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인사이트'는 석박사 과정의 전공자들이 직접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분야의 연구(논문)를 요약ㆍ소개해 업무에 바쁜 홍보인과 마케터들에게 인사이트와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언택트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며, 유통시장은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Jung, 2020b). 오프라인 매장의 판매원은 고객의 반응을 세심하게 살피며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온라인 쇼핑 환경에서는 고객의 요청에 판매원이 즉각적으로 대응하기란 어렵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시간 제약 없이 반복되는 질문에 빠르게 대답할 수 있는 챗봇이 주목되고 있다(Kim, 2017). 글로벌 챗봇 시장의 성장률이 29.7%인 것에 비해 국내 챗봇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51%(Jung, 2020a)로 챗봇에 대한 관심은 국내 기업이 더 높다.

챗봇에 대한 높은 관심과 달리, 챗봇은 자연어 처리 기술의 한계로 아직 완벽하지 않아 소비자의 세부적인 요청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챗봇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데이터양과 전문 인력이 필요하지만, 시장의 흐름에 맞추기 위해 불완전한 상태로 런칭한 챗봇은 그 성능을 다하지 못하여 오히려 고객 불만을 초래하고 있다(Nam,2020). 또한, Janssen et al(2021)이 조사한 103개 챗봇의 절반 정도가 15개월 이후 재조사 시에는 중단된 것으로 보아 챗봇의 운영이 지속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 같다.

챗봇에 대한 높은 기업적 관심과 개발 및 특성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쏟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고객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런칭한 챗봇이 고객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객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기는 어렵다.

서비스 실패를 경험한 소비자가 불만족한 서비스의 상황에서 적극적인 부정적 행동인 불평과 부정적 구전을 하는 것은 선행연구들로 충분히 입증되었다. 그러나 챗봇의 커뮤니케이션 실패의 상황에서도 이러한 관계가 성립할까?

아울러 스마트폰에 대한 테크노스트레스가 심할수록 챗봇과의 대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불만족도는 더 높을 것으로 추측되어 테크노스트레스가 미치는 영향 역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테크노스트레스(technostress)는 새로운 컴퓨터 기술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능력의 부족으로 인한 현대적 질병을 의미하는 용어로(Brod, 1984), 기기나 앱 이용 중단의 선행요인임이 입증됐다.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도입된 챗봇이 대화에 미숙하여 소통에 실패하였을 때, 과연 소비자들은 어떤 행동을 할까? 또 디지털 기기와 함께 성장한 MZ세대와 디지털 기기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세대는 어떤 반응의 차이를 보일까?

챗봇도 하이브리드가 대세

챗봇을 운영하는 기업 10곳 중 4곳이 챗봇 운영의 어려움으로 ‘사용자의 질문 의도 파악과 답변의 정확도가 낮음’을 꼽았을(Kim, 2021) 정도로 챗봇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한계가 있다.

그 중에서도 패션상품은 다른 상품군과 달리 명확하지 않은 제품명으로 인해 챗봇과의 대화가 더 원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예를 들면, 흔히 사용하는 용어인 ‘롱패딩’은 잘 인식을 하면서도 ‘에코퍼’, ‘페이크퍼’ 같은 용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였다.

△ 사진 출처 : CCTV 뉴스
△ 사진 출처 : CCTV 뉴스

다양한 유의어가 통용되고, 지속해서 신조어가 생성되고, 많은 브랜드가 전개되고 있는 패션산업의 특성상 다른 산업 분야의 챗봇보다 온라인 패션 쇼핑몰의 챗봇이 용어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커뮤니케이션 실패의 가능성이 더 클 수 있다.

사용자의 질문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거나 대답하지 못하는 챗봇은 사용자의 지속적 사용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방안으로 인간 상담원 연결을 제안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Park, 2017).

인간 상담원 지원에 대한 옵션이 없는 챗봇의 상당수는 서비스가 중단되었지만, 인간 상담원을 연결하는 옵션을 제공한 챗봇의 대다수는 서비스가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Janssen et al, 2021). 그러므로 인간 상담원을 연결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은 챗봇이 고객을 응대하지 못하여도 서비스를 지속하기 위한 필수적 요소라 할 수 있다.

챗봇의 커뮤니케이션 실패... 소비자의 ‘이 반응’ 불러와

챗봇의 커뮤니케이션 실패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알아보고자 온라인 패션 쇼핑 중 챗봇의 도움을 받는 상황을 가정하여 텍스트 기반의 가상 챗봇을 제공해 실험을 한 결과, 챗봇의 커뮤니케이션 실패는 소비자의 불만족을 야기하였다. 그러나 챗봇의 커뮤니케이션 실패가 직접적으로 불평, 부정적 구전, 관성과 같은 부정적 행동을 유발하는 선행요인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관성이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부정적 경험 후 불만족한 상황을 개선하려는 시도 없이 체념하여 가만히 있는 것을 말한다(Kim et al., 2010; Zeelenberg& Pieters, 2004). 즉, 커뮤니케이션 실패로 야기된 불만족이 불평과 부정적 구전 행동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선행요인이지만 커뮤니케이션 능력 부족으로 인한 챗봇의 서비스 실패는 소비자의 부정적 행동을 일으키는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 가상 챗봇과 응답자의 대화
△ 가상 챗봇과 응답자의 대화

또한 챗봇에 대한 불만족은 부정적 행동 반응 중 부정적 구전과 불평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으며 구전보다는 불평에 더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일반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에 불만족할 때 불만 표출이라는 직접적 목적으로 업체에 연락을 취하여야 하지만 이가 부담스러워 주변인에게 자신의 부정적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 더 쉬운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챗봇은 도움이 필요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황에서 사용된다.

챗봇을 통해 원하는 답변을 얻지 못한다면 소비자는 온라인 쇼핑몰에 직접적으로 연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온라인 쇼핑몰의 직원이나 상담원과 연결이 되면, 소비자는 상담을 요청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불만족스러운 챗봇의 사용 경험을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 챗봇의 커뮤니케이션 실패 상황에서는 부정적 구전보다는 불평의 가능성이 더 높게 나타난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테크노스트레스는 챗봇의 커뮤니케이션 실패와 불만족의 관계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스마트폰이 출시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 소비자는 스마트폰의 사용 능력과 통제력이 향상됨으로써 테크노스트레스가 이전보다 약화되어 챗봇의 커뮤니케이션 실패와 불만족 간의 관계 조절에 실패했을 것이라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부정적 반응에 대한 세대간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았으나, 챗봇의 커뮤니케이션 실패에 대한 불만족만 미미하게 유의하였고 MZ세대와 비교해 MZ이전 세대가 불만족 정도가 더 강하였다. 이는 해당 설문조사에 참여한 응답자가 노년층이라 하더라도 PC와 모바일기기를 능숙하게 다룰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MZ세대와 반응이 유사하였을 것이라 판단된다.

그러나 불만족에선 유의미성이 도출되었기 때문에, MZ 이전 세대를 대상으로 챗봇을 도입할 때는 기업의 위협적 요소가 될 수 있는 불만족을 줄이기 위해 사용자의 질문의 이해도와 답변의 정확도를 더 높인 챗봇이 필요할 것이다.

성급한 서비스 개시보다 실패율을 최대한으로 낮추는게 중요

온라인 쇼핑 환경에서 고객의 편의를 위해 제공한 챗봇이 고객과 원활하게 대화를 나누지 못하면 오히려 고객의 불만족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산업 트렌드에 맞추어 성급하게 챗봇 서비스를 개시하기보다는 챗봇의 서비스 실패율을 최대한 낮춘 후 신중하게 챗봇을 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챗봇의 커뮤니케이션 실패는 없을 수 없기에 이를 대비하여 불만족을 낮추기 위한 전략을 고심하여야 한다. 특히, MZ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쇼핑몰 보다는 연령이 높은 중장년층이 나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쇼핑몰이 챗봇의 불만족을 낮추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하여야 한다.

△ 사진 출처 : KT Enterprise
△ 사진 출처 : KT Enterprise

챗봇에 불만족한 고객은 불평과 부정적 구전을 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챗봇의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온라인 쇼핑몰 상담원에게 직접 전달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챗봇과의 대화 실패로 연결된 고객을 응대하는 상담원은 고객으로부터 직접 챗봇의 부족함이 무엇인지를 들을 수 있으므로 상담원이 들은 내용이 챗봇 관리자나 개발자에게 전달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챗봇의 성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부정적 구전 후에는 부정적 감정이 누그러지기 때문에 챗봇의 커뮤니케이션 실패 시점에 고객이 불만을 바로 이야기할 수 있다면, 불만족도가 다소 완화되어 부정적 구전이 줄어들 수 있다. 예를 들면, 챗봇이 고객의 요청을 처리할 수 없을 때는 고객이 불만을 말할 수 있는 대화 흐름을 설계하거나 팝업창을 띄워 불만 사항을 바로 접수하는 방법을 고안할 수 있을 것이다.

로봇이 완벽할 순 없겠지만 소비자의 편의를 위한 온라인 챗봇이 오히려 불만족을 불러온다면 이는 기술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의 챗봇 개발에서는 이러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사용자 중심의 솔루션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기타 참고자료>

Brod, C. (1984). Technostress - The human cost of the computer revolution. Reading, Mass - Addison-Wesley.

Janssen, A., Grützner, L., & Breitner, M. H. (2021). Why do chatbots fail? A critical success factors analysis. Retrieved November 16, 2021, 

Jung, M. (2020a, October 6). (콜센터가 사라진다) ② 너도나도 'AI챗봇' 도입... 2024년 시장 규모 10조원까지 성장 [(The disappearing call center) 

Jung, Y. S. (2020b). 유통업 지각 변동 몰고 온 언택트 쌍방향 소통 ‘라이브 커머스’에 올라타라 [Ride on live commerce, an untact interactive communication that has caused a cataclysmic change in the retail industry]. DBR, May(2). 

Kim, J. (2021, June 8). 코어에이아이, “국내 기업 39%, 챗봇운영시 질문 의도 파악 못해 어려움 겪어. Electronic Times.

Kim, J. Y., & Cho, M. H. (2017). The effect of service failure on face loss and complaint behavior -Focused on full service restaurant. Journal of Foodservice Management Society of Korea, 20(1), 63- 85.

Kim, M. G., Wang, C., & Mattila, A. S. (2010). The relationship between consumer complaining behavior and service recovery - An integrative review. International Journal of Contemporary Hospitality Management, 22(7), 975-991.

Nam, H. (2020, November 13). AI 도입한 기업들, 실효성 떨어져 ‘속앓이’ ZDNet Korea.

Park, J. (2017). 챗봇의 역할은 ‘수다꾼’ 아닌 효율성. 알고리즘보다 데이터 품질 높여야. Dong-A Business Review. 

Zeelenberg, M., & Pieters, R. (2004). Beyond valence in customer dissatisfaction - A review and new findings on behavioral responses to regret and disappointment in failed services. Journal of Business Research, 57(4), 44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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