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 열린 2023 대한민국 공익광고제에서 영예의 대상은 한상귀·김민수·방효빈 씨의 ‘멸종위기 1급 대한민국’이 수상했다. 수상작은 멸종위기종 하면 떠오르는 동물인 펭귄이 오히려 한국인 여아를 멸종위기종으로 걱정스레 바라보는 모습을 담아 저출산 문제에 경종을 울렸다. 사내 동료이자 친구로 공익광고제 대상(대통령상) 작품을 함께 만든 세 명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왼쪽부터) 공익광고제 대상을 수상한 대홍기획 한상귀 CEM, 김민수 CEM, 방효빈 CEM
△ (왼쪽부터) 공익광고제 대상을 수상한 대홍기획 한상귀 CEM, 김민수 CEM, 방효빈 CEM

 Q. 공익광고제 대상을 축하드립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아트디렉터 9년차, 수상소감에서도 밝혔듯 결혼생활 6개월 차 '방효빈'입니다. 8년차 카피라이터, 아이 둘 있는 이 팀의 유일한 아기 아빠 '한상귀'입니다. 10년차 아트디렉터로 3년차 신혼을 즐기고 있는 '김민수'입니다.

Q. 세 분이 공익광고제에 함께 나간 계기가 있나요?

▲김민수
사내서 3년 넘게 같이 작업을 해왔던 팀인데요. 배우자도 함께 어울릴만큼 서로 친하고 업무적으로도 잘 맞아요. 공모전을 하는 대학생의 마음으로 재밌게 공익광고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이 모여 함께 하게 됐습니다.

Q. 많은 공익광고 소재 중에 '저출산 문제'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한상귀
제가 아들 둘을 낳았는데 회식 자리서 “애 둘 아빠에요”라고 하면 박수를 쳐요. 시대가 변했다는 체감을 하는 중에 공익 광고로 저출산 문제가 화제가 된적이 없다보니 제대로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제작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 방효빈
오브제로 펭귄이 나오는데 수달, 곰, 붉은 여우 등 멸종 위기 동물 중 어떤 것을 고를지 고민이 많았어요. 펭귄이 남극의 신사라는 별명도 있고 옷을 입은 동물의 느낌이라 사람하고 대칭되어 역설적 의미가 강조될 것 같았습니다.

Q. 제작 과정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일까요?

▲한상귀
아이를 안 낳는다고 직설적으로 말하기보다 쇼킹하면서도 반전을 주고 싶었어요. 자료를 찾다가 멸종위기 동물을 보니 상황이 맞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멸종위기종이 연달아 나오다 마지막에 사람이 나오는 광고도 제출을 했어요.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선하다 지금의 안이 나왔습니다.

▲김민수
누군가한테는 예민할 수 있는 주제라, 인쇄물을 보고 기분 나쁜 인상을 주거나 “우리 탓이야”라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았어요. 오히려 반전 요소나 누구나 끄덕일 수 있는 따뜻한 이미지로 접근하려는게 중점 중 하나였어요.

△ 공익광고제 대상 ‘멸종위기 1급, 대한민국'
△ 공익광고제 대상 ‘멸종위기 1급, 대한민국'

Q. 방효빈 씨는 유튜브로 시상식을 보고 있는 아내 분에게 “이런 상도 받았는데 인구를 감소시키면 안 되겠지?”란 재미난 소감을 해서 화제가 됐는데요. 아내 분의 반응은 어땠나요?

▲방효빈
수상식이 끝나자마자 전화가 왔어요. 와이프가 사람들 다 보는데 창피하다고 저를 혼냈어요(웃음). 장모님은 방서방 그렇게 얘기해줘서 고맙다고 너무 좋아하셨습니다.
이전에는 양가 부모님이 자녀 계획 물어보면 “하나 먼저 낳아보려구요”라고 답했는데요. 수상소감 들으시더니 “잘했다. 이제 둘은 낳을 수 밖에 없겠다”하면서 좋아하세요.

Q. 상금(1천만원)이 적지 않은데 어떻게 쓰기로 하셨나요?

▲방효빈
와이프가 정말 검소하고 명품에 관심이 없어요. 이전에 TV 보며 명품신발 보고 예쁘다 했는데 P사 것이었어요. 상금으로 사주겠다고 하니 소감에 이어 또 혼났습니다. 제 품위유지비로 쓰라고 하네요.

▲한상귀
일단 와이프 주기로 했습니다. 뉴스에 상금 액수까지 나오니 속일 수가 없었어요(웃음). 나중에 실시간 유튜브 중계 댓글을 봤는데 ‘아빠 파이팅’이라고 적혀 있어 흐뭇했어요.

▲김민수
(회사에) 애처가들이 많습니다. 삼등분하니 또 작더라고요. 저는 컴퓨터를 구매했습니다.

Q. 평소 광고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김민수
(저희 회사는) 점심시간이 자유로운 편입니다. 이 때 재미난 전시가 있으면 팀원들과 같이 가구요. 재밌는 친구들과도 대화를 많이 하는데요. 그러다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해요.

▲한상귀
일하면서 ‘심각해지지 말자’는 생각을 요새 많이 해요. 광고라는게 심각하게 여길수록 생각이 경직되는 것 같아요. 가볍게 뭐든 되고 할수 있다고 엮으면서 일을 진행하는 편이에요.

▲방효빈
광고를 일로 생각 안하려고 노력해요. 일이라 생각하면 딱딱해지기 때문에 즐기려고 해요. 일부러 바다 가고 수영, 테니스 등 취미 생활을 많이 합니다. 특히 아무 생각없이 자전거 타다가 아이디어가 많이 떠올라요.머리를 리프레쉬하고 말랑말랑하게 유지하려 애써요.

Q. 경쟁했던 작품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방효빈
‘이 요정은 죽여주는 소원을 들어줍니다’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큰 상을 못 받은 이유는 많이 소비된 주제(담배)라서가 아닐까 싶은데, 그것만 빼면 표현도, 카피도 너무 좋았습니다.

▲김민수
저도 그런 좋은 광고를 학생부에서 만들었다는 점에 깜짝 놀랐습니다.

Q. 세 분의 수상에 대해 회사(대홍기획) 내부 반응은 어땠나요?

▲방효빈
다음 날은 연예인이 된거처럼 축하해 주셨어요. 엘리베이터에서도 뒤에서 다른 분들이 “축하해”하시고...

▲김민수
사내 친구들끼리 일군 성과에 다들 놀랐고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지지, 응원해 주었습니다.

Q. 대홍기획에 대해 자랑하고 싶은건 어떤게 있나요?

▲방효빈
사람 냄새가 나는 회사에요. 모르는 사람도 복도서 만나거나 세면장서 만나면 인사를 해요. 결혼하는 직원이 있으면 엘리베이터 입구에 결혼식 포스터를 붙여요. 이걸 보고 모르는 사이여도 직원들이 만나면 축하해줘요. 다른 부서 직원과 여행을 가면 여행비를 지원해 주는 제도도 있습니다.

▲김민수
출산을 장려하는 여성친화적인 회사에요.

▲방효빈
남자가 출산 휴가를 쓰는게 다른 회사들은 쉽지 않은데 2년씩 쓰는 분들도 있어요.

▲김민수
좋은 회사입니다(웃음).

Q. 내년에도 공익광고제에 출품할 생각이 있으신가요?

▲방효빈
2년 연속은 상을 안 주실 것은데... 이름을 바꿔서 나갈까요?

▲김민수
언제든지 나갈 마음은 있는데 격년으로 도전해 볼까요?(웃음)

Q. 끝으로 한 말씀씩 부탁드려요.

▲김민수
제가 올해로 근무 10년 차인데 이번 대상만큼 주변서 격려와 칭찬을 받은게 처음이에요. 대통령상(대상)이라는 점에 친인척들도 큰 상이라고 놀라서 효도하는 기분이구요. 공익광고제서 수상하면 주변의 인정과 찬사가 쏟아집니다. 적극 추천합니다.

▲방효빈
우리는 광고제에서 상을 받았다는게 중요하지, 대통령상의 무게감이 크진 않았어요. 그런데 부모님이나 일반인은 대통령상이라니까 크게 받아들여요. 그래서 대단한거였구나 느껴요.

▲한상귀
광고 일이 아시다시피 참 힘든 일이에요. 그날 상받고 집을 갔는데 와이프가 꽃다발을 주더라고요. 제 아이들이 5살, 2살인데 자기들도 꽃을 주고 싶었나봐요. 장미꽃을 한 송이씩 주는데 너무 감동받고 보람찼어요.

△ (왼쪽부터) 대홍기획 한상귀 CEM / 김민수 CEM / 방효빈 CEM
△ (왼쪽부터) 대홍기획 한상귀 CEM / 김민수 CEM / 방효빈 C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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