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 '넘흐옙은행' TVC 장면 (공식 유튜브 캡처)
△NH농협은행 '넘흐옙은행' TVC 장면 (공식 유튜브 캡처)

브랜드를 언급할 때,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올리게 만드는 단어가 있다면, 우리는 흔히 성공한 브랜드라고 말을 한다. 브랜드를 잘 브랜딩한 까닭이다. 예를 들면, 볼보는 안전, 애플은 혁신, 코카콜라는 즐거움, 쿠팡은 로켓배송, e-편한세상은 진심, 에이스침대는 과학 같은 것이다.

잘 브랜딩한 브랜드들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오랜 기간 일관된 컨셉 혹은 슬로건 등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왔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어떤 브랜드들은 브랜드명이 곧 대명사가 된 사례도 적지 않다.

사실 기업이나 제품이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장기간 브랜딩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금융권 브랜드에서는 더욱 보기 힘들다. 대부분이 상품에 따른 혜택을 언급하거나 꿈, 미래, 성장, 자산, 안전, 성공 등 일반인들이 기대하는 금융권 특유의 보편 타당적인 가치를 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2~3년 사이, 금융권들의 광고 트렌드가 확 바뀌었다. 90년대생 바람에 이어, 미래 주요 고객이 될 젊은층, 즉 MZ세대를 공략하고자 고정된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색다른 시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보통 신뢰가 가는 이미지의 중년 배우들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는데, 지금은 아이유나 김유정, 에스파, 주현영 같은 젊은 층에서 인기인 모델을 더 선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크리에이티비티적으로도 오피스 건물이나 성공의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세련된 비주얼 대신 금융권 이미지와 상관없는 비주얼을 보여주기도 하고, 15초의 TVC 외에도 패러디나 뮤직비디오, 리얼다큐 같은 형식의 바이럴 광고를 제작하면서 친근하고 재미있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더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많은 광고비를 쓰고서도 각 금융 브랜드를 확 떠올리게 만든 연관 단어, 혹은 이미지가 없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운 좋게도 NH농협은행이 그 일을 해냈다. ‘농협=너무예쁘네’란 마법같은 공식을 찾아낸 것이다. 사실은 이 같은 공식을 놓치지 않았다는 말이 정확할 것 같다. ‘넙흐옙은행’이란 단어로 풀어낸 크리에이티브에 수많은 호의적인 댓글이 달렸다.
 

△NH농협은행 '넘흐옙은행' TVC 장면 (공식 유튜브 캡처)
△NH농협은행 '넘흐옙은행' TVC 장면 (공식 유튜브 캡처)

인터넷 밈 "너무예쁘네요 = 넘흐옙은행" 활용해 화제

사실 광고로 론칭되기 전에 이 단어는 SNS을 통해 이미 널리 알려졌었는데, 대략적인 영상 내용은 이렇다. 편의점에서 외국인이 농협은행을 아냐고 점원에게 물었는데, 한국어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점원이 본인에게 ‘너무예쁘네요’로 말한 줄 알고 착각해 우쭐해 했던 반응을 보였던 웃픈 내용이었다. 이 재밌는 영상은 다시 여기저기 패러디되기 시작했고, 소위 밈으로 확산됐다. 농협은행은 이를 놓치지 않고, 밈을 활용해 농협은행을 너무예쁜은행으로 브랜딩을 했다.

요즘 기업 광고 마케팅 담당자들을 만나게 되면, 밈을 활용해 광고물을 만드는 것이 기대했던 만큼의 바이럴 효과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이유인즉슨, 밈 역시 너무나 빠르게 유행이 지나버리기도 하고, 스스로 재미있다는 이유로 재생산, 소비하는 MZ들에 있어, 기업이나 브랜드가 마케팅의 목적(이윤)에 따라 억지스럽게 밈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곱지 않은 시선이나 평가를 내리는 경향도 커졌다는 것이다.

쉽고 친근하게 소비자들에게 접근하고자 밈을 활용할 수는 있지만, 해당 밈과 브랜드 혹은 제품에 어울리는지를 깊이 생각해보고 판단해야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나 아이덴티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NH농협은행 광고는 온라인에서 유행한 유머러스한 밈을 활용하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예쁜 마음을 저축하는 가상은행 ‘넙흐옙은행’ 챌린지란 따뜻한 메시지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더 높은 평가를 주고 싶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부터 사회공헌 등 ESG 광고 캠페인을 공격적으로 선보이고 있는데, ‘분리수거’, ‘친환경’, ‘사회공헌’ 등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나름 재밌는 크리에이티비티로 풀어내 왔다. 그러나 여타의 기존 ESG 광고 캠페인과 그렇게 큰 차별화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모두가 예뻐지는 은행, ‘넘흐옙은행’ 광고 캠페인에 와서야 드디어 솔루션을 찾아냈다고 보인다.

너무예쁘네 컨셉에 맞게 광고모델인 한소희의 외모도 한몫했고, 스토리 전개뿐만 아니라 영상의 배경이나 소품, 세트, 음악 등 비주얼적인 표현도 찰떡으로 너무 예쁘게 잘 만들어냈다. 너무예쁜은행이란 단어를 가져간 농협은행이 앞으로 어떤 캠페인을 보여줄지 기대가 크다.

△ NH농협은행 '넘흐옙은행" TVC (공식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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