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광고시장의 개괄

라디오의 가장 큰 가치는 ‘공유’다. 현대에 들어 라디오의 존재가치는 더욱 유일무이해졌다. 라디오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나 지식을 음악과 함께 전달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공유경험을 제시한다. 그로 인해 다른 매체에서는 느끼기 힘든 정서적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며 DJ와 청취자 간에 특별한 관계성이 형성되기에 매체에 대한 충성도가 크다. 온라인 광고의 무분별한 침투력과 인쇄광고의 복잡성 등 눈을 자극하는 광고에 대한 피로함이 광고에 대한 반감으로 나타나고 있는 요즘 청각에 기반한 라디오 광고는 광고시장의 새로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라디오 매체의 성격과 특성은 광고매체로서의 가치에도 반영된다. 라디오광고의 강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미지를 동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온다. 라디오광고는 목소리 만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정서적 측면을 자극하기 쉽다. 정해진 이미지를 제시해 상상력을 제한하는 시각 광고와는 달리 청자에 따라 각기 다른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라디오는 멀티태스킹이 습관화된 현대인들에 맞게 눈으로 보지 않고도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매체라는 점에서도 재평가되고 있다.

라디오는 발로 뛰는 영업사원이다

과거의 라디오는 TV처럼 고정형 매체의 이미지였다. 현재는 매해 차량 운전자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이동형 매체로서의 가치가 훨씬 더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지역별 전국차량등록현황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르면 근 10년간 총인구수는 큰 변화가 없거나 되려 감소 추세였지만, 자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출근 교통수단으로 자차를 꼽은 근로자는 절반 이상이다.

△ 2022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 (방송통신위원회 자료)
△ 2022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 (방송통신위원회 자료)

또한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2012년 대비 10년이 지난 2022년, 차량에서 라디오를 듣는다는 응답 비율은 무려 20% 높아졌다. 라디오 청취자 10명 중 8명 가까이 차에서 라디오를 듣는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버스나 택시에서도 라디오가 흘러나오는 걸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으니, 자차 운전자가 아닌 대중교통 출퇴근 근로자들에게도 광범위하게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라디오광고는 그야말로 발로 뛰는 영업사원이다.

운전자들은 광고가 나와도 주파수를 바꾸기 쉽지 않다. 또한 라디오 DJ와 청취자 사이에 생성된 친밀감 때문에 좋아하는 프로그램 속에서 흘러나오는 광고에는 거부감이 적다. 인쇄광고와 영상 광고는 눈으로 직접 봐야만 인지가 되지만, 청각을 사용한 광고는 바라보지 않아도 귀로 들리기에 회피가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그간의 운전자 증가 추세를 봤을 때 머지않아 라디오를 향유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라디오 광고에서 오디오 광고로

라디오 광고는 현재에 들어 ‘오디오 광고’의 모습으로 탈바꿈되기도 한다. 내비게이션 어플인 ‘티맵’, ‘아이나비’의 음성광고, 버스 정류장•지하철 역 음성광고, 대형마트 코너마다 흘러나오는 판촉광고 등 음성만으로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오디오 광고’는 라디오광고의 유구한 표현기법을 똑 닮아있다. 이제 라디오광고 시장은 더 이상 라디오라는 매체에 묶여있지 않아도 파급력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 이동형 광고매체로서의 라디오는 광고시장에 색다른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라디오 광고시장을 넘어 선 ‘오디오 광고’ 시장은 어떤 패러다임을 개척해 나갈까?

라디오 광고 효과 및 효과적인 광고 타깃

청각이 뇌에 도달하는 시간은 시각보다 약 4배 빠르다. 청각은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아도 귀를 막지 않는 이상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감각이다. 뇌에 빨리 도달할 수 있으면서도 잠재의식으로의 접근이 쉽고 각인 효과가 탁월하다는 점에서 라디오광고는 큰 광고효과를 가진다. 대중교통 근로자 및 자차 근로자 모두에게 광범위한 광고가 가능하면서도, 프로그램의 성향과 DJ의 개성에 따라 청취자 성향을 세분화할 수도 있다. 무분별한 다수에 대한 브랜딩은 물론, 더 세밀한 소비자 타깃팅까지 가능한 매체라는 것이다.
 

△ 맥도날드 라디오 광고 (멜로펀치 유튜브 채널 자료)
△ 맥도날드 라디오 광고 (멜로펀치 유튜브 채널 자료)

사운드 마케팅과 라디오 광고

라디오 광고는 ‘사운드마케팅’ 측면에서 바라보면 더 많은 범용성을 가진다. 맥도날드의 ‘빠라바빠빠~’등 브랜드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짧은 멜로디인 ‘징글 사운드’,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 등 음악의 형태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CM송’ 같이 광고에 사용되는 사운드는 전부 사운드마케팅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영상광고와 어울리는 BGM, 우리 브랜드만의 로고송과 비즈링 등 회사의 브랜딩을 돕는 사운드들도 전부 사운드마케팅의 일종이자, 라디오라는 매체에 최적화된 광고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라디오광고를 기반으로 시그니처 사운드, 징글 사운드, 로고송, 비즈링을 제작하는 업체가 많아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광고 비용으로 매스미디어가 주는 브랜드 세이프티를 가져가면서도, 브랜드의 정체성을 정립하기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또한 브랜드만의 사운드를 만들어 놓으면 TV나 뉴미디어 등 다른 매체에서 활용하기도 좋다. 라디오광고는 최근 들어 크게 각광받고 있는 ‘사운드 마케팅’의 초석이라고 볼 수 있다.

모빌리티플랫폼, AI스피커 등 다양하게 확장 중인 오디오 광고

과거 라디오광고는 KOBACO/SBS M&C를 통해 판매가 이뤄졌다. 그러나 인터넷망을 통한 어플, 홈페이지에서의 라이브스트리밍 방식이 생기면서 라디오광고와 사운드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멜로펀치와 같은 전문 랩사들을 통한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유튜브와 같이 세밀화된 타깃팅 광고가 주류가 되자 사운드 마케팅도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면 SBS의 경우, 인터넷(어플/홈페이지 등)으로 듣는 청취자들은 지역/나이/성별을 타깃팅 그룹으로 나누어 광고를 내보내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멜론, FLO, 스포티파이 같은 음원 스트리밍 업체들과 함께 오디오북 업체들 또한 도전장을 내고 있다. 최근 모빌리티플랫폼 티맵, 아이나비도 음성광고를 시작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브랜드와 관련된 장소, 타깃을 선정해 광고를 내보내 효과를 보고 있다. 이외에도 KT, LG U+ 등과 같은 AI스피커 시장은 다양한 음성광고 적용을 희망하며 시장조사를 마치고 테스트를 하고 있다.

△ 점자 표기 컵라면 (오뚜기 자료)
△ 점자 표기 컵라면 (오뚜기 자료)

성공한 라디오 캠페인으로 보는 라디오 광고의 저력

‘성공적인 라디오광고가 무엇이냐’고 하면 자연스럽게 유명한 CM송이 떠오를 것이다. CM송도 라디오광고가 잘 표현할 수 있는 광고 형태이긴 하지만, 신뢰도가 혼탁해진 광고시장에서 라디오광고의 영향력과 진가는 ‘오뚜기 점자컵라면’ 광고에서 가장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아래는 광고 카피의 전문이다.

컵라면은 불편한 음식이다
물 조절은 위험하다
맛을 선택하기 힘들다

이것은 컵라면에 대한
시각장애인의 생각입니다

이제, 점자로 맛과 물양을 구분하는 컵라면
오뚜기가 시작합니다

맛에는 장벽이 없어야 하니까
오뚜기

이 광고는 비장애인에겐 편리한 식품인 컵라면이 시각장애인에게는 불편하고 위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를 통해 컵라면에 점자를 통해 맛과 물양을 구분할 수 있게 하겠다는 오뚜기의 사회적 책임과 포부까지 알렸다. 크리에이티브도 좋았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캠페인인 만큼 라디오광고를 최적의 매체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그들의 진정성과 설득력이 느껴졌다.

이 광고는 큰 파급력을 일으키며 29회 올해의 광고상 라디오광고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광범위한 대중들에게 외면할 수 없는 대국민 캠페인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청각 매체의 호소력을 잘 살린 성공적인 캠페인이었다. 이게 바로 뉴미디어 매체 사이에서 라디오광고만이 할 수 있는 캠페인이자 아직도 살아있는 라디오광고의 저력이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존재하는 한, 라디오는 쭉 우리의 곁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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