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서도 드라마나 영화같이 시즌제가 등장했다. 2020년에 선보인 KCC 스위첸 광고 ‘문명의 충돌’이 ‘신문명의 출현’이란 이야기로 올해 다시 돌아왔다.

시즌1에서 광고는 소비자들에게 결혼을 통해 평생을 따로 살아온 서로 다른 두 거대한 문명의 충돌에 비유해 일상에서 벌어지는 현실 부부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격공(격하게 공감)하게 만들어 화제가 됐었다. ‘3년 전 그날 이후’란 자막으로 시작되는 스위첸 광고 시즌2는 이런 1편을 상기시킴으로써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신문명’은 3년이 지난 부부에게 생겨난 아이를 말한다. “얘는 누굴 닮아서...”라고 아이들이 이해 못할 행동을 할 때, 부모들이 흔히 하는 말처럼 아이는 엄마의 문명도 아니고, 아빠의 문명도 아닌 새로운 문명이다.

우렁차게 울어대는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엄마는 머리를 감다 샴푸가 그대로 묻은 채로 거실로 뛰쳐나오고, 기저귀를 갈고 있는 아빠 얼굴에 시원하게 오줌을 갈기는가 하면, 자는 줄 알고 치킨에 맥주라도 마시려 하면 어김없이 울음소리로 산통을 깬다. 씻기고 재우고 항상 놀아줘야 하는 이 새로운 존재는 그야말로 부부에게 있어 ‘침공’이다.

‘가족이란 집을 견고하게 만들어 간다’는 스위첸의 브랜드 철학은 시즌2에서 더욱 안정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아이를 처음 키우면서 겪게 되는 현실 부모의 어려움과 충돌 상황을 현실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새롭게 확장된 가족 형태가 견고해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시즌1에 이어 시즌2에도 똑같이 등장한 남편역에 김남희 배우와 아내 역의 박예니 배우의 리얼한 부부연기는 현실감을 더한다.

인터뷰에서 남편의 첫마디, “행복해요... 죽을만큼...” 그리고 아내 “아이 낳으면 어른 된다고 누가 그래요?”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어’ 혹은 ‘내 얼굴은 웃고 있지만...’ 말 못할 속사정이 있는 것처럼 처음으로 부모가 되는 과정은 행복하면서도 쉽지 않아 보인다.

아기 장난감에 몸이 껴서 도와달라고 하는 모습, 아기 분유를 입에 털어놓는 모습, 소파에 누워서 발로 아기 보행기를 미는 모습. 기저귀 하나도 시킨 대로 제대로 못 사 오는 남편의 모습은 아내가 보기에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다 알려줘야 하는 어설픈 존재다.

△ 스위첸 광고 '신문명의 출현' (유튜브 캡처)
△ 스위첸 광고 '신문명의 출현' (유튜브 캡처)

“저도 아빠가 처음인데요?” 항변하듯 말하는 남편에게 “그럼 난 두 번째냐?”라고 말하는 아내의 모습은 너무나도 공감되면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까지 한다. 실제 자기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공감 댓글이 가장 많이 달렸던 부분이기도 하다. 부부가 되는 과정이 거대한 문명의 충돌이었다면, 부모가 되는 과정은 더 어설프고, 힘이 들고 어렵다. 그래서 서로 간에 더 많은 이해와 배려, 타협과 존중, 사랑이 필요하다.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아내라도, 머리를 감지 못해 냄새가 나는 아내라도, 아기가 있어 괜찮고 자연스러우며 당연한 풍경으로 보인다. 마지막 인터뷰 장면에서 아내가 “둘보다는 셋이 나은 것 같기도 하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하나 더 낳고 싶기도 하고”라는 덧붙이는 남편의 말은 새로운 문명의 출현으로 빚어진 충돌과 이해의 과정이 반복되고, 시간이 쌓이면서 화합의 단계로 넘어간 것처럼 보인다.

△ 스위첸 광고 '신문명의 출현' (유튜브 캡처)
△ 스위첸 광고 '신문명의 출현' (유튜브 캡처)

광고는 브랜드가 고객들에게 가치있는 정체성을 부여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된다. 스위첸의 ‘문명의 충돌’ 전작, 2019년 선보였던 ‘엄마의 빈방’편에서도 학창시절에서 대학생, 직장인까지 딸의 닫힌 문밖에 있던 엄마의 모습을 그리면서 뭉클함을 자아냈다.

여전히 많은 아파트 광고들이 고급스러움, 튼튼함, 편리함, 세련됨 등의 이미지로 어필하고 있는 가운데, KCC건설의 스위첸은 우리 현실 속 이야기로 집과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들고, 스위첸의 이러한 행보는 독특하고 차별화된 정체성을 드러낸다. 새로운 문명의 침공 이후, 또 어떤 이야기로 돌아올지, 스위첸의 시즌3를 기다려본다.

△ KCC 스위첸 TVCF 문명의 충돌2 신문명의 출현 (유튜브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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