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대한상공회의소
△ 자료 대한상공회의소

2024년 한국경제에 대해 '용이 될 것인가, 물고기로 남을 것인가' 갈림길에 서 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왔다. 내년 한국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해내거나 중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는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것.

해당 평가는 국내 경제·경영 전문가(대학교수, 공공·민간연구소 연구위원) 90명이 내다본 내년 한국경제와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에 대한 조사결과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21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4 경제키워드와 기업환경 전망에 대한 전문가 의견조사'를 발표했다.

중장기 미래가 좌우되는 중요한 순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내년 경제를 표현하는 키워드로 △기로(岐路) △용문점액(龍門點額) △살얼음판 △변곡점 △Go or Stop 등을 꼽았다. 한국경제의 중장기 미래가 좌우되는 중요한 순간이 다가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문점액이란 물고기가 급류를 힘차게 타고 문을 넘으면 용으로 변해 하늘로 날아가지만 넘지 못하면 문턱에 부딪쳐 이마에 상처가 난 채 하휴로 떠 내려간다는 뜻을 갖고있는 사자성어다.

다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고진감래(苦盡甘來) △운파월래(雲破月來) △사중구활(死中求活) 등과 같이 경제회복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었다. 다만 △Squeeze Chimney(올라갈 수 있는 공간이 너무 좁음) △Lost in Fog(안개 속 길을 잃다) △젠가게임(Jenga Game, 조금만 방심해도 공든 탑이 쉽게 무너진다) 등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다. 즉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는 것.

이와 관련해 서강대학교 송의영 교수는 "코로나와 고금리로 인해 길었던 경기침체가 내년에는 본격적인 회복세로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비온 뒤 땅’이라는 키워드를 꼽았지만, 여전히 우리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매우 어렵고 먹구름이 잔뜩 껴있다"며 "땅이 굳기도 전에 다시 비가 내리면 진흙탕으로 변하는 것은 한순간이므로 우리 기업들은 경제환경의 변화를 더욱 민감하게 파악하고 신중히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자료 대한상공회의소
△ 자료 대한상공회의소

다수의 전문가, 빠른 회복 기대하기 어려워

내년 한국경제의 경기추세에 대한 전망을 다수의 전문가가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의 48.9%가 ‘U자형의 느린 상저하고’를 보일 것이라고 응답했고, 26.7%는‘L자형의 상저하저’를 전망했다. 이어 △우하향의 상고하저 16.7% △우상향의 상고하고 3.3% △V자형의 빠른 상저하고 2.2% 등의 전망이 뒤를 이었다.

고려대학교 신관호 교수는 "내년도 수출은 반도체 업황 개선을 중심으로 올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중국경제의 회복 여부가 불확실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및 고금리 상황 등의 여건 개선도 불명확해 이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2024년 한국경제가 주의해야 할 대내외 리스크 지적도

아울러 2024년 한국경제가 주의해야 할 대내외 리스크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먼저 대외리스크로는 미국 통화긴축 장기화(37.8%)가 가장 많이 우려됐고 글로벌 수출경쟁 심화(36.7%), 중국의 저성장(33.3%) 등 수출무역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뒤따랐다. 이어 △고유가 및 고원자재가(24.4%) △고환율 기조 지속(23.3%) △세계 경제 블록화 심화(22.2%) 등에 대한 응답도 있었다

△ 자료 대한상공회의소
△ 자료 대한상공회의소

내년 대외리스크로 가장 많이 꼽힌 미국 통화긴축 장기화와 관련해서는 내년 하반기부터 미국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43.3%)으로 내다본 응답이 가장 많았다. 상반기부터 인하 시작을 응답한 전문가는 32.2%였으며 내년 중에는 인하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 응답도 24.4%였다.

국내리스크로는 ‘가계부채 심화’(53.3%)가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부동산발 리스크(33.3%) △생산 및 소비물가 상승(32.2%) △내수경기 침체(28.9%) 등 민생관련 이슈가 주목됐다. 내년 4월에 있을 22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정치이슈 과열(20.0%)을 응답한 전문가도 있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이사는 "각종 돌발 리스크에도 국내 경제주체들이 유연하고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책의사결정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경기 회복 과정에서의 체감도를 높일 수 있는 실효성 높은 정책 운용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新 국회, 전략산업 및 R&D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 33.9%

마지막으로 내년 22대 총선에서 한국경제 및 기업관련 공약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보는 응답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대한상의는 설명했다. 실효성이 낮거나 중요도가 떨어질 것(38.9%), 규제·세제 등 기업부담을 강화하거나 노동계 입장에 치우친 공약이 많을 것(24.4%) 등의 의견이 있었다.

새롭게 구성될 국회에는 전략산업 및 R&D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33.9%로 가장 많았다. 투자촉진을 위한 규제완화(21.7%), 일자리 창출 지원제도 강화(9.4%) 등도 요구했다.

대한상의 강석구 조사본부장은 “2024년은 우리경제가 지속성장의 길을 걷느냐, 장기침체의 길을 걷느냐를 결정해야 할 중요한 해가 되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각종 대내외 리스크로 인해 지속성장의 길이 좁아 보이고 장기침체의 길이 더 넓어 보인다”며 “기업들이 위기를 기회로 삼는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좁은 길을 힘차게 걸어갈 수 있도록 정부와 새롭게 구성될 국회가 힘을 모아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반론보도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