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자헛 '5메이징 픽업' 광고 (유튜브 자료)
△ 피자헛 '5메이징 픽업' 광고 (유튜브 자료)

두말할 필요 없이, 이 광고는 너무 재밌다. 오랜만에 광고다운 광고를 본 것 같다. 20초의 짧은 광고 영상에 소비자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매우 명확하게, 그러면서 핵심 키워드를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한번 보면 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바로, 최근 온에어된 피자헛 ‘5메이징 픽업’편 광고다.

소비자에게 ‘피자 한 판을 오천원’이란 혜택을 홍보하기 위해, 광고는 어때야 할까? 어떤 제품(브랜드)인지를 인식시켜야 할 것이고 제품의 특징과 혜택을 전달함으로써 구매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브랜드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애초 이런 프로모션을 진행하고자 한 목표까지 달성해야 할 것이다.

싱글 사이즈 피자를 5000원에,
미디엄 사이즈 피자를 10000원에,
라지 사이즈 피자를 15000원에,
지금 가까운 피자헛 매장에서 만나보세요.

광고에서는 핵심 키워드로 크기와 가격을 뽑았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이런 핵심 키워드를 전달하기 위한 강력한 크리에이티브이다. 소비자들이 광고가 재밌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크리에이티브 전략, 이게 광고의 힘이다.

그러나 피자헛 광고를 보게 되면, 어쩌면 카피도, 비주얼도 일차원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피자 사이즈별로 오천원권, 일만원권 지폐가 등장하는 게 끝이다. 광고모델은 오천원권의 인물인 율곡이이와 일만원권의 세종대왕이다.
 

△ 피자헛 '5메이징 픽업' 광고 (유튜브 자료)
△ 피자헛 '5메이징 픽업' 광고 (유튜브 자료)

애니메이팅하게 보이는 영상은 화폐에 갇힌 조선시대 인물인 이분들이 치즈가 늘어나게 피자를 먹는 모습을 시각화했다. 그리고 만오천원에서는 이 둘이 소반 위에 피자를 올려놓고 같이 먹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이이와 세종대왕이 나란히 피자헛 매장 계산대 앞에 서서 “피자 한 판 주세요~”라고 외치며 근엄하게 기다리는 뒷모습이 보인다. 내 경우는 첫 장면부터 흥미롭게 지켜보다 마지막 장면에서 웃음이 터졌다.

화폐 속 우리나라 역사적 위인들도 화폐 밖으로 뛰쳐나와 ‘함께 즐기는’ 피자라는 것을 마지막에 피자헛의 유명한 징글 “함께 즐겨요~”와 함께 끝냄으로써 비주얼도 연기톤의 내레이터의 목소리도, 음향 효과도 너무나 절묘하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는 인상이 들었다. 매우 전략적이다.

△ 피자헛 '5메이징 픽업' 광고 (유튜브 자료)
△ 피자헛 '5메이징 픽업' 광고 (유튜브 자료)

그렇다면 이 피자헛 광고의 인쇄물은 어떨까? 피자헛은 인쇄나 바이럴용 이미지에서도 ‘피자 한 판에 오천원’이라는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피자 한 판에 오천원, 5메이징 픽업”이라는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웠다. 어메이징(amazing)이란 감탄사에 숫자 ‘5’를 사용해 5천원이 연상되도록 직관적으로 내세웠다. 가장 심플하면서도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해외 광고에서도 이렇게 이벤트 성향이 강한 프로모션 광고들은 가장 심플하면서도 핵심 키워드를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는 전략을 통해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메시지를 쉽게 각인시키는 방법을 많이 쓴다. 예를 들면, ‘이케아 의자 단돈 10달러, 12월 말까지. 지금 온라인으로 주문하세요!’ 이런 식이다. 재미는 없다. 단순히 판매할 제품과 가격, 일정, 장소만 강조한다. 인쇄 전단지를 영상화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엉뚱하고 유머러스한 광고가 눈길 끌며 조회수 300만회 넘겨

그렇다면 피자헛 광고가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뭘까? 흔히 볼 수 있는 프로모션 광고에 아주 사소하면서도 핵심 스킬이라 보여지는 특유의 유머, 재미를 가미시킨 덕분이라고 생각된다. 제작을 총괄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혹은 PD의 능력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찾아보니 피자헛 광고를 제작한 곳이 돌고래유괴단이었다) 이 특유의 유머러스를 유지하는 스킬은 전작 광고 캠페인인 ‘Hut or Die’ 1, 2편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Hut or Die’ 1편에서는 서부극에서나 볼 수 있는 카우보이가 사람들에게 ‘피자헛?’이라고 묻고 ‘NO’라고 대답하면 총으로 쏘는 장면을 반복하는 게 다인데, 어쩐지 그 허무함과 어이없음에 웃음이 나온다.

또 카메오처럼 MZ세대 사이에서 인기 많은 여행 유튜버인 ‘곽튜브’와 피지컬 갤러리(운동 방법, 식단 등 몸을 멋있게 만드는 콘텐츠 발행)를 운영하는 ‘김계란’을 비롯해 경쟁사인 맥도날드, KFC 모델, 인공지능까지 등장시켜 웃음 포인트를 더했다.

특히 카우보이가 김계란에게 ‘피자헛’이라 묻고 김계란이 고개를 가로 짓자, “운동하고 즐겨요~”라는 징글로 장면 전환이 되는데, 과연 카우보이가 총을 쐈을지 궁금해지기까지 했다.

△ 피자헛 'Hut or Die 2 - 수산시장에서 즐겨요' 광고 (유튜브 자료)
△ 피자헛 'Hut or Die 2 - 수산시장에서 즐겨요' 광고 (유튜브 자료)

개그맨 조세호가 등장하는 ‘Hut or Die 2’ 광고도 마찬가지로 일관된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수산시장과 낚시배를 배경으로 씨푸드킹 피자의 토핑인 통새우과 통관자의 신선함을 강조하는데, 여기서도 전편에 활약했던 카우보이가 등장한다. 그의 등장 씬이 이상하고 기괴하지만 재밌다.

거기에 조세호의 진지한 표정과 연기가 더해져 상황마다 ‘싱싱하게 즐겨요’, ‘힘들어도 즐겨요’, ‘수산시장에서 즐겨요’, ‘씨푸드로 즐겨요’ 등으로 개사된 징글이 웃음을 유발한다. 누구나 흥얼거리게 만드는 중독성 있는 징글을 활용해 주목도를 높이면서도 유머러스한 상황을 연출해 소비자의 시선을 계속 붙잡아 놓는 매우 영리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그 결과 피자헛 영상들은 유튜브 조회수 300만 회를 훌쩍 뛰어넘었다.

업계 1위인 피자헛 광고가 변했다. 1인 가구 증가라든지 냉동 피자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사이즈가 크고 가격이 비싼 프랜차이즈 피자에 대한 선호도가 점점 떨어지는 추세다. 국내 프랜차이즈 피자 시장 역시 점점 작아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피자헛은 새로운 변화와 시도를 통해 MZ세대뿐만 아니라 전 연령층으로 타깃을 확대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 해법을 소비자에게 가장 친근하게 다가가고, 소비자를 움직이게 만드는 광고와 마케팅에서 찾아냈다.

65주년을 맞은 피자헛이 국내에 들어온 지도 38년이 됐다. 신생 피자 브랜드들이 개성을 가지고 등장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보면 올드한 브랜드일 수 있지만, 지금의 피자헛 광고를 접한 Z세대들에게는 힙하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오래된 브랜드의 새롭고 참신한 시도를 통해 MZ세대들이 열광하고 사랑받는 브랜드로 거듭나는 스토리를 요즘 많이 목도한다. 그렇기에 피자헛의 앞으로의 재밌는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 피자헛 '지금 만나러 갑니다' 광고 시리즈 (유튜브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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