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첨단산업의 핵심기술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최근 외국인이 국내에 출원하는 특허 건수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술 선점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산업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 정책과 기술거래 생태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

6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최근 특허 출원 동향과 기술 선점 전략'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한국에 접수된 외국인 출원 건…전체 약 22.7%

한경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특허 출원 건수는 지난 2018년 약 21만건에서 지난해 약 23만8000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특허 출원 건수 통계가 집계된 지난 1948년 169건에서 출발해 1990년대 초반 이후 급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허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한국에 접수된 외국인 출원 건은 총 5만3885건으로 전체의 약 22.7%를 차지하고 있다. 그중에서 △미국 1만7678건(35%) △일본 1만3860건(27%) △유럽 1만2936건(25%) △중국 6320건(12%) 순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지난 2021년 대비 지난해 증가율을 살펴보면 미국 14%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유럽 3.9%, 중국 0.4%로 뒤를 이었다. 최근 5년간 특허청에 접수된 외국인 특허 출원 건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중국 19.1% △미국 8.0% △유럽 0.5%의 순으로 증가했다.

이에 한경연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중국 등이 한국에서 최근 특허 출원이 증가한 것은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서 많은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외국 기업들도 한국에서 특허권 획득을 통해 첨단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심화는 기업 생존과 직결된다

아울러 보고서는 기술 선점의 성공과 실패 사례로 미국 퀄컴사와 한국의 디지털캐스트사를 비교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특허를 통한 독점적 권리를 확보하는 것은 기업의 생존과도 직결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실제로 퀼컴은 '스냅드래곤' 브랜드의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와 모뎀칩을 제조 및 판매하는 업체다. 그러나 퀼컴은 이동통신 표준기술인 CDMA와 WCDMA, LTE 등과 관련해 표준필수 특허를 보유함으로써 매년 약 11조원의 특허 수수료를 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퀄컴의 표준필수 특허 때문에 칩셋 설계 업체나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휴대폰의 가장 기본적 통신 기능을 위한 모뎀 칩셋을 설계 및 탑재하기 위해서는 퀄컴에 막대한 기술 로열티 제공하고 있다는 것.

이와 반해 지난 1997년 한국의 벤처기업 디지털캐스트는 MP3 디지털 파일을 재생하는 MP3플레이어 원천기술을 개발했지만 국내에서 특허 무효소송 공격 등 기업 간 분쟁으로, 국내 특허는 권리범위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특허료 미납으로 권리가 소멸된 후 결국 미국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에 인수합병되어 로열티를 받지 못했다.

시장조사기관 GMID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 디지털캐스트 MP3 플레이어의 특허권이 유지되었다면 지난 2005년~2010년 동안 약 27억 달러(약 3조1500억원)의 로열티 수익 확보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경연 "국내 기업, 글로벌 경쟁 위한 원천기술 부족해"

또 한경연은 보고서에서 "국내 기업들이 반도체와 이차전지, 디지털 통신 등 특정 분야 및 특정 기업이 세계 최상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외 분야에서는 국내 기업들은 추적자로서 글로벌 경쟁을 위한 원천기술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국내 상반기 기술별 특허 출원 건수는 △전기기계·에너지 이차전지 제조 5581건 △반도체 4406건 △디지털통신·정보전송 3651건 등 특정 분야 중심으로 특허 출원이 집중돼 있다.

이와 관련해 한경연은 특정 분야에 편중된 특허 출원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신산업 기술 분야를 국가 전략기술로 선전하고 연구개발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 국가 전략기술 중심으로 유망기술을 발굴하고 육성함으로써 국내 기업들이 첨단기술을 선점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기술을 특허로 등록해 독점적인 권리를 확보하는 것도 기술선점의 핵심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특허는 발명자나 기업에게 경제적인 이익을 제공하며 특허를 통해 기술적인 우위를 확보하고 시장에서 독점적인 입지를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표준특허를 획득하면 기술을 이용하지 않고 관련 제품의 △제조 △판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으므로 기술무역수지도 개설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적극적으로 외부 기술 도입해야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로 디지털 전환과 신기술 개발이 빠르게 일어나면서 기술 획득을 위해서 자체 개발뿐만 아니라 기술거래를 통해 적극적으로 외부 기술을 도입해 핵심기술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는 △기업 인수·합병(M&A) △투자연계형 기술거래 △경상실시료 등 기업이 선호하는 다양한 기술거래 방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의 기술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민간 중개 기관도 육성하고 기술거래 중개 기관의 효율화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경연 이규석 부연구위원은 "국내 기업결합은 제도 도입 당시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M&A 심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고 글로벌 기준과도 맞지 않는 한계가 지적돼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며 "기존 규제 위주의 정부 정책에서 벗어나 기술거래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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