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이건그룹의 창업주 박영주 회장의 작고 소식은 경제계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에도 큰 슬픔을 안겼다. 故박영주 회장은 '공동체 일원으로서 기업은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소신과 선구적인 메세나 활동으로 경제와 예술계 양측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해 그 어느 기업인보다 앞장선 존경받는 메세나인이었기 때문이다.

'음악을 통한 나눔 실천'이라는 이건그룹의 전사적인 목표 아래 지난 34년간 개최되어온 '이건음악회'. 이번 글에서는 오래전부터 앞서 ESG경영을 펼쳐온 이건그룹의 'ESG+메세나'의 사례이자, 국내 기업이 주최하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클래식 음악회인 ‘이건음악회’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건그룹 창업주 故박영주 회장(좌),  박영주 회장이 자택으로 이건음악회 연주자를 초청해 환영 만찬을 열고 한옥을 설명하는 모습(우) (사진=이건그룹) 
△이건그룹 창업주 故박영주 회장(좌),  박영주 회장이 자택으로 이건음악회 연주자를 초청해 환영 만찬을 열고 한옥을 설명하는 모습(우) (사진=이건그룹) 

이건음악회는 박영주 회장이 ‘지역사회’와 함께하기 위해 1990년도 인천 공장에서 소박하게 시작한 제1회 음악회로부터 시작된다. 이건그룹은 ESG경영의 개념은 물론 사회공헌에 대한 인식조차 생소하던 30여 년 전부터 'ESG+메세나'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첫 회는 공장에서 근무하는 생산직 근로자와 인근 지역민을 대상으로 열렸지만, 현재는 그 범위를 넓혀 서울을 비롯해 광주, 부산, 인천 등 문화에서 소외되기 쉬운 지방까지 확대하며 전국 순회 음악회로 개최하고 있다. 눈여겨 볼 점은 IMF 외환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사유로 음악회를 개최하기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34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지속적으로 음악회를 개최하며 음악으로 지역민들을 응원하고 보듬어 왔다는 점이다. 이건음악회가 메세나 활동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지속성’의 측면에서 모범사례로 높이 평가되는 이유이다.

△제1회 이건음악회 연주팀 아카데미아 목관 5중주단(사진=이건그룹) 
△제1회 이건음악회 연주팀 아카데미아 목관 5중주단(사진=이건그룹) 

특히, 이건음악회는 국내 클래식 팬들의 열렬한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료 음악회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음악가들을 엄선해 수준 높은 음악회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초청 연주자들 또한 오랜 기간 변함없이 이어져 온 이건음악회의 진정성과 상업성을 배제한 순수한 목적에 공감하며, 이건의 초청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 매년 음악회의 의미가 더 빛나고 있다.

올해는 450년의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독일의 명문악단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현악 4중주단이 내한해 함께 했다. ‘포용’을 주제로, 모든 것을 너그럽게 아우르는 음악을 통해 사람과 환경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며 행복과 위안을 나누는 시간을 청중에게 선사했다.

이처럼 이건음악회는 만나기 어려운 세계적인 실력파 음악가들을 초청해 국내 무대에 소개하는 기회를 마련해 왔는데, 이뿐만 아니라 기량이 높은 한국인 연주자에게 해외 초청 연주자들과의 협연 기회를 지원하는 역할까지 하며 한국과 해외 연주자 사이에 문화교류의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

2010년도 제21회 이건음악회에서 한국인 협연자로 무대에 섰던 당시 14살의 클라리넷 연주자 ‘김한’은 현재 파리국립오페라단에 클라리넷 수석으로 입단하여 한국을 빛내는 자랑스러운 솔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김한 연주자는 며칠 전 열린 제34회 이건음악회에서 故박영주 회장을 기리는 추모영상을 통해 어릴 적 이건음악회에서의 협연 경험은 ‘지금까지 내가 연주를 이어나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를 찾은 즐거운 기회였다고 회상하며, 지금의 그를 연주자로 활동할 수 있게 도움을 준 故박영주 회장을 향한 애도의 마음과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제34회 이건음악회에 초청된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현악 4중주단(사진=이건그룹)
△제34회 이건음악회에 초청된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현악 4중주단(사진=이건그룹)

또한 이건음악회에서는 해마다 ‘아리랑 편곡 공모전’을 개최해 우리나라의 대표 민요곡인 ‘아리랑’을 해외 연주자의 특색에 맞춰 현대적으로 해석한 최우수 선정곡을 이건음악회의 피날레 곡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도유망한 신진 작곡가 발굴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해외 연주자들은 아리랑 편곡을 연주하며 청중들과 더욱 가깝게 소통하는 기회를 경험하고 있다.

올해 연주자로 참여한 첼리스트 클라우디우스 포프는 “아리랑을 연주하는데 책임감을 느끼며, 이 곡이 가진 문화적 중요성과 전통을 고려해 훌륭하게 연주해야겠다는 사명을 가진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건음악회는 음악에 대해 꿈과 열정으로 매진하는 꿈나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넓혀주고자 클래식 대가로부터 배우는 마스터클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제18회에 참여했던 금관 5중주단 '하모닉 브라스'가 국립 서울맹학교와 부산 시립 소년의 집 학생들에게 진행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제24회에 참여한 피아니스트 시몬 디너스틴은 다문화가정 어린이들과, 제30회 초청 연주자인 베를린 필하모닉 이건 앙상블이 인천혜광학교 학생들과 함께 언어와 장애를 뛰어 넘어 음악으로 하나 되는 감동의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했다.

△ 이건음악회 초청 연주자의 멘토링을 제공한 마스터클래스(사진=이건그룹)
△ 이건음악회 초청 연주자의 멘토링을 제공한 마스터클래스(사진=이건그룹)

끝으로, 이건음악회가 다른 기업음악회들과 비교해 주목을 받는 가장 큰 이유가 있다. 이렇게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개최되고 있는 이건음악회가 외부 전문기관이 대행하는 음악회가 아니라는 점이다. 즉, 이건의 임직원들이 기획부터 현장 운영까지 발로 뛰며 준비하는 이건의 '마음가짐과 진심'이 담긴 직접 준비하는 음악회라는 사실이다. 매년 음악회 현장에서 이건의 컬러인 주황색 넥타이를 하고 '음악이 주는 감동과 힘,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임직원들 그 자체가 바로 이건음악회가 34년간 이어져 올수 있는 성장 동력이 아닐까 싶다.

이와 같이 이건음악회는 지난 34년간 지속성이라는 큰 틀 안에서 꾸준한 변화와 성장을 해온 'ESG+메세나' 활동의 모범 사례이다. 이는 작고하신 박영주 회장과 이건 임직원들의 문화 나눔에 대한 열정, 사랑, 그리고 이건음악회의 여정을 함께한 청중들의 한결같은 애정과 성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남다른 문화예술에 대한 사랑으로 예술가들과 시민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 준 메세나인이자, 사회에 메세나 활동의 가치를 전파하며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발전에 기여해 주신 故박영주 회장이 남겨주신 숭고한 뜻을 기리며, 이건음악회의 여정을 마음 깊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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