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도 환경인문학을 실천할 수 있는 중요한 예술 장르이다. 빠른 박자의 댄스 음악을 꾸준히 선보인 7인조 걸 그룹 드림캐쳐(Dreamcatcher, 지유, 수아, 시연, 한동, 유현, 다미, 가현)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좋은 반응을 얻어왔다.

드림캐쳐는 데뷔 앨범인 <악몽>에서 현실 세계의 불안한 청춘을 위로하는 판타지 음악을 들려주었다. 2022년에 발표된 정규 2집 <아포칼립스(Apocalypse): 세이브 어스(Save us)>에는 표제작인 ‘메종(MAISON)’이 실려 있다. 이 노래는 대재앙 주제의 3부작 음반의 첫 편이다. 우리를 지켜달라는 ‘세이브 어스(Save us)’는 지구를 지키자는 ‘Save earth’와 영어 발음이 비슷하다. 드림캐쳐는 환경 파괴자들을 향한 경고 메시지를 ‘메종’에 담았다. 프랑스어로 집을 뜻하는 메종(MAISON)은 곧 지구를 뜻한다. ‘메종’의 가사를 살펴보자.

7인조 걸 그룹 드림캐쳐의 멤버들
7인조 걸 그룹 드림캐쳐의 멤버들

“숨이 막혀 저 멀리 사라져만 가는/ 내일 Oh- stay/ 땅을 울려/ 무너지는 이곳의/ 선명한 Dead sign과/ 익숙해진 누군가/ Oh- 날/ 더는 못 속여 다 알고 있어/ 숲을 투과해 빛을 따라가/ All day all night/ 깊숙이 자리 잡은 그대/ Break your habit now/ Save my home in the jungle/ Save my home in the polar/ 지켜내 나의 Maison/ Please someone fight for us/ Save my home in the ocean/ Save my home in the desert/ 지켜내 나의 Maison/ Please someone fight for us/ 사람들은 다/ 하고 싶은 대로 해/ 진심 비운 껍데기뿐인 고해/ 눈 질끈 감아/ 기다리다가 딱 봐도/ 보이지 않는 미래에/ 후회할 때는/ 이미 늦었단 걸 알아 Uh/ 너 편하기만 하면 다쳐/ Be my side/ 이상하게 덥지?/ 이 행성의 법칙/ 마치 말라가는/ 네 양심과 똑같지 Hoo-/ (... 중략...) 거친 바람을 타고 다 물들여/ 모든 계절이 선명한/ 그 순간으로 돌려/ 흘러내린 내 눈물/ 이미 물에 잠긴 눈/ (... 중략...) 지나쳐 버린 순간/ 다 사라지는/ (La maison la la la maison)/ 모른 척하는 너도/ 다 사라지는/ (... 중략...) Please someone fight for us.”

가사의 첫 소절부터 “숨이 막혀 저 멀리 사라져만 가는 내일”이라고 주장하며, 대기 오염 때문에 숨 쉬기도 힘들고 숨이 막힌다고 표현했다. “날, 더는 못 속여. 다 알고 있어. 숲을 투과해 빛을 따라가.”에서처럼 지구가 인간에게 더는 속지 않겠다고 주장하며 환경오염과 대기오염의 해법을 자연에서 찾기를 권고했다.

노래 가사에 나오는 ‘나’는 지구를 뜻한다. “All day all night. 깊숙이 자리 잡은 그대. Break your habit now” 같은 소절을 보라. 지구는 환경오염의 습관이 뿌리박혀 습관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드림캐쳐의 2집 ‘Apocalypse: Save us’ 앨범 재킷 (2022)
드림캐쳐의 2집 ‘Apocalypse: Save us’ 앨범 재킷 (2022)

이 노래의 후렴구는 “Save my home in the jungle. Save my home in the polar. 지켜내 나의 Maison”이다. 환경오염과 대기오염으로 정글, 극지방, 바다, 사막이 파괴돼 생명체들이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으니 집을 지켜달라고 간청했다. “너 편하기만 하면 다쳐. 이상하게 덥지? 이 행성의 법칙. 마치 말라가는 네 양심과 똑같지.” 이런 랩 부분에서는 지구 환경이 망가지는 것에는 둔감하고 자연을 파괴해서 얻은 편리한 생활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이상하게 덥지?”라는 가사는 지구온난화와 지구가열화 현상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녹아내리고 바다가 말라가는 상황을 ‘말라가는 사람들의 양심’에 빗대어 표현한 점도 흥미롭다.

노래 초반에는 희망이 있으니 자연 속에서 답을 찾으라고 했지만, “날, 더는 못 속여. 다 알고 있어.”라는 구절에서처럼 이제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환경오염이 심각해졌다며 인류에게 경고장을 날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흘러내린 내 눈물. 이미 물에 잠긴 눈.” 이 구절에서 내 눈물은 자연이 병들어 흘리는 눈물을 뜻하는데, 결국 눈을 뜰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물에 잠긴 눈’으로 묘사했다. 마지막 구절인 “지나쳐 버린 순간 다 사라지는, 모른 척하는 너도 다 사라지는” 같은 구절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심각한 사태를 외면하는 인간도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는 플랫폼 앨범

드림캐쳐의 ‘메종’은 환경인문학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기존의 앨범도 발행했지만 별도도 플랫폼 앨범도 발매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의 팬들이 앨범을 사는 이유는 CD와 부클릿(booklet, 아주 작은 책이나 노트)이 아닌 포토 카드를 얻기 위해서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음악 콘텐츠 이용자 3,200명을 대상으로 2021년에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7.9%만이 CD 플레이어를 통해 음악을 감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반은 이제 더 이상 듣는 매체가 아니며 팬심을 표현하고 포토 카드를 소장하기 위한 수단이다. 팬 사인회에 참여하려고 수십 장의 앨범을 사는 열성 팬도 있는데, 이 앨범들은 나중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된다. 팬들은 포토 카드 하나만 원하는데 굳이 실물 앨범을 제작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가수들이 CD와 부클릿을 없애고 포토 카드만 실물로 출시한다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그런데 포토 카드만 출시하면 음반 판매량이 집계되지 않고 기획사의 매출도 줄어든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으로 ‘플랫폼 앨범’이 주목받고 있다. 실물 앨범도 판매하는 동시에 플랫폼 앨범도 한정판으로 판매하면 된다. 팬들이 원하는 포토 카드는 배송하고, 처치 곤란한 실물 앨범은 배송하지 않고(소장용 실물 앨범을 원하면 별도 구매 가능), 앨범 콘텐츠(음원, 뮤비, 포토북, 비하인드 포토, 디지털 셀카, 영상 메시지)는 모바일 어플에 접속해 시청할 수 있도록 별도의 권한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팬 사인회의 응모권은 앨범 구매 수량에 맞춰 부여하고, 판매량은 음악 차트에 반영되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

드림캐쳐 ‘메종’의 플랫폼 앨범 내용 (2022)
드림캐쳐 ‘메종’의 플랫폼 앨범 내용 (2022)

드림캐쳐의 <아포칼립스: 세이브 어스>는 실물 앨범을 발행한 다음에, 플랫폼 앨범도 별도로 발매했다. ‘메종’의 노래가사에서도 환경을 지키자는 메시지를 강조했지만, 플랫폼 앨범도 발행함으로써 환경을 위한 실천 행동까지 전개한 셈이다.

플랫폼 앨범은 실물 앨범과 달리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콘텐츠를 구성할 수 있다. 플랫폼 앨범은 기업의 ESG 활동과도 연결된다. K-팝 기획사들이 CD가 담긴 실물 앨범을 대량으로 찍지 말고 플랫폼 앨범을 발매한다면 ESG를 실행하는 음악산업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다. 이런 맥락 때문에 드림캐쳐 ‘메종’의 플랫폼 앨범은 환경인문학의 면모를 구체화시킨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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