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디자인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 중 일상에서 버려진 쓰레기로 아름다운 샹들리에를 만드는 스튜어트 헤이가스(​Stuart Haygarth, 1966~)의 작품은 기업 관계자와 산업 디자이너에게 깊은 울림을 남기고 있다. 그는 지난 2011년에 우리나라의 서미갤러리에서 <오브젝트 드 아트(OBJECT D’ART)>라는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영국 출신의 디자이너인 그는 해변에 살았던 자신의 집 근처로 몰려오는 해양 쓰레기에 주목했다.

그는 버려지는 보잘 것 없는 폐품을 한데 모아 재탄생시키는 작업에 착수했다. 버려진 것들에 생명을 불어넣어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예술 미학을 정립해가는 과정이었다. 그는 폐플라스틱, 버려진 안경, 금이 간 유리병, 못 쓰는 가위 등을 모아 샹들리에나 조명 테이블을 만들어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가 환경인문학의 옷을 입고 예술작품으로 승화되니 경외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의 전시회에는 관람객을 압도하는 거대한 조명이나 샹들리에가 등장하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버려진 것들에 생명을 불어넣는 조형 예술품으로 다가온다.

해변 폐기물에서 샹들리에로 재탄생한 '조류' 시리즈

그의 예술성을 세상에 알린 대표작은 2005년에 발표된 ‘조류(Tide)’ 샹들리에다. 파도를 타고 미국 워싱턴주의 캔트(Kent) 해안으로 떠밀려온 쓰레기를 모아 만든 작품이기에, 작품에 조류(潮流)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 작품 외에도 영국 남부의 해안과 네덜란드 해안에 밀려온 쓰레기로 만든 ‘조류’ 시리즈가 있다. ‘조류’ 샹들리에 원작(2005)은 다양한 색상의 투명하고 반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개별 요소는 모양과 형태가 다르지만 전체적으로는 완벽한 원형이라 해변의 조류를 일으키는 달 모양을 연상시킨다. 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를 소환하며 네거티브 전시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샹들리에 원작의 높이는 1.5미터이며, 재료는 해변의 폐기물과 100와트의 백열전구가 활용됐다.

‘조류(Tide)’ 샹들리에 후속작(2011)은 원작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영국 해변에서 수집한 무채색 투명 플라스틱으로 제작되었다. 플라스틱 물체는 바닷물과 모래의 거친 성질에 의해 다양하게 변형돼 각각의 개별 요소는 모양과 형태가 다르지만 함께 모이자 완벽한 하나의 원형체를 만들었다. 샹들리에 후속작의 높이는 1.5미터이며, 해변의 투명한 플라스틱 폐기물과 100와트의 백열전구를 활용해 만들었다. 인간의 필요에 따라 생산됐지만 쓰임을 다해 버려진 폐플라스틱 때문에 환경이 파괴된다는 경각심을 환기하는 작품이다.

‘조류 200(Tide 200)’ 샹들리에 최근작(2018)은 독일의 함부르크미술공예박물관(Museum Fur Kunst und Gewerbe Hamburg)에서 의뢰해 만들어졌으며 정문 로비에 설치되었다. 앞으로도 영구적으로 전시될 것이다. 시리즈 중에서 가장 큰 직경 2미터의 작품인데 재료는 해변에서 수집한 폐플라스틱이었다. 커다란 입체 원형의 이 작품은 해양 쓰레기들을 씻기고 다듬은 달 모양을 연상시킨다. 재료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멋지고 근사한 예술작품에 관람객들은 놀랄 수밖에 없다. 일상의 쓰레기에서 생성된 아름다움은 버려진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하며 반성의 시간을 갖도록 한다.

△ 출처: 스튜어트 헤이가르트 홈페이지 (http://www.stuarthaygarth.com/works)
△ 출처: 스튜어트 헤이가르트 홈페이지 (http://www.stuarthaygarth.com/works)

‘조류 마크(Tide Mark)’ 풍경 시리즈(2004)는 여러 해안에서 오랫동안 수집한 폐품을 활용해서 만들었다. 작가가 다니던 길에는 폐품이 해초에 섞여 항상 표류하고 있었다고 한다. 작가는 바다에 떠다니는 물체의 색상과 외관이 몇 달에 걸쳐 어떻게 변하는지에 관심을 가졌다. 바다에 떠도는 사물들은 손상되고 낡았으며 전혀 사용할 수 없었다. 작가는 수집한 폐품을 색상별로 세심하게 분류하고 의미를 담아 6미터 길이의 작품을 창작했다. 흰색에서 시작해 검정색으로 끝나는 스펙트럼을 통해 기나긴 조류 마크가 생성됐다. 안타까운 해변 풍경(landscape)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컬렉션은 개별적으로도 구성되고, 이어지는 전체로도 구성돼 하나의 라인을 만들었다. 2009년부터는 작품들이 높이 93cm × 두께 14cm × 길이 3미터의 방풍 유리 2개에 보관돼 벽에 부착됐고 그 상태로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 출처: 스튜어트 헤이가르트 홈페이지 (http://www.stuarthaygarth.com/works)
△ 출처: 스튜어트 헤이가르트 홈페이지 (http://www.stuarthaygarth.com/works)


버려진 렌즈들을 모아 빛의 폭발을 만들어낸 '광학' 시리즈

광학 시리즈는 투명한 폐품을 모아 샹들리에로 제작했는데 재활용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멋진 작품이다. ‘광학(Optical)’ 샹들리에 원작(2007)은 중고 안경테에서 빼낸 4,500개 이상의 투명한 안경 렌즈로 만들었다. 밀집된 렌즈 덩어리는 정밀한 구형(球形)이지만 빛은 반사되지 않고 여러 겹의 렌즈를 통해 굴절된다. 이 샹들리에가 거울에 비치면 주변에는 마법 같은 빛의 폭발이 일어난다. 크기는 높이 1.5미터이며, 소재는 투명 안경 렌즈와 마이크로 케이블이었다.

‘광학(Optical)’ 샹들리에 후속작(2009)은 2007년의 원작을 더욱 발전시킨 작품으로 착색 렌즈를 모아 제작했다. 중고 안경테에서 추출한 4,500개 이상의 착색 안경 렌즈가 활용됐다. 중심에서부터 바깥쪽으로 밀도에 따라 다른 색깔로 보이게 하려고 구의 중심부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렌즈부터 시작해 바깥 렌즈가 투명해질 때까지 점차 옅어지도록 안경 렌즈를 붙였다. 이렇게 배치된 렌즈는 정밀한 구형(球形)을 형성하지만 빛이 반사되지 않고 여러 겹의 렌즈를 통해 굴절된다. 샹들리에가 거울에 비치면 빛이 춤을 추며 폭발하는 것 같다. 크기는 높이 1.5미터이며, 착색 안경 렌즈와 마이크로 케이블 소재로 만들어졌다.

‘광학(Optical)-62BG’ 샹들리에의 다른 후속작(2013)은 약 80,000개의 투명 처방 안경 렌즈와 마이크로 케이블로 만들어졌다. 이 작품은 영국의 부동산회사 랜드 시큐리티(Land Securities)의 의뢰를 받아 제작돼 회사의 로비 공간에 설치됐다. 직경 3.5미터의 거대한 크기의 원형 물체가 공중에 매달려 있다. 밀집된 렌즈 덩어리는 정밀하게 조합됐고 반사되지 않는 빛이 여러 겹의 렌즈를 통해 굴절된다. 출퇴근하는 직원들이나 방문객들은 LED 조명에서 뿜어지는 마법 같은 빛의 폭발을 보며, 재활용 예술이 그토록 아름다울 수 있는지 생각할 것이다.

△ 출처: 스튜어트 헤이가르트 홈페이지 (http://www.stuarthaygarth.com/works)
△ 출처: 스튜어트 헤이가르트 홈페이지 (http://www.stuarthaygarth.com/works)


'조류'의 유명세에 작품의 원천인 해안도 깨끗해져

스튜어트 헤이가스의 ‘조류(Tide)’가 유명해지자 작품의 원천인 켄트 해안은 이제 파도에 떠밀려온 해양 쓰레기가 대폭 줄어들고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지역 주민들은 보이는 족족 해양 쓰레기를 치운다고 한다. 이제 그곳은 청정 해변의 모습을 되찾아 화려한 사암 절벽과 넓은 백사장을 보려고 켄트 해안을 찾는 관광객도 증가했다고 한다. 우리 기업에서도 사회공헌 활동 차원에서 스튜어트 헤이가스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기업의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면서 의미 있는 장소를 선택해 가치를 부여한다면 켄트 해안 같은 성공 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장소 마케팅 전략에서는 이미지, 매력물, 기반시설, 인력이라는 4가지 중에서 매력물을 중점적으로 부각시켜야 하는데, 매력적인 자연 환경이나 문화유산이 곧 매력물이다.

스튜어트 헤이가스 같은 대가가 아니더라도, 기업에서 젊은 작가들과 함께 자연 환경이나 문화유산을 매력적으로 되살리는 전략을 구사한다면 ESG 활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것이다. 관심만 있다면 버려진 것들을 매력적으로 부활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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