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혹은 지구 가열화에 대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소비가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화력 발전소는 여전히 활발히 가동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유하며,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을 행복이라고 착각하며 살았다. 지구의 생태계는 유한하다. 지구 가열화가 계속된다면 지구상의 문화예술작품이 모두 녹아내릴 수도 있다. 어디 문화예술작품만 그렇겠는가? 사람도 녹아내릴 수 있다. 디지털 예술가 알퍼 도스탈은 기존에 잘 알려진 명화들이 뜨거운 액체처럼 녹아내리도록 표현함으로써 세계적인 시선을 끌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활동하는 디지털 예술가 알퍼 도스탈(Alper Dostal)은 무더운 여름날에 명화가 녹아내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상상해보았다. 그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에서부터 브랜드 이미지와 3D 시각화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일상은 물론 초현실주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한 그의 작품에는 심미적 요소와 풍자적 요소가 동시에 담겨있다.

온난화 심각성 알리는 '뜨거운 전시회'

그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뜨거운 전시회(Hot Art Exhibition)’ 시리즈를 기획했다. 도스탈은 한여름에 미술관에 갔을 때 만약 에어컨이 꺼져버린다면 미술관의 작품들이 어떻게 될 것인지 상상하면서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고백했다.

알퍼 도스탈의 ‘뜨거운 전시회’ 시리즈는 미술관에 걸린 그림이 녹아내리는 듯한 시각 효과를 만들어내는 그림 연작이다. 작가의 홈페이지에서 작품당 90유로 정도에 판매되는 그의 작품은 실제 그림을 녹아내리게 설치하지 않고 디지털 아트로 제작했다. ‘뜨거운 전시회’에서는 반 고흐, 에드바르 뭉크, 피에트 몬드리안,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 같은 세기의 명작들이 뜨거운 열에 의해 녹아내리는 장면을 3D로 시각화하여 보여주었다.

녹아내리는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지구가 너무 덥다며 몸부림치면서 생각 없는 인간들에게 마지막으로 경고하는 것 같다. ‘뜨거운 전시회’ 시리즈에 등장한 작품들은 작품이 액자 밖으로 흘러나오고 작품들이 녹아내리는 듯한 시각 효과를 주면서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유발했다.

알퍼 도스탈의 ‘뜨거운 전시회’ 시리즈 그림 =아트메신저 빅쏘 (https://blog.naver.com/bbigsso/222235936591)
알퍼 도스탈의 ‘뜨거운 전시회’ 시리즈 그림 =아트메신저 빅쏘 (https://blog.naver.com/bbigsso/222235936591)

알퍼 도스탈의 ‘뜨거운 전시회’ 시리즈에서는 피에트 몬드리안, 반 고흐, 에드바르 뭉크, 파블로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같은 세기의 화가들이 그린 명작을 녹아내리는 이미지로 담아냈다. 그림이 녹아내린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인 특징인데, 위에서부터 차례로 살펴보자. 몬드리안의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도 녹아내리고,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도 녹아내리고, 뭉크의 <절규>도 녹아내리고, 피카소의 <게르니카>도 녹아내리고, 달리의 <녹아내리는 시계> 원작도 흔적 없이 녹아내리고, 나폴레옹의 초상화도 녹아 흘러내리고 있다. 모든 그림은 원작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냈다. 예컨대, 뭉크의 <절규> 그림에서 녹아내리고 흘러내리는 액체는 원작의 절규 분위기를 더욱 실감 나게 전달하는 것 같다.

예술가는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녹아내리는 명화를 작품으로 표현했다. ‘뜨거운 전시회’의 작품들은 작가 홈페이지에서만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디지털 아트이기 때문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작품을 선보이니 대중들이 편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환경 보호 메시지를 대중들에게 더 실감 나게 전달하고 작품 구매로 연결하는 데는 한계점도 있다.

동대문 DDP에서 '뜨거운 전시회' 해보면 어떨까?

따라서 우리나라 기업이나 공공 기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기존에 온라인으로만 감상이 가능했던 ‘뜨거운 전시회’ 작품들을 오프라인으로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보면 어떨까 싶다. 더 많은 사람이 작품을 직접 체험할 기회를 얻는다면 공감하는 동시에 작품도 구매할 것이다.

서울 동대문의 DDP에서 오프라인으로 ‘뜨거운 전시회’를 기획한다면, 전시회의 내부 공간을 디지털 예술 공간과 양방향 예술 공간으로 나눠 구성하면 된다. ‘뜨거운 전시회’의 작품들을 오프라인에서도 볼 수 있다면, 관람객들이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 문제를 더욱 실감나게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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