜드보다 높았기 때문에 그동안 어렵게 쌓아올린 브랜드 이미지에 미친 악영향이 매우 컷다. 그 이전에도, 미투, 학폭 등이 유명인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브랜드들은 가슴을 쓸어 내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홉스테드의 권력거리(power distance:권위에 대해 구성원이 느끼는 거리)지수도 빅모델 광고의 든든한 논리적 근거다. 권력거리지수가 높은 국가에서 유명인을 이용한 광고가 효과적(1998, De Mooij)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Hofstede Insight의 지난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알만한 나라 중 말레이시아(104),필리핀(94),중국(80),인도(77)가 대표적으로 높은 권력거리를 가진 나라들이다. 그런데 한국(60)은 평균(60.2) 이하다. 한마디로 우리 소비자들의 유명인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과거에 비해 크지 않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유명인을 브랜드 앰버서더로 기용하는 이유는 전쟁 같은 마케팅 현장에서 브랜드가 받는 매출의 스트레스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위대한 브랜드는 소비자와의 관계를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만들어 간다.
그래서 특정 유명인의 이미지보다는 브랜드 스스로의 이념을 잘 만들고,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에 몰두하며, 그 이념에 동조하는 팬덤을 만드는 브랜드 전략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브랜드 팬덤을 거느린 애플의 모든 광고에서 제품이 주인공인 이유다. 훌륭한
브랜드는 설령 유명인을 이용한 브랜드 엠베서더 전략을 수행하더라도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방식으로 수행한다.
물론 그 모델의 사회적 평판과 성향을 신중히 고려해서 진행한다. 엠버서더 역시도 자신의 이름에 올려진 브랜드에 대한 책임 이라는 무게를 잘 인식해서 자기 관리를 하도록 유도한다. 우리나라 최장수 브랜드 엠버서더였던 제일제당 의 김혜자가 좋은 사례다. KB은행 그룹과 10여년 이상을 같이 해온 피겨스타 김연아도 마찬가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