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크롬이 올 하반기에 ‘서드파티(제3자)’ 쿠키 지원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혀 관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건국대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센터(DCRD)는 24일 ‘크롬의 서드파티 쿠키 지원중단이 불러올 변화’를 주제로 뉴스테크 이니셔티브 특별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의 주요 내용과 함께 구글의 정책 변화가 광고·미디어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본다.

△ 뉴스테크 이니셔티브 특별세미나 자료(한국디지털광고협회 제공)
△ 뉴스테크 이니셔티브 특별세미나 자료(한국디지털광고협회 제공)

서드파티 쿠키란 무엇인가?

온라인광고의 데이터 유형은 △제로파티 △퍼스트파티 △세컨드파티 △서드파티 데이터로 나눠진다(상단 그림 참조). 여기서 쟁점은 앞으로 ‘퍼스트파티’의 쿠키 데이터를 ‘서드파티’가 이용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퍼스트파티 데이터는 기업의 웹사이트 안에서 이용자가 활동한 내역이다. 가령 네이버나 구글에서 활동한 검색, 구매, 이메일 등의 정보다. 이러한 활동 내역은 이용자의 브라우저(크롬)에 쿠키 데이터로 자동 저장된다. 쿠키는 웹사이트의 이미지/텍스트/로그인 정보 등을 기억해 접속했던 웹사이트를 빠르게 열도록 돕는 기능을 한다.

반면 서드파티 데이터는 소유자가 아닌 제3자가 웹사이트들에 심어논 쿠키 데이터로 사용자의 이용행태를 추적하는 것이다. 구글 크롬의 서드파티 쿠키 지원 중단은 크롬(브라우저)을 통해 광고사업자 등 제3자가 이용자 데이터를 얻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크롬은 글로벌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64%, 국내서는 54%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 Statcouter 자료 / 2023년 12월 기준
△ Statcounter 자료 / 2023년 12월 기준

맞춤형 광고의 위기

이용자의 행태 정보를 활용한 맞춤형 광고는 온라인광고시장의 확대에 큰 기여를 해왔다. 맞춤형 광고란, 일반적으로 이용자가 ‘노트북’을 검색하면 관련 링크(판매 사이트 등)가 결과값으로 나오거나, 이후 접속하는 각종 웹페이지(뉴스, 커뮤니티, 쇼핑몰 등)에 노트북 광고가 노출되는 형태다.

광고주는 제품군 별로 광고 타깃이 다르고 소비자가 접하는 매체가 수없이 많기 때문에 타깃 대상 노출이 명확한 맞춤형 광고를 선호해 왔다. 이러한 광고타깃(소비자)에 대한 정보는 서드 파티가 각종 웹사이트에 심어 놓은 쿠키로부터 데이터를 얻었다. 크롬의 제3자 지원 중단으로 맞춤형 광고를 위한 고객 데이터를 얻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 판매 업체는 맞춤형 광고가 자사 웹사이트로 연결되어 구매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이에 온라인광고회사는 다양한 웹사이트(언론사, 커뮤니티 등)와 제휴하여 광고주가 해당 웹사이트들과 개별 계약없이 동시다발적으로 광고가 노출될 수 있는 네트워크광고(Network Advertising)를 제공해 왔다.

네트워크광고를 통해 광고주는 수많은 소비자들 중 광고타깃을 분류하여 이를 대상으로 맞춤형 광고를 집행할 수 있다. 또 언론사는 개별 영업과 시스템 구축 없이 광고를 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아왔다. 특히 트래픽이 적고 매체 영향력이 부족한 중소 언론사들에게 네트워크 광고는 주요한 수입원 중 하나였다.

△ 커뮤니티 사이트(theqoo.net) 하단에 배치된 네트워크광고
△ 커뮤니티 사이트(theqoo.net) 하단에 배치된 네트워크광고

구글의 서드파티 쿠키 지원 중단의 배경

이번 특별세미나에서 개인정보보호법 강화의 의미를 발표한 고환경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되어 오면서 지난 해는 쿠키 활용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예로 2023년 1월 메타가 맞춤형광고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아일랜드 개인정보감독기구(DPC)로부터 약 5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6월은 프랑스 개인정보감독기구(CNIL)가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쿠키를 심은 광고회사 크리테오에 약 58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도 2020년 약 690억원의 과징금을 CNIL로부터 부과받았듯, 개인정보보호 이슈가 기업 특히 빅테크의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구글과 애플은 이미 2010년대 말부터 탈(脫) 쿠키 정책을 추진해 왔고 이미 충분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한 퍼스트파티인 구글 입장에서는 서드 파티에 대한 쿠키 지원의 위험성을 감수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구글, 광고주들에게 쿠키 대신 솔루션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제시

구글은 소비자 데이터 확보의 어려움을 겪을 광고주와 언론사 등을 위해 쿠키 대신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미나에서 ‘공급자를 위한 프라이버시 샌드박스(Privacy Sandbox for Publisers)’를 주제로 강연한 슈 히라사카 구글 매니저는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는 광고 사업자를 위한 Ads APIs와 퍼블리셔(언론사 등)와 광고주 등을 위한 Privacy APIs로 구성된다고 밝혔다.

슈 매니저는 샌드박스 프라이버시의 API들은 사용자정보의 개별적인 식별 없이도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하고 광고효과를 제공토록 고안되었다고 설명했다. 광고주체(광고주, 언론사 등)는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를 통해 개인정보에 접근하지 않으면서 사용자들의 관심사(토픽)를 보고 광고 실적 측정, 광고상품 비교, 고객 관리 등을 할 수 있다.

슈 매니저는 현재 크롬 브라우저 사용자 중 1%의 서드파티 쿠키 제공을 이미 중단했으며 200일 내에 모든 쿠키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슈 매니저는 광고주체들은 자사 웹사이트의 쿠키 사용 현황과 데이터들을 분석하고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도입을 검토할 것을 권유했다.

△ 슈 히라사카 구글 Strategic Partner Development 매니저
△ 슈 히라사카 구글 Strategic Partner Development 매니저

제3자 쿠키중단은 중소 언론사에 더 큰 타격

이날 세미나의 토론에 패널로 참석한 신석호 동아닷컴 전무는 “작년만큼 레거시 미디어의 변화가 컸던건 처음이다. AI 등 새로운 기술이 도래하고 있고 제3자 쿠키의 중단은 (언론사) 비즈니스 방식의 전면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며 “언론사도 데이터 구축 노력이 필요하다. 변화의 영향은 주요 신문사들보다 애드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중소 언론사가 더 크게 받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정순환 에너지경제 국장은 “국내 언론사는 기술 인력이 현저히 적어 변화하는 환경에 대처할 능력이 부족하다”며 “앞으로 기자는 자사 웹사이트 방문자들도 분석하고 내 기사를 누가 보는지도 알아야 한다. 기술과 마케팅도 아는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 인사말하는 황용석 건국대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센터장)
△ 인사말하는 황용석 건국대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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