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4일 국내 대표 OTT인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합병이 완료되면 티빙-웨이브 통합 플랫폼은 넷플릭스에 이어 2위 OTT 사업자로 올라서게 된다.

현재 티빙 최대 주주는 CJ ENM(48.85%)이고, 웨이브 최대 주주는 SK스퀘어(40.5%)다. 구체적인 합병 비율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합병법인의 최대 주주는 CJENM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설은 이전에도 몇 차례 나온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MOU까지 나아간건 처음이다. 합병의 명분은 ▲규모의 경제와 ▲콘텐츠 제작 및 확보 두가지 면에서 뚜렷하다.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가 몇 년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고, 최근 쿠팡플레이의 공세도 매섭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리안클릭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1위 이용자수를 굳건히 지켜왔던 티빙은 올해 7월 쿠팡플레이에 역전됐다. 8월 다시 티빙이 1위를 탈환했지만 7월 이후 티빙과 쿠팡의 이용자수 격차는 현저히 좁혀졌다.

코리안클릭 데이터에 따르면 11월 기준으로 OTT 이용자수는 넷플릭스가 1,169만명으로 1위다. 티빙의 이용자수는 547만명으로 국내에 OTT 서비스를 하고 있는 6개 사업자 중 2위, 웨이브는 360만명으로 4위를 기록했다. 티빙과 웨이브를 중복해서 사용하고 있는 이용자 184만명을 제외하더라도 양사가 합병하면 최고 700만명 이상의 이용자수를 확보할 수 있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도 양사의 합병은 글로벌 OTT와 경쟁할 수 있는 규모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 투자비 경쟁에 밀려 콘텐츠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에 유통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웨이브에 공개된 드라마 '약한영웅 클래스1'은 웨이브 유료 가입자 기여도 1위를 기록한 작품인데, 후속 시즌이 제작비 부담으로 제작서와 웨이브 간 논의가 지연되면서 결국 판권이 넷플릭스로 넘어가 버렸다.

특히 소비자 관점에서 봤을 때 양사의 합병으로 양질의 오리지날 콘텐츠 공급을 기대할 수 있다. 티빙은 CJENM와 종편 등의 드라마와 예능을 중심으로 서비스하고 있고, SKT와 지상파 3사가 합작해 만든 웨이브는 지상파 드라마와 예능 콘텐츠를 그대로 볼 수 있다. 결국 양사의 합병은 국내 콘텐츠를 총망라하는 플랫폼 탄생을 의미한다.

김현용 현대차증권연구원은 “두 회사 모두 연간 1,000억대의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출혈성 경쟁을 줄이고 넷플릭스에 대항할 만한 체급을 갖추기 위해 합병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합병 법인의 이용자는 넷플릭스의 82%를 마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오리지널 콘텐츠에서는 여전한 약세가 불가피하지만 5대 채널(tvN, JTBC, SBS, KBS2, MBC) 콘텐츠를 한 번의 구독으로 즐길 수 있고, 넷플릭스의 글로벌 경쟁 OTT 오리지널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합병 법인의 내년 오리지널 드라마 편수는 10편, 예능 편수는 14편으로 넷플릭스에 필적할만한 외형을 갖출 전망”이라며 “드라마는 주요 기대작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하고, 예능은 차별화된 소재 및 다작을 통해 구독자를 락인시키는 전략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반론보도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