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환경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할까? 환경은 우리네 삶의 터전이자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환경 파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환경 인문학자나 환경 예술가들은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재활용이나 업사이클링 같은 용어는 사람들의 환경 보호 의지를 나타내는 최소한의 표현이다. 환경 예술가들은 자연 환경에서 영감을 얻어 예술작품을 완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연 환경이 파괴되면 영감을 얻을 예술가의 터전도 사라진다. 이렇듯 예술과 환경은 결코 분리되는 영역이 될 수 없다.

삼성전자, 광고에 사용된 소품과 모델 의상 활용해 업사이클링 예술 탄생시켜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의 광고 촬영 현장에 흩어진 소품들은 김은하 작가의 손길을 거쳐 예술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패션에 관심이 많던 작가는 옷을 사오면 비슷한 옷이 늘어나거나 잊고 있는 옷도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헌옷을 재활용해 작품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결심한 이후 김은하 작가는 버려진 옷을 재활용해 새 생명을 불어넣는 설치미술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김 작가는 헌옷을 뜯고, 붙이고, 꿰매 새로운 의미를 담은 예술작품으로 탈바꿈시켰다.삼성전자는 2023년에 비스포크 냉장고의 절전 가전(家電) 철학을 담은 업사이클링 예술작품을 발표했다. 비스포크 냉장고의 광고를 촬영하면서 사용했던 세트장의 소품이나 모델의 의상을 활용해 업사이클링 예술작품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실생활의 소재로 가구를 제작하는 이규한 작가는 비스포크 냉장고의 새틴 세이지그린 패널과 촬영 세트장의 가벽을 활용해 테이블과 의자 세트를 제작했다. 헌옷을 재활용해 작품을 만드는 김은하 작가는 광고 촬영 때 썼던 의상을 재활용해 도넛과 케이크 같은 식재료와 디저트를 만들어 푸짐한 식탁을 형상화한 예술 작품을 완성했다.

광고 촬영 세트장 가벽을 재활용한 테이블과 의자 업사이클링 작품 (이규한, 2023)
광고 촬영 세트장 가벽을 재활용한 테이블과 의자 업사이클링 작품 (이규한, 2023)

작가들은 비스포크 냉장고가 추구하는 절전 가전 철학과 지속가능한 일상을 설치 예술로 표현하기 위해 업사이클링 예술작품을 시도했다. 비스포크 냉장고는 에너지 절감을 극대화하는 3가지 핵심 포인트로 유명하다. 키친핏부터 프리스탠딩 모델까지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제품으로 에너지를 절약하고, 고효율 에너지의 맞춤 절전으로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최저 기준보다 소비 전력을 최대 22%나 더 절약하며, 스마트싱스(SmartThings) 인공지능 절약 모드로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어 추가로 전기를 절감한다는 소비자 혜택이다.

삼성전자에서 업사이클링 예술작품을 기획한 이유는 24시간 전기를 쓰는 냉장고의 특성상 에너지 절약이 더 중요해진 상황에서 비스포크 냉장고의 절전 철학을 어떻게 만져지게 할 것인지(how to be tangible)를 보다 구체적으로 알리고자 했기 때문이리라.

광고 촬영 의상을 재활용해 완성한 식탁 음식 업사이클링 작품 (김은하, 2023)
광고 촬영 의상을 재활용해 완성한 식탁 음식 업사이클링 작품 (김은하, 2023)

업사이클링 예술작품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하자 사람들은 정말 옷으로 만든 작품이 맞느냐는 반응을 나타내며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우리나라 가정에서 버려지는 생활 폐의류에 관한 환경부의 통계치를 보면 그 물량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옷의 유행 주기가 너무 빠르게 변하는 패스트 패션이 문제라는 뜻이다. 학자들이 제품을 분류할 때 마치 빵이나 과일처럼 옷을 ‘썩는 상품(perishabl goods)’으로 분류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옷 소비가 특히 과열돼 있는 우리나라에서 옷의 과잉 생산 못지 않게 더 심각한 문제는 과잉 소비다. 패션에 무관심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패션이 야기하는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김은하 작가는 자신의 개인전 《본 아페띠(Bon appétit!)》의 작가 노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대사회에서 유행은 더욱 빠르게 흘러간다. 분명 얼마 전 모두가 맞춘 듯 입고 다녔던 옷들은 어느샌가 익숙하게 버려진다. 옷은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가장 큰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옷에는 내가 투영되어 있기에 나는 옷과 함께한 기억의 의미를 쉽게 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버릴 수 없는 것들, 과거의 ‘나’ 혹은 과거의 ‘누군가’들의 기억이 담긴 옷을 모으기 시작했다. 다양한 기억을 가지고 한데 모인 옷으로 재료가 가진 고유의 색채와 프린팅, 질감에 집중하였고 이를 붙이거나 해체해 새롭게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 내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형상은 언제 잊혀졌냐는 듯 선명한 색감으로 뭉쳐 우리에게 다가오며 낯설지만 익숙한, 어딘가 모순적인 무언가로 가치를 부여받으며 재창조된다.”

작가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과 패스트 푸드의 유사성에 주목했다. 급변하는 유행에 따라 쉽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옷들을 주요 재료로 삼아 음식 형태의 예술작품을 만들었는데, 이는 패션이 음식처럼 ‘썩는 상품’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기에 충분했다. 작가가 버려지는 옷을 재해석하며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옷을 너무 자주 버리지 말라는 것. 그러면 결국 자연 환경이 파괴 된다는 것. 한 마디로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에 충분했다. 경각심을 가지라는 메시지에도 주목해야겠지만, 패스트 패션을 지양하고 슬로우 패션을 지향하는 우리들의 실천 의지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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