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가 전분기 대비 하락, 찬바람이 불고 있다. 소매유통업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위축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소매유통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1분기 소매유통업  R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가 79로 집계됐다고 11일 밝혔다.

RBSI는 유통기업의 경기 판단과 전망을 조사해 지수화한 것으로 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낸다.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의는 높아진 물가와 고금리 지속으로 가계부채 부담이 가중된 점을 이유로 꼽았다. 고금리 여파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주식·주택 등 자산가치의 불확실성으로 확산대면서 소비시장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

업태 간 희비 엇갈려…백화점 '웃고' 편의점 '울상'

백화점과 편의점 등 업태 간 RBSI는 희비가 엇갈렸다. 모든 업태가 기준치를 하회한 가운데 백화점은 전분기 88에서 올해 1분기 97로 기준치에 접근했다. 슈퍼마켓도 전분기 67에서 올해 1분기 77로 기대감이 상승했다. 이와 반해 같은기간 △편의점은 80에서 65 △대형마트 88에서 85로 하락하면서 부정적 전망이 증가했다. 온라인쇼핑도 86에서 78로 소폭 감소, 경쟁 심화로 낮은 기대감을 보였다.

세부 업태별로 보면, 백화점은 '97'을 기록하며 업태 중에서 가장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의는 소비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도 프리미엄 상품 강화 등을 통해 불황기에도 부침이 적고 매출 기여도가 높은 VIP에 대한 집중적인 관리 강화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팝업스토어 등으로 MZ세대의  유입이 확대되고 있고 외국인 관광객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기대감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됐다.

대형마트는 지난 분기와 유사한 85의 전망치를 나타냈다. 

고물가 상황이 계속되고 있고, 비대면소비 증가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 다만 물가가 오른 탓에 집밥 수요가 꾸준한 가운데, 신선식품과 매장 리뉴얼 강화에 따른 집객 효과와 슈퍼마켓과의 통합소싱 효과가 기대감 하락을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여신금융협회도 지난해 3분기 카드승인실적 분석을 통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중심 소매업종의 매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슈퍼마켓은 77로 낮은 전망치를 보였으나 긍정적 기대감은 상승했다.

대한상의는 "기업형슈퍼마켓(SSM)은 고물가와 1~2인 가구 증가에 따른 소량구매와 근거리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며 "당일배송 서비스 강화로 매출 회복세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 기대감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이와 반해 편의점은 65로 업태 중 가장 낮은 전망치를 보였다. 

유동 인구가 줄어드는 1분기는 편의점에 비수기인 점이 하락을 주도했다. 날씨가 온화해져 식음료와 주류 등의 매출이 증가하는 2~3분기와는 달리 실적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점포 수 증가로 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경쟁 심화로 인해 점포당 매출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월평균 매출 전체 성장률은 8.2%였으나 점포당 월평균 매출 신장세는 1.0%에 그쳤다.   

이는 통계청이 발표한 소매업태별 판매액을 봐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지난해 1~3분기와 2022년 1~3분기 소매업태별 판매액을 살펴본 결과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및 잡화점은 증가했지만 편의점만 감소했다. 

먼저 백화점은 지난해 1~3분기 29조7157억원을 기록, 전년 27조5873억원에서 2조1283억원 증가했다. 대형마트도 같은기간 27조6446억원으로 전년 26조1747억원에서 1조4900억원 상승했다. 슈퍼마켓 및 잡화점의 경우에는 50조5519억원으로 전년 48조9036억원 보다 1조6482억원 올랐다. 이와 반해 편의점은 23조2218억원으로 전년 23조2451억원에서 2조3227억원 감소했다.

새해 중점 경영 추진전략…비용절감, 온라인채널 강화 등 꼽아

마지막으로 대한상의는 새해 중점 경영 추진전략으로 비용절감과 온라인채널 강화 등을 꼽았다고 전했다.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하려는 경영전략(중복응답)으로 △비용절감(52.8%) △온라인채널 강화(29.8%) △오프라인 채널 강화(19.6%) △차별화 상품 개발(18.2%) 등을 차례로 들었다.

이어 경영애로 사항으로는 △비용 상승(36.4%) △고물가 지속(21.4%) △시장  경쟁 심화(14.2%) △고금리 지속(10.2%) 등을 차례로 꼽았다고 설명했다.

대한상의 김민석 유통물류정책팀장은 "올해도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유통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소비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디지털 전환과 저성장기에 맞는 채널‧상품‧물류 전략 마련을 통한 능동적 대응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