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랬듯, 2023년 역시 마케팅 업계는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ChatGPT의 등장과 함께 인공지능이 모든 관심사를 독차지했던 가운데 한 켠에서는 트위터가 X로 리브랜딩을 진행했다.

프로그래매틱 광고의 선구자였던 MediaMath가 파산 신청을하는 등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일들이 벌어졌다. 이에 더하여 새로운 밈들과 유명인들도 다수 등장하면서 마케팅 메시지가 더욱 다채로워졌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2024년 역시 생각하기 어려웠던 많은 일들이 나타날 것이다. 어떤 내용들이 주목을 받을지 미리 살펴보고, 보다 나은 대응을 위한 준비를 해보고자 한다.

이어지는 경제 불황, 불확실성의 바다에 빠진 마케팅

전염병 대유행의 끝은 행복한 결말과는 거리가 있었다. 경기부양책의 영수증이 고물가 또는 고금리라는 이름으로 정부와 가정에 발행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직도 지속되는 와중에 중동에서는 새로운 폭발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각국을 압박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 나라는 더욱 더 깊어지는 불확실성의 바다를 헤엄치고 있다.

IMF가 내년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는 소식은 아직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 마케팅 업계는 언제나 이러한 혼돈의 최전선을 달려왔다. 소비 지출 감소는 마케팅 성과의 직접적인 저하를 불러왔고, 소비자를 붙잡기 위해 더 큰 고민이 필요해지고는 했다.

무엇보다 수많은 과거 사례와 연구 결과의 반증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의 최고책임자들은 마케팅 예산을 비용 절감의 최우선 대상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다행히도 수많은 불황 속에서 몇몇 기업들은 다른 활로를 찾기 시작했다.

딜로이트가 전세계 CMO 23명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와 미래의 경기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이들의 가장 큰 노력은 ①디지털 신기술 플랫폼에 대한 투자 ②신시장/지역/고객집단 발굴 및 진출 ③고객 맞춤형강화를 위한 시스템/알고리즘 도입 등의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

이 중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역시 새로운 시장이나 지역, 고객집단을 발굴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외 항공권 예매율이 높은 것처럼, 혹은 불황에도 불구하고 소주 판매량이 이전만큼 늘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소비 패턴 역시 변화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새로운 매출을 발생하기 위해서는 빠르게 산업과 소비자의 변화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신속하게 실행해야 한다.

다만 해당 전략의 문제점은 새로운 기회는 매우 한정적이고, 경쟁 업체는 너무나도 다양하다는 점이다.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실제로 프로그래매틱 광고의 선두주자였던 MediaMath의 경우 DSP를 바탕으로 초기 투자 유치와 사업 활성화에 있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디지털 광고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시장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여 최근 파산 신청 절차를 밟게 되었다. 얼마 전 있었던 중국 맥주 논란 이후 해당 수입사가 희망 퇴직을 받기 시작했던 것 역시 사업 다각화의 실패라는 점에서 유사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새로운 매출 발생의 중요성과 어려움을 보여준다. 결국 신기술 투자나 고객에 대한 심층 분석 역시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마케팅의 조합 찾기

기업들이 신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결국 경쟁사들이아직 공략하지 못한 새롭고 불분명한 무언가 미래의영역에서 보다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리고 현시점에서 가장 각광받는 신기술은 단연 인공지능이라 할 수 있다.

지난 달, Hype Cycle로 유명한 Gartner에서 최근 발표한 ‘2024년 10대 전략적 기술 트렌드’에서는 전체 10개 중 6개의 키워드가 인공지능과 관련된 기술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대부분의 기업이나 기관, 연구소 등이 내년의 주요 마케팅 트렌드로 인공지능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독자적인 생성형 인공지능의 현실화다. 최근 ChatGPT의 이용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은 기술적 문제나 인공지능에 대한 실망, 또는 일련의 소동들 때문이 아니라 주요 사업자들이 독자적인 인공지능 체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이와 유사하다.

Google이나 Meta, 혹은 국내의 제조사나 통신사, 플랫폼사 등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분야와 목적에 맞는 중소규모의 인공지능이 보편화되었다는 해석이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의 활용성이 더욱 커진다면, 본격적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들이 등장할 것이란 기대가 가능하다.

실제로 ChatGPT에 대한 수많은 찬사와 놀라움, 그리고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아직 명확한 방향을 제시한 인공지능 마케팅 사례를 찾기는 어렵다. 초기 광고의 대부분은 대본이나 이미지 등의 콘텐츠 제작을 인공지능이 맡기는 방식이었다. 이는 기술선도적 이미지나 효율성 증대 등의 측면에서 의미를 지닐 수는 있어도 본격적인 인공지능 마케팅의 미래를 제시했다고 보기에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칸 광고제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한 Cadbury의 <Shah Rukh Khan-My-Ad> 캠페인은 비교적 다양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인도의 유명 배우 샤루크 칸의 목소리와 얼굴을 이용해서 이용자 맞춤형 광고물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은 개인화 외에도 기술의 확장성과 포용성 등을 보여주는 주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향후 다양한 인공지능 모형이 생긴다면, 각 광고주별로 또는 대행사별로 다양하고 차별화된 크리에이티브 인공지능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생성형 인공지능의 보편화 속에서 결국 데이터의 가치는 다시금 강조된다. 2024년부터 구글을 통한 서드파티 데이터의 수집이 제한됨에 따라 최근 계속 논의되는 쿠키리스 시대의 퍼스트 파티 데이터가 가진 중요성은 기존의 타깃팅이나 고객 분석 외에도, 자사의 인공지능 모델을 발전시키기 위한 학습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초창기 ChatGPT에 대한 글로벌 수준의 열광이 OpenAI의 큰 자산이 되었고, 경쟁사들이 서둘러 자사의 인공지능을 소개하고자 했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데이터의 또 다른 중요성은 각 고객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초개인화 메시지의 생성과 전달이다. 개인의 취향이나 관심이 극단적으로 파편화 됨에 따라각 기업들이 초개인화 바탕의 추천 서비스나 메시지전달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 네이버는 인공지능 기반의 초개인화 콘텐츠 추천 서비스가 강화된 신규 앱을 출시하였고, 사용자의 맥락을 이해하는 AI 검색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사업자가 고객을 위한 초개인화 서비스를 출시하거나 업데이트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역설적이게도 이처럼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생성된 개인 맞춤형 메시지는 인공지능처럼 인식되는 것을 지양해야 할 수 있다.

이미 소비자 역시 인공지능의 활용성과 편의성을 어느 정도 확인한 가운데, 기계적이고 반복적이며 진정성을 찾기 어려운 메시지 전략은 반감을 살 위험이 크다. 결국은 인류의 창의성이 아직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또 다시 창의성의 문제로

인공지능에 대한 다양한 관심 속에서 인류의 일자리에 대한 위협은 여러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프롬프트 전문가와 같은 새로운 일자리의 탄생을 이야기하지만, 반대쪽에서는 다수의 프리랜서 디자이너나 작가들이 실제로 생계를 위협받기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직종 내 상위권에 위치한 창작자들은 여전히 높은 지위를 누리고 있지만, 산업의 기반을 형성하는 절대 다수의 일자리는 실제로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경향을 보이고도 있다.

그러나 아직 마케팅 업계의 수준 높은 창의적 활동들을 인공지능이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단순히 새로운 것이 아닌 고객이 원하는 크리에이티브 컨셉을 만들기는 요원하며, 무엇보다 인공지능의 콘텐츠 생성 메커니즘을 완벽하게 컨트롤하거나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브랜드 안정성 측면에서도 여러 위협이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보다 창의적인 콘텐츠를 찾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더욱더 발전할 것이다. 특히 앞서 언급한 초개인화에 맞춰서 인플루언서들 역시 상당한 수준의 파편화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여기서 또다시 기술의 발전이 적용된다. 최근 TikTok이나 Reels, Shorts와 같은 숏폼이 더욱 인기를 얻으면서, 인공지능 서비스를 활용하여 이러한 영상을 손쉽게 제작하는 행태가 나타났다. 다만 개중에는 해외의 영상을 가져온 후 인공지능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로 만드는 등 부정적인 현상도 확인된다.저작권법이나 플랫폼의 규제가 아직 불확실한 가운데, 결국 이는 또다시 창의성에 대한 이용자들의 요구를 가중시킬 것으로 생각된다.

또다른 기술 적용의 사례는 올해 중순, Apple의 AR기기 Vision Pro의 발표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은 메타버스이다. 단어의 확산 초기 인기에 비하면 아쉬울 수 있지만, 여전히 산업적 발전을 이루고 있고 새로운 기기들이 등장하면서 업계의 관심을 더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에서는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연장선으로 버추얼 아이돌 산업이 크게 발전하고 있는 모양새다. MBC의 사내벤처에서 출발하여 자사의 버추얼 전문 엔터테인먼트성을 얻는 등 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의 활약상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경계가 점차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모두 가상세계 속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아이돌과 마찬가지로 음악방송 출연이나 콘서트, 팬미팅 등의 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수많은 팬들도 다른 팬덤과 동일하게 이러한 오프라인 이벤트에 참여하여 가상 캐릭터를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 이러한 현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어느 정도의 산업적 기반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마치 예전의 포켓몬고와 같이 새로운 지향점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대형 기획사 중 메타버스에 큰 관심을 보였던 SM엔터테인먼트가 aespa의 세계관을 활용한 VR영화 <LYNKPOP : THE 1st VR CONCERT aespa>를 개봉했다. 이어 내년 1분기에는 버추얼 아이돌 ‘나이비스’ 출시를 계획하는 등 업계의 다양한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아직 남은 변화들, 폭넓은 대비가 필요한 시점 앞서 언급한 인공지능이나 데이터, 메타버스 등의 변화들 외에도 최근 디지털 마케팅 업계는 다양한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강조되었던것과 같이 소셜커머스를 통한 제품 구매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Netflix나 Amazon의 Prime 등에 광고 인벤토리가 적용되면서 방송 광고의 문법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또한 팬데믹 기간 동안 숨을 고르던디지털 옥외광고들도 다양한 기술을 접목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타당한 광고 효과를 측정하는 등 새로운 단계로의 진화를 앞두고 있다. 동시에 개인정보보호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는 더욱 커지면서 기업들의 대응도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2024년은 파리올림픽이나 아시안컵과 같은 메가 이벤트 외에도 총선과 같은 정치 이벤트 등이 계획되어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일정 관리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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