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의 환경인문학 산책]은 광고와 홍보 캠페인, 미술ㆍ음악ㆍ영화를 포함한 예술 콘텐츠와 미디어에 담긴 환경 위기에 대한 경고 메세지와 해결 방안을 소개한다. 이 코너는 환경 인문학의 관점에서 기업 활동과 환경 문제의 균형점을 모색하고, 기업 ESG경영에도 작은 아이디어를 주고자 한다.

소고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그런데 소고기가 식탁에 오르기 까지 환경 파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영화 <카우스피라시(Cowspiracy)>(2014)에서는 공장형 축산업이 지구의 천연 자원을 어떻게 훼손시켜 왔는지, 그리고 문제점을 알면서도 환경 단체들이 왜 무시해왔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비판했다. 소(Cow)와 음모(Conspiracy)를 조합한 영화의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킵 안데르센과 키칸 쿤 감독이 제작한 이 영화를 <소에 관한 음모>라는 제목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킵 안데르센 감독은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이란 영화를 보고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영화 '카우스피러시' (2014)의 포스터
영화 '카우스피러시' (2014)의 포스터

영화에서는 탄소 발자국을 줄인 상품을 개발하며 기후 위기에 대처해온 기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주범이 사실상 가축과 목축업이라는 유엔의 보고서를 부각시켰다. 영화에 등장한 전문가들은 연료 사용으로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2040년에 20% 증가한다면, 농업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50년까지 80% 증가한다고 예측했다.

또한, 인류가 육류와 유제품을 많이 소비할수록 가축 사료용 곡물의 농경지는 목축업 경작지의 3배 이상 증가하고, 브라질의 아마존 밀림을 파괴하는 원인의 91%가 축산업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축산업은 전체 이산화질소의 65%를 배출하고, 이산화질소가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이산화탄소의 296배나 된다고 한다.

햄버거 114그램을 만드는데 필요한 물 2500리터 (의 한 장면)
햄버거 114그램을 만드는데 필요한 물 2500리터 (의 한 장면)

지구 표면의 45% 면적과 세계 물 소비량의 30%를 사용하는 축산업은 지구 환경을 오염시킬 수밖에 없는 산업이다. 예컨대, 햄버거 114그램을 생산하려면 물 2500리터가 필요하고, 소고기 454그램을 생산하려면 물 9500리터가 필요하다고 한다. 전 세계의 가축 배설물이 전체 인구의 배설물보다 130배나 더 많다는 통계자료도 있다. 처리하지 않고 버리는 가축의 배설물은 전 세계의 바다로 흘러들어가 결국 질소로 가득 찬 죽음의 바다를 만들어갈 것이다.

공장형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영화에서는 세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소가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를 배출한다는 사실이다. 소가 내뿜는 메탄가스는 자동차의 배기가스보다 86배나 나쁘다고 한다. 둘째, 소의 배설물 때문에 해양 오염이 더 심각해진다는 사실이다. 가축의 배설물은 미국에서만 1초에 53톤이 배출돼 바다를 오염시킨다고 한다. 셋째, 소를 많이 기를수록 열대우림 지역의 황폐화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사실이다. 영화에 출연한 전문가들은 축산업이 지금의 규모를 계속 유지할 경우에 아마존의 열대우림 지역이 10년 안에 사라진다고 경고했다.

지구를 죽이는 육류 소비의 비교 (의 한 장면)
지구를 죽이는 육류 소비의 비교 (의 한 장면)

그렇다면 이런 사실을 왜 아무도 공론화시키지 않았을까?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그린피스를 비롯한 여러 환경보호 단체를 찾아갔지만 축산업의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고, 유엔의 보고서를 제시하며 축산업의 악영향을 설명해도 싸늘하게 반응할 뿐이었다고 증언했다.

영화에서는 그 이유를 3가지로 설명했다. 먼저, 기부금과 후원으로 운영하는 비영리단체의 특성상 육류 소비를 비판하면 후원자에게 불쾌감을 유발함해 기부나 후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둘째, 미국의 축산업자는 강력한 로비 집단이므로 정부에서도 축산업계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현실 때문이었다. 셋째, 축산업의 문제점을 제기한 활동가들이 살해당하는 사례가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예컨대, 브라질에서는 축산업자에게 고용당한 살인 청부업자가 1,100여명의 사람들을 살해했다. 도로시 스탱 수녀가 대표적 희생자이다.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식물 기반의 식단과 유기농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매일 채식을 하면 4000리터의 물, 20킬로그램의 곡식, 2.8제곱미터의 산림, 4.5리터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전 세계 사람들이 굶주리지 않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만큼 식량을 생산하고 있지만 그중 절반을 가축에게 먹이고 있다고 사실이다. 하지만 채식을 늘리면 가축을 위해 재배되던 옥수수와 콩을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동물에게 먹일 곡물을 매일 굶주리는 지구상의 10억 명을 위해 사용한다면 더 이상 굶주리는 사람은 없으리라. 따라서 채식을 늘려 나간다면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문제에 보다 구체적으로 다가가는 방안이 될 것이다. 나아가 더 많은 인류에게 식량을 제공할 수도 있다. 만약 우리가 육식을 조금만 줄이고 채식을 늘린다면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고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이며 지구 환경을 되살리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우리 모두가 식습관을 바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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