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고금리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운전자금 부족은 물론이고 시설투자나 신규 사업 투자는 엄두도 못 내는 상황에서 현 상태를 유지하는 데 힘쓰고 있다는 것.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21일 최근 기업들이 주요 자금조달 수단으로 내부 유보금을 활용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도착하기 시작한 대출 상환 청구서와 보수적 운영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대한상의는 매출액 1000대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의 자금조달 실태'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들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이 '내부 유보자금(63.0%)'에 집중돼 있었다. 금융권 차입(33.7%)과 회사채·주식 발행 등 직접금융시장(2.3%) 등 외부로부터의 자금조달은 후순위로 응답했다.

이번 결과는 지난 2022년 8월에 실시한 조사에서 기업들이 자금조달 수단으로 금융권 차입(48.2%)을 내부 유보자금(27.9%)보다 더 많이 응답했던 것과 대비된다. 이와 함께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을 택한 기업도 대폭 감소했다.

대한상의는 기업들이 외부자금 조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 것에 대해 고금리 여파가 본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봤다.

기업 4곳 중 3곳…원리금 상환 중이거나 상환 예정

아울러 은행으로부터 차입한 고금리 대출에 대해 현재 이자 또는 원금을 상환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53.3%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안에 원리금 상환이 도래할 예정인 기업도 19.3%로 나타났다. 즉 기업 4곳 중 3곳이 올해 고금리 대출 상환 청구서를 받게 될 것이란 의미다.

기업들은 자금조달 및 운용상의 주요 애로사항으로는 '고금리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69.3%)'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운영상 자금수요 증가(25.0%) △은행의 대출심사 강화(22.7%) △만기도래 상환 부담(10.0%) △기업 신용등급 하락(9.7%) 등 순으로 뒤를 이었다.

실제로 기업들은 상환부담으로 인해 대출을 줄여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년동기 대비 대출규모 증감액이 지난해부터 줄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한상의는 기업 재무부담 증가와 외부자금 조달 감소에 영향을 미친것으로 분석했다. 동기간 차입금평균이자율이 상승하고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이 급락하는 등의 영향을 받아서다.

운영비용 지출에 자금조달 많이 할애

또 고금리 영향으로 기업들은 설비투자보다는 인건비 등 생산과 운영비용 지출에 조달자금을 많이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자금조달 목적은 '인건비 등 운전자금 수요'가 72.0%로 가장 높았다. 이어 △공장설비 등 시설투자(50.7%) △현금 유동성 확보(27.7%) △원리금 등 채무상환(12.0%)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대한상의는 대출 등 외부자금 조달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가 줄어드는 이유에 대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경제상황을 지적했다.

지난해 민간 설비투자증가율이 점차 감소해 3분기 역성장(-6.5%)을 기록했고, 시설자금 대출증가율도 감소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고금리에 따른 자금조달비용 증가까지 더해졌다. 신규 투자 및 사업 확장을 위해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하기보다 내부 유보금으로 충당하거나, 사업운영에 필요한 운전자금에 대한 조달을 우선시하는 것.

고금리 해소에 대한 기업 전망 달라

다만 고금리 해소에 대한 기업들의 전망은 엇갈렸다.

고금리 기조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올해 하반기’로 응답한 기업이 38.3%로 가장 많았다. 이어 ‘내년 상반기’라고 전망한 기업은 25.3%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로 예상한 기업이 15.7%였으나, ‘내년 하반기’ 또는 ‘내후년 이후’까지 고금리가 여전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기업은 각각 11.3%, 9.4%로 나타났다.

대한상의 김현수 경제정책팀장은 “고금리 기조를 버텨온 지 1년 이상이 지난 시점에서 실적이 부진한 기업들은 누적된 이자 부담으로 인해 한계에 다다른 상황일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될 때까지 기업 금융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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