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구제보다는 선제적 대응이 확실히 효과적이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느니 ‘사후약방문’ 같은 말들이 있는 것을 보면 사전 대처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언론대응도 마찬가지여서 잘못된 보도가 이루어진 후 정정·반론보도, 손해배상 등을 받아내는 것보다 선제적으로 잘못된 보도가 아예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그런데 잘못된 보도의 사전 차단을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들이 많다.

Q) 언론보도를 통해 ‘방송금지가처분’이 인용되었다거나 기각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곤 한다. 실제 법원 결정으로 방송이 금지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신문에 대해서도 유사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 그러한 대응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A) 규범에 따른 의무에는 크게 ‘작위의무’와 ‘부작위의무’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전자가 무엇인가를 적극적으로 하도록 명령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무엇인가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것이다. 손해배상, 대여금반환, 건물명도, 등기이전, 정정·반론·추후보도 등이 전자의 예라면 보도금지, 점유이전금지, 공사금지, 신주발행금지, 직무집행정지 등은 후자의 예다.

부작위, 즉 법적으로 어떤 행위의 금지를 명할 수 있는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사람에 대해서, 그리고 각종 기관·단체·법인에 대해서도 가능하다. 언론사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언론보도와 관련해 인정되는 특수한 형태의 금지처분이 바로 ‘보도금지’다.

‘보도금지’가 언론매체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일반 명칭이라면, 매체 유형에 따라 세분해서 사용하는 별도의 명칭들이 있다. 방송에 대해 주로 사용하는 ‘방송금지’가 있고 영화는 ‘상영금지’, 종이신문이나 잡지와 같은 인쇄물의 경우에는 ‘배포금지’가 주로 사용된다. ‘게시금지’는 인터넷을 통해 기사나 정보를 유통하는 온라인신문이라든가 유튜브·넷플릭스와 같은 OTT에 대해 사용되고 있다. 참고로 온라인매체와 관련해 ‘게시중지’, ‘열람차단’, ‘기사삭제’와 같은 명칭도 자주 사용되는데 이미 게시되어 있는 기사나 정보, 사진, 영상물의 게시를 중단시키는 경우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 내용과 무관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 내용과 무관

구체적으로 보도금지는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재판의 일종인 ‘소송’과 ‘가처분’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압도적으로 ‘가처분’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소송을 이용할 경우, 당장 시간이 문제된다. 법원에서 발간한 <2022 사법연감>에 따르면, 민사사건의 경우 1심 재판이 끝나는데 무려 364.1일이 걸린다. 사건 접수 후 첫 변론기일이 열리기까지만 해도 평균 137.2일이 걸린다고 한다. 당장 며칠 후 보도가 이루어질 판인데, 1년씩 걸리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보도금지라고 하면 의례히 가처분이 연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처분이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데, 보다 대중적인 ‘가압류’ 제도의 형제라고 보면 된다. 가압류가 됐든, 가처분이 됐든 현재의 상태를 ‘잠정적’으로 고정시키기 위해 이용된다(민사집행법 제300조). 여기서 중요한 것이 ‘신속성’이다. 현재의 상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가압류·가처분은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신속성을 기하기 위해 가압류·가처분에서는 사실관계 인정, 다시 말해 입증절차의 엄격성을 양보한다. 사실관계를 꼼꼼히 따지기 시작하면 재판 지연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도금지 가처분에서 반드시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할 지점이 있다. 바로 ‘검열’의 문제다. 우리나라 헌법 제21조 제2항에서는 ‘언론ㆍ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하여 언론에 대한 검열을 금지하고 있다. 검열은 사전에 내용을 심사, 선별하여 공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보도금지는 검열의 사전적 의미에 정확히 부합한다. 헌법 규정만 놓고 보면, 보도금지는 전혀 불가능할 것 같은데 다행히 헌법재판소에서는 헌법상 금지되는 검열의 범위를 ‘행정기관에 의한 사전심사’로 제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사법부에 의한 사전금지’는 검열로 보지 않는다. 그러니 보도금지를 위해서는 반드시 법원으로 가야한다.

보도금지 가처분 신청의 연유와 보도 관련 정보를 충분히 설명해야

보도금지 가처분 시, 알아두면 유용할 만한 몇 가지 팁이 있다. 우선 금지 대상을 최대한 명확하게 특정해주는 것이 좋다. 보도금지가 사전에 미리 취해지는 조치이다 보니 금지 대상을 특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도 최대한의 정보를 긁어모아 무엇이 금지대상인지 밝혀야 한다. 방송을 예로 들자면, 해당 프로그램명이라든가, 보도 예정일시, 다룰 것으로 예상되는 주제·내용·등장인물 등을 적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을 금지하라는 것인지 도저히 특정할 수 없을 정도라면 가처분 허용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보도를 미리 차단하지 않으면 안 될 이유를 충분하게 설명해야 한다. 통상적인 언론소송, 즉 손해배상청구라든가, 정정보도·반론보도청구의 이유와 보도금지 가처분의 이유가 내용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명예훼손이니 초상권·사생활의 비밀 침해니 인격권 침해가 그 이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정 외에 보도금지 가처분에서는 하나를 더 본다. 보도를 왜 굳이 미리 차단해야 하는지 그 필요성 유무가 보도금지 가처분 재판의 관건이 된다. 보도금지 가처분 담당 재판부에서는 ‘보도가 나간 이후 피해가 발생하면 그 때 가서 구제받으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할 공산이 크다. 이러한 전제 내지 선입견을 넘어서야 한다. 그러니 신청하면 받아주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은 아예 접고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보도금지 가처분은 결코 쉽지 않지만, 대비하고 임한다면 성공할 수도 있는, 충분히 해볼 만한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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