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초에 미디어 산업의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해 트렌드를 전망하다 보면, 진부한 표현이지만 미디어 산업이 한 해가 다르게 빠르게 변하고 진보함을 느끼게 된다. 미디어를 소비하는 오디언스도, 광고주나 콘텐츠 제작자에게도, 미디어를 운영하는 퍼블리셔 모두에게 치열하고 흥미진진한 전장이다.  

2024년 벽두에 다시 펼친 칸타의 지난해 <2023 미디어 트렌드 & 전망> 보고서의 트렌드 전망과 예측은 큰 방향성에서 대체로 맞았으나 진행 속도가 훨씬 빠르거나 예상을 훌쩍 벗어난 트렌드도 있었다. 일 년 전의 보고서를 복기(復碁)하고 주목할 만한 2024년 미디어 트렌드와 전망을 소개한다. 

2023년은 미디어 시청 형태 변화에 주목

TV 및 영상 시장에 VOD와 리니어 방송 간 균형을 이루는 ‘혼합형’ 전략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됐었다. 이는 2023년에 실제 ‘윈도우잉’(windowing) 전략이 본격화되어 포괄적인 기획방식이 시장에 폭넓게 인정받고, 미디어 시청 형태가 변화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2022년 12월 신규 스트리밍 서비스 ITVX를 론칭했던 영국 최대 민영 지상파 방송사 ITV는 ITVX에서 방영된 시리즈의 시청자 수 축적 현황에 뚜렷한 '형태'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시청률이 한 번에 정점을 찍었다기보다는 온디맨드 시청을 통해 시청률이 처음 급증한 후, 프로그램이 유선 채널에서 방영되면서 시청률이 두 번째로 상승했다는 초기 인사이트를 얻었다는 것이다.   

콘텐츠 측면에서, 2023년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중요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배급사의 공정한 수익 분배 논쟁과 대본 작성 및 제작에 인공지능이 사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할리우드 작가와 배우들이 파업을 벌이는 등 큰 혼란이 발생했었다. 

미국에서는 새로운 TV 프로그램과 영화 제작이 장기간 중단되었으며, ‘콘텐츠 전략이 항상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어야 하는가?’ 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한편 ‘프렌즈’와 ‘오피스 US’와 같은 시대를 초월한 고전은 유선 방송이나 온디맨드를 통해 계속해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2024년에도 기존 콘텐츠를 활용하기 위해 기제작 작품의 아카이브를 더 깊이 들여다보는 추세가 계속될 것이다. 

또한, 미국 외 국가의 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의 자체 통계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비영어권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9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로 비영어권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지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위기가 미디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여전히 중요한 주제다. 2023년에는 경제상황이 촉발한 소비자의 구매 행태 변화에 대해 기업이 상세한 뉘앙스를 이해하고 기회로 삼기 위해 각 소비자의 ‘삶의 상황’을 이해한 콘텐츠를 내보내려고 노력할 것이 예상됐다. 

올해는 소비자의 구독 욕구 억제 심화

2024년에는 소비자의 구독 욕구 억제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칸타 TGI 글로벌 퀵뷰 7 (TGI Global Quick View, 35개 시장의 온라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통합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출할 분야를 한 가지만 선택해야 한다면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겠느냐는 질문에 38%가 저축과 투자에, 22%가 나들이, 취미, 외식 등의 여가 활동을 꼽았다. 

반면, 아마존이나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구독 서비스는 4%에 그쳐 미디어 구독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해 가장 먼저 재고되는 사치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같은 연구조사에 따르면 미디어 소비 경향은 지역별로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커넥티드 소비자가 온라인 구독에 대한 지출을 우선순위로 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장은 영국, 브라질, 미국이며,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 구독자 이탈률이 시장별로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생활비 위기가 지속된다면, 오디언스 타겟팅에 인구 통계적 세그먼테이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특정 오디언스의 행동과 선호도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에 기반해 세그먼테이션를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예산 제약으로 소비자의 가처분 소득이 계속 줄어들면서 소비자의 구독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브랜드 충성도가 시험대에 오르고, 최고의 콘텐츠 품질과 가성비를 제공하는 기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2023년은 챗GPT(ChatGPT)와 바드(Bard)의 출시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주류로 떠오르면서 기술 발전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해였다. 미디어 및 광고 분야는 자연어 처리(NLP)를 통해 이미 개인화된 뉴스 생성, 챗봇 개선, 더 나은 타겟팅 광고 제공 등을 통해 콘텐츠 개인화 및 참여도를 향상시키고 있다. 

2024 메인 트렌드는 'AI',  개인정보 보호 강화 기술도 주목해야

2024년 미디어 산업은 좋든 나쁘든 AI 기술을 훨씬 더 깊이 통합할 것이며, 계속해서 테스트하고 학습할 것이다. 특히 생성형 AI는 콘텐츠 제작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인해 주목받을 것이지만 AI 생성한 콘텐츠의 지적재산권이나 편향성 등은 아직 숙제로 남아 있다. 

2023년에 흥미로운 기술 발전이 발전이 많았지만, 작년의 화두 중 올 2024년에는 전혀 주목받지 못하는 트렌드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상현실, 메타버스, 대체불가토큰(NFT)은 모두 기술의 ‘거짓 여명’이었다라고 할 수 있다. 칸타 미디어 리액션(Media Reaction) 연구에 따르면, 마케터의 61%가 2023년에 메타버스 지출을 늘릴 것이라고 답했지만, 실제 순 증가율은 12%에 불과했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거나 오디언스가 현재 관심이 없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반짝이는 새로운 것을 쫓아가는 마케터들의 단기성과주의가 얼마나 만연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포스트-쿠키(post-cookie) 시대에 개인정보 보호 강화 기술(PET, Privacy-enhancing technologies)은 광고 업계에 희망의 등불이 되고 있고 2024년에도 각광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정확성, 비용 고려 사항, 사용자 수용성 등 몇 가지 주요 도전과제가 남아 있다. 

PET의 성공에 있어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사용자의 신뢰다. 데이터 개인정보 보호를 보장하는 것이 PET 도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 올해 미디어 플랫폼들은 사용자에게 PET에 대해 교육하고, 데이터 수집 및 사용에 대한 투명성 문화를 조성하며, 새로운 업계 표준이 설정되고 채택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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